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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정오. 교과부가 위치한 정부종합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 경남 마산에서 새벽부터 출발한 창신대학 교수노조지회 소속 교수들은 현수막을 펼치고 기자회견을 막 시작했다. 교과부에 창신대 강병도 총장과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대학 설립자인 강병도 총장은 1991년 개교 이래 혼자서 학장과 총장 자리를 독점해오며 대학을 마치 자신의 사유물처럼 관리해 왔다. 교내에 80평 관사를 지어놓고 살면서 등록금으로 마련된 학교 땅에 자신의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단을 조성하고, 그 땅을 자신의 딸에게 팔아 학교 부지를 가족 사유지로 만들어 버렸다.

 

또 캠퍼스 이전에 드는 법인부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비를 연구비 명목으로 교수들에게 지급한 후 법인통장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결국 강병도 총장은 지난 6월 24일 교비횡령으로 고등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실형을 선고 받았고, 창업보육센터를 건축한다며 이미 지어진 건물을 새로 짓는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만들어 중소기업청에 제출하고 중소기업청 지원금 5억 원을 빼돌린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강병도씨는 여전히 창신대학 총장이다.

 

반면 6년이 넘도록 대학 민주화와 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고발도 마다하지 않았던 교수들은 모두 해직되거나 징계를 당해 교단을 떠나야 했다. 2006년 김춘배 교수, 2007년 박영구, 이창석 교수, 2008년 김강호, 황창규, 박창섭, 이병희 교수가 재임용 거부되었고 2009년엔 교수노조지회 총무 조형래 교수가 파면, 지회장 김명복 교수가 정직 2월을 당해 교수노조 창신대학 지회 모든 교수가 해직되거나 징계를 당했다. 같은 기간 동안 30여명의 재임용 대상자들 중에 교수노조 소속 교수들만 탈락했으니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보복해직이다.

 

이 과정에서 교과부가 한 일은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신대학에 대한 2007년 종합감사도 교수들이 자료를 수집해 수차례 제보를 하고 나서야 겨우 이뤄진 것이다. 물론 결과는 애초 제보한 내용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관계자 처벌은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당시 감사 결과 전형료 2000여 만 원을 횡령한 것이 발각되어 해임처분을 받은 교무팀장은 대학 자체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처분으로 감경되어 정상근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교무과장으로 승진하였고, 중징계 다섯 건을 받은 강병도 총장의 징계 여부는 알 수조차 없다.

 

조형래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가 교과부 앞에서 풍찬노숙을 마다 않고 사학비리 척결을 요구해 온지도 3년이 지났다. 2007년 6월 일주일 동안의 1인 시위, 8월에는 종합감사를 요구하며 마산에서 서울까지 천리를 걸었다. 11월에는 24일 동안 1인 시위를 이어갔고, 2008년 7월에는 교과부 앞에서 노숙하며 감독청의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그 어떤 조치나 역할도 하지 않았고 수수방관 하는 사이 교수들은 하나 둘 교단에서 쫓겨 나갔다. 교수들의 해직과 징계가 반복되면서 학생들도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개입과 진상조사마저 게을리 하고 있다면 이는 감독청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비리를 제보해도 종합감사를 통해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분을 내림으로써 비리 당사자들에게 살길을 만들어 주는 교과부 감사 실태를 비판한 것이다. 사학비리에 엄정해야할 교과부가 오히려 현행 사학법의 맹점을 이용해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의심은 이런 데서 나온다.

 

창신대학 사태는 이미 지역문제가 된지 오래다. 시민단체들이 합세해 '사학비리 척결과 창신대학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를 꾸려 대학 측과 전면 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강병도 총장과 비리를 묵인해온 이사진 전원을 해임하고 즉각 임시이사를 파견하라고 교과부에 요구했으나 "우리가 할 일은 하겠다"라는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김명복 교수는 말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의 복직이나 명예회복을 교과부에 탄원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나름의 양심과 정의에 입각해 교수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우리가 싸워오면서 보았던 교과부의 행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도를 넘는 교권탄압과 비리와 부정을 자행하고 심지어 법원과 검찰로부터 유죄와 기소를 반복하고 있는 비리사학의 몸통을 왜 교과부는 이토록 방치해 두는 것인가? 비리와 부정이 하루하루 더해갈 수록 대학을 믿고 자식을 보낸 학부형과 학생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 가고 있음을 교과부 당국자는 정녕 알지 못한단 말인가?"


태그:#창신대학, #교수노조, #사학법 , #사학비리, #강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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