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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이 좋아!'는 오는 7월 17일부터 열리는 제4회 이주노동자 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이번 영화제는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명동 인디스페이스(서울 중앙씨네마 3관)에서 열린다. 용산 해방촌 오거리에 위치한 이주노동자 영화제 사무실에서 정소희 프로그램/기술 팀장을 만나 영화제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올해는 영화제에 참석해 즐겼으면'

"정신 없고 지쳐 있다. 매년 똑같다(웃음). 이런 활동이라는 게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다 보니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돈도 없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재능으로 간극을 메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지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대로 네번째를 맞는 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 때 역시나 그녀가 얼마나 고되고 바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매년 기억에 남는다. 항상 초를 다퉈 일을 해야 하고, 특히 기술팀은 마지막까지 바쁘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해 영화제 때마다 자신이 힘들게 준비한 것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늘 영화제 전날까지 또는 영화제가 치러지고 있는 시간까지 사무실 또는 영화제 대기실에서 마지막 기술 작업인 자막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영화제는 참석을 했지만 영화제 대기실에서 자막 작업을 했다. 첫째 날 두 번째 섹션 영화가 자막작업이 너무 늦어져 30분씩 잘라서 자막제작을 하고 1부 상영하는 동안 2부 자막제작을 해서 60분짜리 장편영화를 2부로 나눠 상영했다. 거의 생방송 수준이었다. 올해는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자원 활동가들끼리 빌고 있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번역 문제와 자막작업이 조금은 수월해진 것 같았다.

"전에는 관리가 되질 않아 번역이 늦어졌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자막작업도 적고, 번역도 여러 사람에게 분산 된 것이 아닌 한 사람이 맡고 있어서 진행이 잘 됐다."

그녀는 영화제를 즐기는 것보다, 영화제에 있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영화를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입장인데도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거의 못 보고, 자막 제작하다 보면 영화를 나눠봐야 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올해는 꼭 그녀가 고생해서 준비한 영화제를 무대 뒤가 아닌 객석에서 보기를 바래본다.

지난해보다 잘 만든 영화가 많아졌다 - 개막작 <슬립딜러>

그간의 영화제 이야기를 뒤로 하고 4회 영화제의 주목할 점과 추천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에 비해서 장편이 많다. 이것은 이주, 다문화를 소재로 장편영화를 만든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한 주제에 대해서 그런 (영향력 있는) 영상이 만들어졌을 때,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거나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영화제에 비해 장편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4회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점이다." 

"특히 영화 퀄리티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개막작 '슬립 딜러'는 잘 만든 영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내용도 좋다. 신자유주의, 물의 사유화 등에 대한 이야기. 신자유주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여성과 이주민이다.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권력자들이 민중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강대국이 약소국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영화다. 함께 일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의 강력 추천작! 자신 있게 밀고 있는 영화다. 관심을 갖고 많이 봐 달라."

"단편 중에는 '헬로'라는 작품을 추천한다. 소통에 대해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고 오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귀여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진지한 것도 중요하지만 '헬로'처럼 사람의 마음에 먼저 와 닿는 영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에게는 인식변화를 위한 문화행사, 이주민이나 노동자들에겐 축제

"이주 노동자 영화제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주민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런 영화제가 익숙하지 않은데, 이주 관련 영화들을 자주 보면서 좋은 느낌을 받아야 영화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겠는가."

일각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시작된 이야기-이주노동자 영화제가 한국인만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 이주민을 배려하고 그들을 위한 축제로서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명확하게 들어 볼 수 있었다.

"지역과 서울이 다르다. 서울 개막전은 한국인이 7-80%, 지역은 반대이다. 지역은 이주민 공동체를 통해서 진행을 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영화보다는 하루를 즐기는 축제 분위기다. 서울은 한국인과 언론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상영전만으로는 언론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언론에 영화제가 많이 부각 되어야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이주민에 대한 배려가 없지 않다. 모든 영화에 영어자막을 기본으로 하고, 평일에 일을 하는 이주민들을 위해 개막전을 금요일이 아닌 토요일 저녁에 진행한다. 이주민이 많이 볼 수 있도록, 이주민 직접 제작 부분은 일요일 낮에 상영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발전해 가는 영화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 영화제를 더 기대하게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제에 참여하고 싶어도 영어나 한국어가 서툴러 참여를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배제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정부 지원 없어 재정적 어려움

"1회부터 3회까지는 정부기금과 기타 기금이 있었지만, 올해는 지원받은 것이 전혀 없다. 국제 영화제를 제외하고 현재 다른 영화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도 발표가 늦어지면서 알 수 없게 됐다. 예산은 개인 후원, 단체 후원, 후원파티 등을 통해 마련해 가고 있다. 영화제의 자립을 위해(물론 자립되기는 힘들지만) 작년까지 무료영화제로 진행하던 것을 유료영화제로 진행하고 그 외 패키지, 스페셜 티켓으로 수익을 얻어 보려고 하는 상황이다."

현재 영화제의 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부터 비영리 단체들에게 지원되던 지원금이 없어지면서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운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영화제 사무국도 비켜 갈 수 없었다. 이런 재정 지원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기본적으로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기금 받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다. 자체 자립도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지만 쉽지 않다. 한국 상황에서는 더더욱 힘들다. 외국처럼 재단이 있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정 부분 수익이 나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문화 활동에 대한 시선-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문제없다-이다. 그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생할 수 없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먹고 사는 게 우선, 그 외의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로 미뤄진다. 그렇게 되면 나중은 없다. 빵과 장미 둘 다 필요하다.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정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얼마 전 인터넷 아고라에 청원이 올라왔던 것이 기억났다.

"(7월 13일 현재)300명이 넘었다. 500명이 넘어야 모금 심사에 들어간다. 심사기준의 시기도 중요하다. 빨리 500명이 넘어서 모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주변 분들에게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고 많이들 들어와 서명 해주셨으면 한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이는 것보다 실제적으로 영화제 사무국이 얼마나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있는지, 스스로의 자립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립을 위해 잠시 동안의 재정 지원과 관심이 작은 영화제를 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변화 위해 영상은 가장 큰 무기

이주노동자를 위한 영화제이니 만큼 한국의 현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영화제는 이주노동자의 축제의 장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문화적 접근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이주민이고 한국 사람조차도 이주민이다. 나 역시 경상도에서 이주해온 이주민이다. 서울의 문화가 짜증이 날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자신의 문화와 조금 다르다고 그것을 이상하게 보면 당하는 사람에게는 콤플렉스가 된다. 특히 이주민 같은 경우 자신의 나라에서는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도 문화가 틀린 곳에 가면 말수가 줄어 과묵해지고 주눅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또한 한국이 더 성숙하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한국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영화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상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고,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 속에서 왜 그렇게 힘들면서도 해마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문화적 접근은 느리긴 하지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영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다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최초로 매진되는 행운과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고, 관심 가져 주고 이주민에 대해 잘못된 것은 바르게 알아가고 모르면 더 많이 알아가면서 영화제를 즐겨 주셨으면, 그래야 영화제를 이어나가는 데 힘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쳤다.

짬뽕이 좋아!

처음 글을 시작할 때 썼던 '짬뽕이 좋아!'의 '짬뽕'은 그저 다국적 음식으로만 대표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함과 다름 속에서 하나의 어울림을 나타낼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음식인 것이다. 짬뽕은 정확하게 어느 나라 음식인지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맛있고 그래서 입이 즐겁고 자꾸 생각나는 음식이기 때문에 아무런 편견 없이 우리 문화 속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이렇듯 사람 사는 세상도 짬뽕과 같아지길 바라며 그녀는 이야기한다.

"한국사회도 짬뽕 같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다양함이 모였을 때, 더 맛있고 즐거워지는 사회. 짬뽕이 어디서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즐겁게 먹고 즐기는 것, 섞이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것도 물론 좋지만 새로운 문화가 만났을 때 더 좋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들으면 우스개 소리로 듣고 그냥 피식 웃고 넘어 갈 수 있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말 속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들을 많은 이들이 생각해봐야 하고 생각할 것이며, 또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 같다.

그녀의 바람처럼 힘들게 준비한 이번 영화제가 전일 매진되길 바라며 이번 영화제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가 성황리에 잘 치러지고 앞으로도 영화제가 계속 이어져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소희씨 이주노동자 영화제 프로그램/기술 팀장은
 2년간 RTV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회 이주노동자 영화제부터 참여하여 현재까지 이주노동자 영화제 프로그램/기술팀장을 맡고 있다.
첨부파일
영화제포스터.jpg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MWTV(이주노동자의방송(http://www.mwtv.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주노동자, #영화제, #MW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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