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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이 도장 공장 안에서 점거 농성중인 남편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이 도장 공장 안에서 점거 농성중인 남편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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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시민들이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저녁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시민들이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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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29일 저녁 8시 40분]

공장앞 사랑방 차린 사람들... 이야기 끝은 언제나 한숨

"화장실이 말도 아니라는데, '일'을 제대로 보겠어?"
"그러게, 물이 안 나오니 그 냄새가 얼마나 심하겠어."
"아이고, 먹는 것도 없는데 '일'이나 보겠어요? 이 더위에 씻지도 못하고 어째...."

태양은 지고 어두운 저녁이 찾아왔다. 무더웠던 날이 선선해지면 종일 전쟁일 치른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도 짧은 평화가 찾아온다. 땡볕 더위 속에서 사측과 싸우고 경찰과 다툰 노조원 가족들도 한숨 돌리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야기의 주제는 공장 안에 있는 가족들이다. 밥은 먹었는지, 물도 나오지 않는 공장에서 용변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며칠째 씻지 못하는 몸은 얼마나 답답할지.... 이야기의 끝은 언제나 한숨이다. 하지만 노조원 가족들에겐 동병상련인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이 시간이 큰 위안이다.

공장 안에 머물며 두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 때문에 나온 김모(62)씨는 "집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여기 나오면 '동지'들이 있어 든든한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 바로 앞 1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비해고 노동자들이 앉아 있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공장 정문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의 눈빛에도 피곤이 가득하다.

공장밖 의료진들 "누구라도 치료해야... 내일도 찾아올 것"

해는 졌지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의료진들도 쉽게 공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의사의 윤리 등을 이야기하며 오늘 하루를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주 들어 매일 공장을 찾아와 "환자를 치료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형석 의사는 말했다.

"강자가 길을 막아 약자들의 몸을 치료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몸이 아프면 누구나 진료를 받아야 하고, 의사는 그 어떤 누구라도 치료를 해야 한다. 내일 다시 찾아와 환자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호소할 생각이다."

임 의사는 "강자에 의해 약자의 진료가 막히는 선례가 남으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선례가 남으면 앞으로도 계속 약자의 진료 선택권이 강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 50여 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노조원 가족 등과 함께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공장 앞에서 오늘밤을 보낼 예정이다.

공장 안 노동자들과 공장 밖의 노동자, 그리고 비해고 노동자들은 모두 다시 태양이 떠오르면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5신 : 29일 오후 6시 45분]

노동자들 식수반입 끝내 무산... "공권력 투입때 제대로 싸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최루액인 섞인 물대포를 뿌리며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최루액인 섞인 물대포를 뿌리며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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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다가 한 학생이 경찰 헬기에서 투하된 최루액 봉지를 뒤집어 써 괴로워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다가 한 학생이 경찰 헬기에서 투하된 최루액 봉지를 뒤집어 써 괴로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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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 위로 경찰헬기가 지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도장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 위로 경찰헬기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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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쌍용자동차 농성장으로 식수를 들여보내려는 노동자들은 평택공장 500m 앞에서 발길을 돌린 채 결국 해산했다.

이날 경찰 진압에 밀려 뿔뿔이 흩어졌던 노동자들은 오후 6시께 법원사거리에 모여서 대오를 정비하고 정리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에서 회의를 한 뒤 "일단 오늘은 평택 시내를 행진하며 선전전을 하고 평택역에서 해산한다"고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공권력이 투입될 때 제대로 싸우자"면서 이해를 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경찰에 밀려 그대로 후퇴했고, 이 과정에서 27명의 노동자가 연행됐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우리가 오늘 집회에서 고생을 했는데 안에 있는 쌍용차 동지들은 70일 가까이 물도 없이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경찰 최루액을 맞으면서 다소나마 빚을 갚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헬기 바람이 거셌지만, 우리는 쌍용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고, 노동자들은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4신 보강 : 29일 오후 6시 10분]

경찰, 물대포 동원 민주노총 해산작전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행진하다가 한 시민이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행진하다가 한 시민이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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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다가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맞아 괴로워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다가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맞아 괴로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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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으로의 행진을 가로막고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3000여 명은 쌍용차 공장 정문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삼익아파트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후 4시 50분경 물대포 두 대를 앞세우고 곧바로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집회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 방송도 없이 곧바로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시위대에 발사했다. 이후 전경 약 500여 명이 곧바로 시위대를 향해 달려 들었다. 시위대는 순식간에 흩어지며 뒤로 후퇴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맨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물대포를 흠뻑 뒤집어썼다. 강 의원은 두 눈을 감고 고통스런 표정을 지은 채 계속 자리를 지켰다. 뒤늦게 강 의원을 발견한 경찰은 "국회의원 있다!"고 외치며 강 의원을 '보호'했다.

시위대는 계속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법원 사거리까지 밀렸다. 경찰 헬기는 계속 저공비행로 이들을 뒤쫓으며 공중에서 최루액이 든 비닐봉지를 투하했다. 이 때문에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최루액을 뒤집어 쓰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는 평택 시민들 역시 기침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고통을 겪었다.

순식간에 '성공적으로' 해산 작전을 마친 경찰은 현재 일부 병력을 법원 삼거리에 남겨두고 쌍용차 공장으로 돌아갔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대부분 흩어졌고 조합원 약 500여 명은 평택 법원 사거리 평택역 방면 왕복 6차선 도로를 모두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3신 : 29일 오후 4시 20분]

헬기의 최루액에도 멈추지 않는 행렬... "공장 안으로 물을 가져다 줘야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법원삼거리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자 경찰 헬기가 저공비행하며 강한 바람을 일으켜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법원삼거리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자 경찰 헬기가 저공비행하며 강한 바람을 일으켜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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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다가 경찰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가 투하되자 몸을 피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다가 경찰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가 투하되자 몸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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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가 투하되자 몸을 피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벌이다가 경찰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가 투하되자 몸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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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 40분,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경기도 평택 법원삼거리에 경찰 헬기 1대가 떴다. 이날 집회를 불허한 경찰은 현장을 원천봉쇄하진 않았지만, 헬기가 저공비행하는 현장에서 집회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 50분께 본대회를 포기하고 쌍용차 평택공장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지만, 헬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회 선두를 따라가며 10여 개의 최루액 봉지를 투하했다. 현장 일대가 매캐한 공기로 가득차 목이 따거운 상황이지만, 참가자들은 "공장 안으로 물을 가져다 줘야 한다"면서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상 30m 위에 저공비행을 하는 헬기의 위력은 대단했다. 무대 위 발언이나 참가자 3000여명의 구호, 투쟁가는 헬기가 내는 굉음에 완전히 묻혔다. 서 있기도 힘든 프로펠러 바람에 길가의 나무, 신호등과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흔들릴 정도였다. 참가자들의 손피켓, 모자, 전단 등이 날아갔고, 흙먼지 때문에 눈도 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의대회가 중단되기 전 임성규 위원장은 "최근 언론에서는 이탈자가 늘어나 농성자가 6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점검해본 결과 800명이 넘었다"면서 "그러나 이 중 200여 명이 병원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전했다.

이정아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당이나 단체들이 놓고간 생수를 가지고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는데 평소에는 귀엽게 봤을텐데 '아빠는 저 물이 없어서 고통을 받는데 왜 이렇게 철이 없나'는 생각에 유치원 다니는 6살 꼬마에게 자꾸 짜증을 낸다"면서 농성장 내 식수 반입을 요구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도장 공장 위로 경찰헬기가 지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도장 공장 위로 경찰헬기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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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대표자들이(오른쪽)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에게 먹을 물과 음식물, 의약품 전달을 시도하다가 쌍용자동차 직원들로부터 저지되고 있다.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대표자들이(오른쪽)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에게 먹을 물과 음식물, 의약품 전달을 시도하다가 쌍용자동차 직원들로부터 저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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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9일 오후 3시 10분]

"너희들은 평생 해고 안 당할 것 같아?"

"너희들은 평생 해고 안 당할 것 같아? 함께 밥 먹으면서 일했으면 같이 싸워야지 바보 이게 무슨 짓이야!"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저 쪽으로 가서 좀 쉬세요! 날도 더운데 시끄러워서..."
"뭐야, 이놈아!"

백발이 성성한 칠순의 김모 할머니는 오늘도 쌍용차 공장 정문 앞에서 '한 바탕' 했다. 김 할머니는 불볕더위에 공장 안에서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시고 씻지도 못하는 아들이 걱정이다. 그래서 공장을 봉쇄하고 있는 비해고 노동자들만 보면 화가 난다.

김 할머니가 공장 앞을 서성이기 시작한 건 식수와 가스 등이 끊긴 지난 주 월요일부터다. 김 할머니처럼 지금 쌍용차 공장 주변을 서성이는 나이든 부모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점거 농성 초기에는 노동자 아내들이 많았지만, 점차 노인들도 가세하는 추세다.

물론 그 수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경찰과 회사 측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식량과 물은 들여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다. 29일에도 쌍용차 공장 앞에서는 이들 노인들과 사측 직원들의 실랑이가 쉼 없이 벌어졌다.

오후가 되면서 쌍용차 정문 앞에는 약 100여 명의 비해고 노동자들이 나와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어깨에는 '정상조업'이 적힌 리본이 달려 있다. 이들은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노조는 옥쇄 파업을 풀고 나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비해고 노동자들은 연좌 농성을 벌이며 해고자 가족의 공장 진입을 막는 임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식수와 식량 공급을 차단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사진을 찍으면 거칠게 항의를 하기도 한다.

쌍용차 공장 앞은 몸싸움과 말싸움의 연속이다. 비해고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 가족이 싸우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경찰이 언성을 높인다. 뜨거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장기 투쟁의 피로 탓인지 사람들은 서로 조금만 건드리면 거친 감정을 드러낸다.

이날도 "물과 음식물, 의료진의 공장 진입을 허용하라"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정당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미 용산에서 6명이 죽었는데, 더 이상 선량한 국민이 죽어나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쌍용차와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대한 적대행위를 거두고 물과 음식물, 의약품을 공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와 사측이 노동자를 죽이고 노조를 고사시키려 한다면 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택 쌍용차 공장 위의 하늘에서는 구름 없이 땡볕이 내리쬐고 있다. 공장 정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공장 주변의 많은 병력은 평택 법원 삼거리 쪽으로 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이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에게 의약품 전달을 하기 이동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에게 의약품 전달을 하기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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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대표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 촉구와 조합원들에게 먹을 물과 음식물, 의약품 전달을 요구하고 있다.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대표자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사태의 평화적 해결 촉구와 조합원들에게 먹을 물과 음식물, 의약품 전달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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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29일 오전 10시 40분]

'애국가' 대 '불나비', 평택의 아침이 밝았다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는 하루종일 산발적으로 싸움이 이어지지만, 29일 오전 현장은 아직 조용하다. 채권단의 파산신청을 앞두고 노사가 물밑 대화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전 10시께 현장에는 다시 경찰 헬기가 떴고, 사측은 윤도현밴드의 <애국가> 등을 틀었다. 매일 사측은 선무방송으로 여러 가지 가요와 사측 홍보선전을 내보내고 있다. 10분 뒤 농성 노동자들이 모여있는 도장공장 스피커에서도 '불나비' 등 투쟁가가 흘러나왔다.

이 시간, 송명호 평택시장과 시의원들 10여 명은 공장을 방문해 '평택쌍용자동차사랑운동본부' 명의로 "노사 강경대립으로 인근 유치원·이미용업소가 휴업하는 등 지역경제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노조에는 "옥쇄파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사측에는 "상생의 정신으로 대화하라"고 당부했다. 이 곳에서는 매일 예고없이 기자회견이 이어진다.

오후 민주노총 결의대회 불허... 충돌 불가피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정문을 봉쇄하고 외부인과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정문을 봉쇄하고 외부인과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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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경찰들이 특수 제작된 방패벽으로 전진 배치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경찰들이 특수 제작된 방패벽으로 전진 배치해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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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사측이 선무방송으로 가요와 사측 홍보선전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사측이 선무방송으로 가요와 사측 홍보선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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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앞에는 경찰 50여명이 방패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데 여경도 전투복장을 갖춘 것이 눈에 띈다. 쇠사슬로 걸어잠근 정문 안에는 경찰과 함께 '정상조업' 리본을 가슴에 단 사측 비해고자 노동자들이 모여있다. 바로 앞 도로에는 생수 40상자가 놓여있다. 전날인 28일 민주당·민주노동당·시민사회단체가 농성장 안으로 들여보내려던 식수 중 일부다.

평택경찰서 측은 정문 앞에 입간판을 세워 "쌍용차 점거 농성자들이 볼트 및 너트를 발사하여 인명 피해 및 차량손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방을 위하여 정문 주변 보행·주행을 통제하오니 교통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고 알렸다.

공장 정문에는 사측 비해고자 노동자들이 내건 "장기파업은 대량학살이다" "우리는 진정 일하고 싶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도장공장을 향해 새총을 발사하는 사측 용역직원들의 모습이 보도된 뒤에는 "노동조합 나팔수 MBC는 자폭하라"는 피켓도 붙었다.

정문 뒤로 보이는 본관에는 사측이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믿습니다"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그 뒤 도장공장에는 농성 노동자들이 "대화를 안 하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라는 글씨를 건물 외벽에 적었다.

지난 27일 쌍용차 노조는 도장공장 옥상에서 스피커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뒤 사측은 정문 위로 까만색 그물막을 쳤다. 이 때문에 이제 정문 바로 앞에서는 도장공장 옥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공장 앞 인도에는 가족대책위는 물론 취재진들의 임시 프레스센터 천막과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농성 천막이 늘어서있다. 가족들과 민주노동자 당직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바람이 불어 선선한 날씨였는데, 29일은 오전부터 햇볕이 쨍쨍하다. 천막 안에서는 물론 인도에 앉아있는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계속 부채를 부치거나 물을 마시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식수가 없는 공장내 농성자들에게도 이날은 긴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대표자들이 식수반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다시 열고, 이어 오후 3시에는 민주노총이 평택 법원 삼거리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집회금지 통고를 내렸지만, 민주노총은 예정대로 대회를 열고 경찰이 봉쇄할 경우 곧바로 행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송명호 평택시장과 한인희 쌍용자동차사랑운동본부 공동의장이 사측 관계자(왼쪽)에게 평택 시민 17만여명으로부터 서명 받은 '쌍용자동차 정상화 촉구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송명호 평택시장과 한인희 쌍용자동차사랑운동본부 공동의장이 사측 관계자(왼쪽)에게 평택 시민 17만여명으로부터 서명 받은 '쌍용자동차 정상화 촉구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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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정상출근해 업무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경찰의 대치사태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정상출근해 업무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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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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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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