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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의 스머프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황토로 지어진 양옥집에는 방2개, 큰 거실이 하나, 부엌과 화장실, 다락방이 하나 있었다. 처가 식구 10여명이 함께 머물기에도 좁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큰 규모였지만, 욕실을 겸한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약간은 불편했다.
         
자연생태공원
▲ 문경 자연생태공원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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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냉난방 시설과 방충망, 동편으로 훤히 보이는 전망과 함께 10채 정도 되는 개개의 집들이 거리를 두고 지어져 있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오리고기를 구워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대구탕을 준비하여 술을 한 잔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는 주로 과일과 오징어, 쥐포를 먹으면서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과 담화를 나누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연우랑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별로 덥지 않은 날씨에 황토집이라 잠도 잘 왔다.
        
자연생태공원
▲ 문경 자연생태공원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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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나 인근에 위치한 야생화단지로 산책을 갔다가 돌아와 오리탕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욕실이 하나 밖에 없어서 시간이 걸렸지만, 모두들 쉬면서 천천히 볼일을 봤다. 

오전 10시 나와 손위 동서가 미리 준비해온 텐트와 침을 챙겨, 가장 먼저 새재 입구에 있는 유스호스텔 앞 개천가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 점심은 이곳에서 먹고 인근을 둘러본 다음 저녁에 처가에 가서 잠을 청할 예정이다.
              
문경새재에서 개울에서 놀고 있는 연우
▲ 문경 문경새재에서 개울에서 놀고 있는 연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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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자리를 잡으니 연우는 신이 나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갔던 문경사계절썰매장에 가려고 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그냥 개울에 들어간 것이다. 물이 깊지도 않고 맑아서 부모들과 동반한 아이들이 아주 많았다.

물놀이를 하다가 힘들면 수박을 갈라 먹기도 하고, 미리 준비해 온 옥수수를 먹기도 했다. 나는 더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뒤적이다가 어제 먹다가 남은 오징어와 쥐포를 구워 먹기도 했다. 어린 연우가 자꾸 아이스크림을 찾아 인근 가게에 다녀오기도 했다.
            
자연생태공원
▲ 문경 자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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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우리 가족은 2007년 조성된 자연생태공원과 새재 입구를 지키고 있는 옛길박물관으로 갔다. 연우의 교육을 핑계 삼아 더위를 피하고자 박물관으로 들어간 이유도 있다.
    
자연생태공원
▲ 문경 자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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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공원은 1만 2천여 평의 대지 위에 습생초지원, 분수광장, 생태습지, 생태연못, 건생초지원, 야생화원 등을 갖추고 있으며, 교목, 관목, 초화류 등을 포함하여 175종 206,895본을 식재하고 있는 곳으로 꽃사슴과 타조, 공작 등 동물도 22종이 있다.
     
숲 생태 해설가 강상률 선생
▲ 문경 숲 생태 해설가 강상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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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자연생태공원 초입에 있는 안내소에 들러 홍보비디오를 관람한 다음, 문경시의 숲 생태 해설사인 강상률 선생으로부터 공원 안내와 함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강 선생은 시를 쓰는 시인이며, 3년 전까지는 인근 봉화군의 청옥산자연휴양림에서 숲 해설을 하다가 가족이 있는 문경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름은 잘 모르고 그저 예쁘기만 한 꽃의 본명과 나무의 성질 등에 대하여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나이가 들면 인생 2모작으로 숲 생태 해설사 일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에 위치한 습지와 분수광장, 연못을 둘러 본 후, 건생초지원에 살고 있는 꽃사슴을 보고서 옛길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자연생태공원의 꽃사슴
▲ 문경 자연생태공원의 꽃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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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박물관은 조선시대 한반도를 가르는 다양한 길과 문경의 풍물을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아주 깨끗한 2층 건물로 되어있다. 예전엔 입장료를 받았는데, 국 도립공원 입장료 제도가 없어진 다음부터는 무료개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1층 우측 전시실에는 문경지역을 촬영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고, 좌측부터 2층 전관은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길에 대한 설명과 모형도, 문경의 역사 유물, 풍물에 대한 자료가 아주 잘 전시되어 있었다. 너무 시원하여 우리 가족은 피서 온 기분으로 아주 천천히 둘러보았다.

박물관을 둘러 본 이후 산책을 더 하다가 텐트로 이동했다. 더운 날씨라 연우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여벌의 옷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지만, 아직 어린 연우를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경시 신기동의 틀모산 연못, 연꽃이 아름답다
▲ 문경 문경시 신기동의 틀모산 연못, 연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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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히 연우가 벗어 둔 젖은 옷가지를 수돗가 세면장에서 빨아 양지바른 곳에 널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 마를지 의문이었지만.

한참을 더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처가 인근의 송어횟집으로 갔다. 회6인분에 야채와 매운탕을 겸하니 10명이 넘는데도 거뜬히 먹을 수 있었다. 값도 싸고.

식사를 마친 후 커피 한잔을 하면서 잠시 쉬다가 신기동에 있는 처가로 행했다. 신기동 틀모산 아래에 위치한 처가 동네는 원래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는데, 마을 중심부에 젖소를 키우는 농가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악취가 많이 나다가 근래에 한우로 개종을 하면서 냄새는 줄었지만, 마을 아래에 위치한 2천평 규모의 연못이 더러워져 지저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우로 축사를 바꾼 이후 냄새와 파리 떼가 줄고, 연못에 연을 많이 심어 물도 맑아졌고, 꽃이 너무 예뻐서 지역의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문경시 신기동의 틀모산 연못에 핀 연꽃
▲ 문경 문경시 신기동의 틀모산 연못에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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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집사람과 연꽃 사진을 찍은 다음, 처가로 갔다. 연못을 지나 마을 안쪽에 위치한 처가는 북향이라 습하기는 하지만, 동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터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문경문화원 내의 향토사연구소장을 지내신 장인어른은 팔십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도 문경지역 역사를 연구하거나 한문으로 된 고전을 번역하는 일로 바쁘게 보내고 계신다. 고집스러운 장인어른과 함께 사시는 장모님은 명절과 휴가 때면 7남매의 뒤치다꺼리로 늘 정신없이 보내고 계시는 시골 할머니다.
         
문경시 신기동 틀모산 처가, 마당 연못에 핀 연꽃
▲ 문경 문경시 신기동 틀모산 처가, 마당 연못에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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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은행 다니는 큰처남은 휴가를 낼 수 없다고 하고, 노르웨이에서 조선소에 근무하는 둘째 처남은 부인과 대학생인 아들, 딸이 노르웨이를 거쳐 유럽으로 피서를 가서 한국에 돌아올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서울에서 증권사에 근무하는 셋째 처남은 가족들과 함께 내일 오후에 내려온다고 한다.  


태그:#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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