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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금호가 '빚'을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다시 금호가 매각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금호는 (이번)매각에서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금호가 '빚'을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다시 금호가 매각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금호는 (이번)매각에서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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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6개월을 돌아보면, 금호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곤 딱 잘라말했다. 기자가 '금호도 예기치 못한 금융위기로 (대우건설을 매각해야 하는) 억울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답이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동조합 위원장(45)의 표정은 담담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금호는) 대우건설을 사자마자, 대우빌딩을 내다팔았죠. 대우건설을 위해 쓰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죠. 또 약속을 뒤집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고... 풍부한 현금 자산과 부동산 등이 다 어디로 갔습니까."

어느새 그의 목소리 톤은 올라가 있었다. 1시간이 넘는 인터뷰내내 그의 답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재매각에 나선 것을 두고선, 안타까움보단 착잡함이 그의 말속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특히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006년 금호의 편법인수와 고가매각에 따른 재부실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2009년 6월 그들의 우려와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돼 버렸다. 지난 16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1관으로 그를 찾았다.

"금호는 완전한 주인이 아니다, 이번 매각에서 빠져야"

- 결국 금호가 다시 대우건설을 팔겠다고 했는데.
"금호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본다."

- '자격이 없다'는 뜻은.
"지난 2006년 6월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약속했던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다. (이번 재매각은) 이 돈을 감당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인수할 때 약속한 돈을 완전하게 해결 못했으니 (금호에게) 매각도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에 들인 돈만 무려 6조4255억 원. 대가로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지분 72.1% 넘겨받았다. 국내 1위 건설사에 대한 치열한 인수경쟁으로 매각 가격은 치솟았다. '실탄'이 넉넉치 않았던 금호는 이 돈을 마련하느라 국내외 금융기관에 손을 벌렸다. 대우건설 주식 39.6%를 담보로 내놓고, 이들에게 3조5000억 원을 빌렸다. 인수자금의 절반이 '빚'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금호가 '빚'을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완전한 주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다시 금호가 매각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며 "금호는 (이번)매각에서 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래도 (금호는) 엄연히 법적 대주주 아닌가.
"(잠시후) 금호는 이 문제에 손을 떼도록 돼 있었다. 7월까지 대우건설에 걸린 '풋백옵션' 계약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안 되면, 경영권과 함께 채권단에 모든 것을 넘긴다고 했다가, 6월 28일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 어차피 채권단에 넘어갈 것 같으니까, 직접 내다팔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 금호 스스로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안보이니까, 산업은행으로 회사를 넘기는 것을 막고, 직접 매각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신뢰가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8일 풋백옵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밝힌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8일 풋백옵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밝힌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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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는 왜 대우건설을 인수했을까?... "대한통운 인수 위한 지렛대?"

문제의 '풋백옵션' 계약은 금호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따로 맺은 이면 계약이다. 3년뒤인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주당 3만1500원을 밑돌 경우에 금호가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대우건설 주식을 그 값에 사준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주가가 떨어져도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게 된 셈이다.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1만3000원선. 이대로 가면 금호는 이들 기관에 4조 원의 돈을 물어줘야할 판이다.

이 때문에 금호는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작년에 대한통운까지 사들이면서, 위기설은 더이상 '설(說)'이 아니었다. 결국 대우건설 포기로 이어졌다. 다시 김 위원장의 말이다.

"2006년에 우리는 정부에 이야기했어요. 적정한 값에 매각하라고... 너무 비싸게 팔 경우에는 인수한 사람이나 인수 당한 곳 모두 부실로 가는 지름길이다고 했어요."

그의 예상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자산관리공사가 투기자본은 아니잖습니까. 자본금 규모가 넉넉치 않은 금호가 6조 원이 훨씬 넘는 돈을 대가며, 가져간 것 자체가 이상했지요. 정부는 오로지 고가매각으로 일관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올렸지만, 결국 이렇게 됐잖아요."

금호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인수했을까. 국내 건설사 1위 업체인 대우건설은 당시에 분명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대우빌딩 등 여러 부동산과 2조 원에 달하는 현금유동성 등.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는 기업인수 합병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론 골병이 들기 시작했다.

- 금호는 대우건설을 왜 인수했다고 보는가.
"(잠시 생각하다가) 그동안 금호가 했던 과정을 보면, 세간의 말대로 대우건설을 통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지렛대로 쓰지 않았나 싶다. 정말 대우건설을 존중하고, 발전시킬 마음이 있었는지 회의가 든다."

"빌딩 팔아치우고, 직원들 임금은 동결하고, 주주들은 돈잔치"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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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금호쪽에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하는데.
"(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금호는 대우건설을 사자마자 서울역의 대우빌딩을 매각했다. (빌딩을) 매각하면서도, 대우건설을 위해서 쓰겠다고 했다. 1조 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 가운데,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 등 단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 회사경영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인가.
"내부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대우건설을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가, 인수 이틀전에 말을 바꿔 인수전에 참여시켰다. 왜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주식 24%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 여기에도 '풋백옵션'이 걸려있어, 3~4년후 3000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왜 우리가 이 돈을 갚아야하나.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판단 때문에..."

그는 말끝을 흐렸다. 김 위원장은 "금호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오로지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빚'내서 회사를 인수하고, 이면계약의 덫에 걸려 대우건설의 미래를 위한 비전 제시나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회사가 주가를 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 않나.
"(고개를 흔들며)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지 않나. 배당금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올해 주당 250원 배당을 결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 원인데, 이것은 회사 영업이익의 32%에 해당한다. 국내 5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주주가치를 위해 배당하는것은 좋지만, 이익의 32%를 배당하는 것은 너무 과하지 않나."

김 위원장은 이어 "경기가 좋지 않아 내부 직원들은 성과급도 유예하고, 임금도 동결했다"면서 "회사를 편법으로 인수하다보니까, 오로지 올해 말까지 주가를 낮출수 있는 방안만 찾다보니, 유상감자와 고배당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유상감자와 고배당의 혜택은 박삼구 금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금융기관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고가편법 매각의 책임 져야할 정부와 금호가 다시 매각에 나서"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섰다. 금호의 대우건설 매각 발표후, 수도권을 비롯한 각종 건설현장에선 대우건설 이름 위에 붙었던 금호그룹의 상징인 '화살표 마크'가 사라지고 있다. 일부에선 과거보다 대우건설의 상품적인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국내 1위의 건설사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 현재 금호와 산업은행사이의 매각 방식과 규모를 두고 계속 회의가 진행중이다. 산은에선 주식 50%+1주, 금호쪽에선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39%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산은의 50%+1주 방식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리고, 금호가 나머지 22%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만약 금호가 39%만 판다고 하면, 투기자본쪽에 넘기고 뒤에서 경영권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자신들 지분 72% 모두를 다 판다고 하면, 말그대로 '손 털고 빠지는 것'이다."

-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잠시 생각한후)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주식 24%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인한 계약으로 3~4년후 수천억 원을 대우건설이 물어주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본다."

- 현재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우건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기업들이 그리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중엔 유동자금이 풍부하게 떠돌고 있다. 결국 투기성 자본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가 많다고 본다."

- 금호 입장에선 아무래도 자신들 매각 대금을 최대한 뽑으려고 하지 않겠나.
"(곧이어) 그럴 것이다. 돈만 많이 준다면 어떤 방법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산업은행에서 금호쪽 입장만을 받아들일 경우, 정말 건전한 기업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일부에선 대우건설의 사업부문을 쪼개서 팔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금호쪽에선 충분히 검토할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절대 그렇게 돼선 안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8일 풋백옵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밝힌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피스빌딩 신축공사 현장 앞에서 한 시민이 대우건설 조감도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8일 풋백옵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을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하기로 밝힌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피스빌딩 신축공사 현장 앞에서 한 시민이 대우건설 조감도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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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대우건설을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것 아닌가.
"(물 한모금을 마시며) 그렇다."

- 정부쪽에선 올해 안에 대우건설 매각을 마무리짓겠다고 하고 있지만, 만약 마땅히 인수할 회사가 없다면서 분리매각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대우건설이 이렇게 된 것은 애초에 정부가 투기자본화해서 (금호에) 매각한 것 아닌가. 쌍용차 사태를 보면 똑같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먹고 튀어버리고,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대우건설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

- 만약 최악의 경우 정부가 인수를 하라는 말인가.
"정부도 책임이 있지 않나. 만약 마땅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산은에서 대우건설을 관리하고, 2~3년 후 시장상황을 봐 가며 다시 매각 절차를 밟을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산은이 나서서 투기자본인 일반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의 말이다.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지난 10여 년동안 워크아웃이다, 매각이다 하면서 힘들어도 1위 건설사를 유지해왔던 것도 직원들의 희생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제 더이상 금호와 같은 편법적인 인수와 매각은 없었으면 합니다. 국가적 손실이죠. 건전한 자본을 가진, 건전한 기업이 나왔으면 합니다."


태그:#대우건설, #김욱동 위원장, #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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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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