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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4%였고 올해 4월 8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2.3%였다. 그리고 4.29 재보선 충남, 경북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1.3%로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았다. 한편, 4.29 재보선시 교육감 선거를 제외한 국회의원과 지방단체장 선거 투표율은 34.5%였고 국회의원을 뽑은 투표율은 40.8%로 예전의 재보선 투표율(2007년 4.25재보선 투표율 27.9%)보다 높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검역주권 파동을 겪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겠다는 의식은 높아졌으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촛불후보로 나선 주경복 후보는 그 힘을 흡수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촛불이 위기감을 부추겨 강남 학부모로 하여금 단결하게 하여 아쉽게 지고 말았다. 누구를 뽑아도 똑같을 것이란 체념에서 우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무상급식 정책 예산이 100% 삭감되는 것을 보면서 혼자 만으론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고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자사고, 국제고를 빌미로 한 부정부패를 보면서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의 교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촛불만으로 알 수 없었던 것을 지난 1년의 시간을 통해 배우며 성숙해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지금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깨닫고 반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직하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시민들의 힘이 결집되고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작은 비석의 글귀가 우리의 생활현장에 거리에 국회에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새겨지고 있는 그 희망의 자국을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25일 토요일 오후 3시 30분, 안국동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이해찬 전 참여정부 국무총리(이하 이해찬 총리)의 강연회가 있었다. 이 강연회는 유시민 전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이하 유시민 장관)의 팬클럽인 '참여시민광장'(http://usimin.co.kr, 이하 시민광장)이 2년전 유시민 장관을 대통령선거 경선후보로 내세우면서 창립한지 2주년이 되는 날 초청형식으로 열린 것이었다.

 

이해찬 총리는 유시민 장관과 학생시절부터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고 유시민 장관의 정치적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 결혼하기 전 한 집에 살기도 했고 유시민 장관의 독일 유학시 이해찬 총리가 국정업무로 독일 방문하면서 유시민 장관 집에 들르기도 했을 정도로 가깝고도 정치적 힘이 되는 동지이다. 둘은 2007년 대통합국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하는 라이벌이었기도 하다.

 

당시 참여정부의 성과를 이어가겠다던 또 한 명의 후보가 있었으니 바로 한명숙 전 참여정부 국무총리(이하 한명숙 총리)이다. 세 명의 경쟁으로 참여정부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조금 더 진실되게 알려지면서 흥행이 되었더라면 대선 판도가 더욱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민심은 참여정부에 대해 싸늘했고 다음 정권은 노무현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선긋는 사람이 되기를 더욱 원했다.

 

대선 패배후 탈당(이해찬 총리, 유시민 장관)과 18대 총선 낙선(유시민 장관, 한명숙 총리)으로 잊혀져 가던 세 사람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참여정부는 다시 재평가되고 두 총리의 국정운영능력을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리고 유시민 장관은 재평가와 그리움의 정도를 넘어 야당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대선주자가 되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친노진영의 신당 창당 또는 민주당 복당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49재가 지나면서 뭔가 구체적 행동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오지 않아 애타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 강연으로 뭔가 촉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얼핏 300명 정도나 되는 많은 시민들이 강연회에 참석하였다.

 

 

오늘 강연회가 여느 강연회와 색달랐던 것은 이해찬 총리의 팬클럽인 '대장부엉이'(http://cafe.daum.net/coolowl)카페 회원들의 참여였다. 유시민 장관의 팬클럽인 시민광장의 청년 회원들(유벗)은 연세대학교에서 유시민 장관의 누나인 유시춘씨의 강연회를 듣고 있어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젊은 여성들이 셋넷씩 모여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어가는 문에서는 이해찬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광장의 계간지와 이해찬 총리의 자서전을 카페 회원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팔고 있었다.

 

'대장부엉이'카페는 촛불 당시 플래시몹으로 잘 알려진 '소울드레서'와 '장발'과 '쌍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 주축인 이 세 카페 회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새롭게 결집하여 만들어낸 이해찬 총리의 팬클럽이다. 이들은 팬클럽 결성이후 강연회와 바자회를 치르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 강연회에도 많은 회원들이 온 것 같았다. 이해찬 총리에게 박수하고 환호하며 소리지르는 그들의 모습이 매우 신선했다. 이해찬 총리도 차가운 이미지를 소유한 그가 여성들과 민주시민들에게는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듯 강연 중간중간에 농담도 많이 섞어 웃음을 자아냈다. 시민광장과 대장부엉이가 연대한다면 2007년 경선 당시 두 후보가 경쟁하며 연대한 것처럼 아름답고 재미있는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 날 이해찬 총리 강연의 주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인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발언과 한명숙 총리의 민주당 게시판에 댓글이라도 달아달라는 당부편지와 맥이 닿아 있는 강연내용이었다. 미디어법에 묻혀 금융지주회사법도 함께 통과되면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과 언론권력까지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규제가 없으면 시장은 결국 독과점을 낳고 독과점은 곧 소비자주권과 국민주권에 대한 횡포이다. 그렇게 보수강자세력은 의회권력, 언론권력, 사법권력과 결탁하여 장기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보수세력의 힘이 우리보다 강하다고 분석하였다. 참여정부 시절 헌법재판소에서 행정수도이전을 위헌 판결한 것처럼 그들은 사법권력까지도 쥐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350억 기부는 곧 그들과 우리의 소유한 물적토대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하려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세상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자유롭지 못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해찬 총리는 그런 우리 세대를 모태자유세대(어머니 태속에 있을 때부터 자유로웠던 세대)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이명박 정부 3년 그리고 2012년 이후 2017년 다음 대선까지 그 사이 시간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간임을 당부해주었다.

 

2020년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이 노령화되기 때문에 우리 안의 개혁요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정착시켜야 함을 상기시켜줬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냥 대들고 열심히만 하면 안된다. 절실함을 가지고 행동하되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잘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란 우리가 내세우는 내용의 옳고 그름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생각이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성숙하게 대화해야 하고 연대해야 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국민들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감동을 줘야 한다. 

 

강자는 힘으로 지배하려지만 우리는 약자이기 때문에 연대해야 한다. 연대하고 경쟁해야 발전한다. 다 힘을 합쳐도 겨우 맞설까 말까인데 갈라지고 나눠져서 자기 목소리만 높이면 안된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국민들을 이해시켜야 힘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서로의 감정만 상한다.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어야 하지만 동지 마저 떠나보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찬 총리는 구체적인 당부를 시민광장에도 아끼지 않았다. 유시민 장관은 이제 온 국민이 주목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야당후보이기 때문에 시민광장에서 만들어내는 담론은 보편적이어야 하고 성숙해져야 하고 국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이겨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우리가 빼앗긴 것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친노'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우리는 가치공동체이다. 우리는 유시민 장관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그 가치로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면 열심히만 하지 말고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잘 해야 한다. 견해가 다른 사람과 함께 하여 우리의 것을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가치를 구현하고 국가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우리의 것을 버리고 연대해야 한다. 그래야 연대가 강고해진다.

 

이해찬 총리는 지난 10년의 여당시절 동안 좋은 여당과 좋은 언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하였다. 그 부분과 관련하여 깊이 반성해야 하고 반성해야 이길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친노신당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정치가 세상의 다가 아니고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음을 분명히 얘기해주었다.

 

지금은 우리가 정치에 모든 것을 맡길 시기가 아니라 성숙해지고 풍부해져야 할 시기이다. 투표는 시기가 있는 것이고 지금은 폭넓게 공부하고 토론하고 집약적인 실천을 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 시기는 친노신당 또는 민주당 복당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고 함께 연대하고 전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깨닫고 행동하는 지금의 이 흐름을 우리가 어떻게 살려가고 어떻게 이 흐름을 받쳐주고 수렴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몇 년동안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의 정치적 풍토는 미숙하다. 권력을 함부로 부리는 자가 그것에 대하여 진솔히 사과하지 않는다. 그들의 강심장과 물적토대는 우리보다 강고하다. 우리는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해찬 총리는 마지막으로 노무현 추모사업회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참여를 부탁하였다.

 

우리는 또 어쩌면 버릇처럼 누군가 나서서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고 이 강연회에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마음이 누군가를 다시 비명에 죽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유시민 장관이 이후에 어떻게 거취를 표명하든지 유시민 장관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맘껏 펼치려면 그 가치를 펼칠 수 있는 성숙한 풍토를 우리가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살아야 할 몫은 다시 우리에게 주어졌다. 

 

 

강연회를 마치고 서울역광장에서 하는 언론악법 원천무효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였다. 시민 1만여 명이 함께 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권력만 갖고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였지만 그 말은 곧 정치권력의 역할과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함께 모야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에 시민들이 힘을 실어줘야 할 시기이다. 힘을 실어줄 때는 충분히 실어주고 그 힘으로 인해 그 정치권력이 교만해지면 또 다르게 힘을 실어줄 방법은 그 때 되어서 고민하면 될 것이다. 정치가 더럽다고 욕만 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전략적으로 시기에 맞게 정당정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주의는 위기이지만 길게 보면 지금은 기회이다. 지금 시민들이 실어주는 힘을 야4당이 잘 받아안고 살려서 정치권력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참여시민광장의 회원이고 ID는 돌멩이입니다. 시국강연회 내용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 있습니다. 본뜻을 잘 못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되시는 것이 있으시면 예의를 갖춘 댓글 부탁드립니다.


태그:#이해찬, #유시민, #노무현,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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