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용한 지방 학교에서 교육에 전념하던 교수와 직원들이 지금은 투사가 되었다. 사학비리에 무기력한 교과부 탓이다.
▲ 경북과학대 교수와 직원들 조용한 지방 학교에서 교육에 전념하던 교수와 직원들이 지금은 투사가 되었다. 사학비리에 무기력한 교과부 탓이다.
ⓒ 박선아

관련사진보기


예고되었던 폭우가 쏟아진 14일 오전, 경북 칠곡에서 올라온 경북과학대학 교수노조지회와 대학노조지회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북과학대학 비리와 책임자 처벌을 다시 한 번 촉구하기 위해 250여 일 지내온 농성천막을 잠시 벗어난 것이다.

경북과학대학은 지난 4년 동안 두 차례 교과부 감사와 다섯 차례 검찰수사, 두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무려 비리 47건이 적발되었고 이에 따라 67억 원에 달하는 재정적 환수조치를 당했다. 교비로 들어와야 할 학교기업 수익을 법인으로 빼돌리는 등 비리를 저지른 대학 설립자와 학장은 사법처리 되고 탈세추징금 수십억 원이 부과되었다.

하지만 경북과학대학 법인은 이후에도 교과부 감사 시정조치를 이행했다고 거짓으로 보고하고 다시 같은 방식의 비리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치 부패사학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비리를 고발한 교수들을 해임했다. 현재는 제재가 부당하다며 교과부를 상대로 오히려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종춘 교수노조 경북과학대학지회장은 이에 대해 "보통 대학이라면 과오를 뉘우치고 대학 정상화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경북과학대학 법인은 감독관청을 우롱하고 비리에 몰두하고서도 교과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비리에 관대한 사학법과 교과부의 허술한 지도감독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비정기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나오는 교과부 감사에서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시정하는 시늉만 하면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못하는 사학법의 실상을 꼬집은 말이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 대처가 너무 느슨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 12월까지 감사 결과 이행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도 있다고 말해 놓은 상태"라고만 답했다. 감독관청인 교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 셈이다.

CJ본사 앞 일인시위 모습. '경북과학대 비리 살찌우는 팻다운. CJ는 각성하라'는 문구가 보인다.
▲ CJ본사 앞 일인시위 CJ본사 앞 일인시위 모습. '경북과학대 비리 살찌우는 팻다운. CJ는 각성하라'는 문구가 보인다.
ⓒ 박선아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교수노조 홍성학 교권실장은 "교과부가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비리사학재단을 엄단할 수 있다. 그만한 권한과 통제력이 있다. 다만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교과부는 부패사학을 방조해 놓고 이제 와서는 비리가 있는 부실사학을 퇴출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결국 사학 경영자들의 범죄 때문에 애꿎은 구성원들만 피해를 입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경북과학대학 학교기업이 생산하는 다이어트 음료 '팻다운' 판매자인 CJ그룹 본사를 찾아 일인시위를 벌였다.

연간 90억원 매출을 올리는 '팻다운' 수익금이 학교가 아닌 법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인시위를 미리 알고 있던 회사 관계자에 의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저지당해 본사 정문 앞 도로변에서 일인시위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돈만 번다면 무엇도 상관없다는 대학법인과 기업 모두 조용한 학교에서 교육에만 전념하던 교수들을 투사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되새겨 볼만하다.


태그:#교수노조, #경북과학대, #팻다운, #사학비리, #교과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