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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보아도 고운 선, 아름답고 넉넉한 품...
▲ 용눈이 오름... 어디서 보아도 고운 선, 아름답고 넉넉한 품...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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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갇힌 돋오름

언제나 코스는 똑같다. 서귀포시 모구리 야영장에서 나가면 일단 성읍민속마을까지 간다. 모구리야영장이 구석진 곳에 들어가 있으니 성읍민속마을로 나가서 1119번 도로를 가다가 97번 도로를 갈아타고 간다. 성읍민속마을과 모구리야영장의 거리는 차량으로 약 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적해서 좋은 97번 지방도... 대천동 사거리에서 오른쪽 1112번 도로로 접어든다. 97번 도로나 1112번 도로 모두 한적해서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안개낀 아침, 삼나무길도 안개에 갇혀 있어 시야가 흐리다. 넓게 열린 도로 양 옆에 높이 도열한 삼나무 길은 언제 보아도 좋다. 1112번지방도를 계속가면 비자림이 나온다.

송당사거리에서 우회전 1136번도로로 접어든다. 송당마을 안 세화 송당 공인중개사를 끼고 좌회전 1136번 도로를 버린다. 안개 낀 한적한 길 계속 이어지고 돋오름(287m) 앞 도착했다. 어제도 비가 왔고 오늘 아침 역시 숲이 젖어 있는데다 안개 자욱해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오름 등반을 하고 싶다는 남편 따라 하는 수 없이 나왔지만 마음이 썩 끌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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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눈이오름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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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오름은 처음 만나는 오름이다. 보통의 오름처럼 풀과 잔디로 되어 있어 사방이 탁 트인 그런 오름이라면 좋겠지만 돋오름은 밑에는 키가 큰 삼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 서 있고 그 위에는 키를 넘는 소나무와 웃자란 풀들로 되어 있고 정상 부위에만 초본들로 되어 있는 오름이다.

비자림 서남쪽으로 이어져 있는 돋오름은 풍만한 산채를 이루며 산정부에서 북동쪽으로 얕게 골이 패여 있는 원형분화구(화구깊이45m, 화구둘레 약1km)를 갖고 있는 기생화산체로 비자림 뒷산에 해당 한다고 입구에 적혀 있다. 돋오름 정상에 오르면 비자림의 전구간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표고는 284m, 월드컵 축구장을 닮은 원형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멀리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은 오름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 아무도 돋오름을 찾은 이가 없다. 안개에 갇힌 들판이 주변에 펼쳐져 있다. 돋오름 등산로를 따라 숲에 들어선다.

젖은 숲 젖은 길엔 삼나무들이 높이 서 있다. 몇 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삼나무 길 그치고 온갖 나무들과 낮은 풀들이 함부로 웃자라 있다. 탐방로를 따라 높이 올라갈수록 나무나 풀의 키가 점점 낮아진다. 오름 정상에 올랐으나 분화구도 보이지 않고 오름의 형상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안개에 갇힌 오름, 주변의 산과 들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뿐이다. 오전 10시 15분, 다시 내려간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25분, 하산하고 나서야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용눈이오름... 너만한 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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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눈이 오름...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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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라고 다 같은 오름일 순 없다.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오름을 돌다보니 문득 용눈이오름이 보고 싶어 눈에 아른거린다. '너만한 것도 없다'고 절로 말하고 싶어진다. 작년에 한 번 만났지만 역시 마음을 끄는 것은 용눈이 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이나 아끈다랑쉬오름에서도 멀리 조망되던 용눈이오름... 어디서 보아도 용눈이 오름은 그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선에 보는 장소와 각도, 시간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다. 제주도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오름은 36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지만 아직 몇 개밖에 올라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만났던 오름 중에 누가 뭐래도 용눈이 오름이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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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눈이 오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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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봉과 이웃해 있는 용눈이오름은 길머리에서 바로 차를 세우고 바로 올라갈 수 있어 정상까지 이르는 시간이 10~15분이면 넉넉하다. 정상분화구를 도는 시간 역시 10분이면 충분하다.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 면적 40만 426m₂인 용눈이 오름은 '산 정상부는 북동쪽의 정상을 중심으로 세 봉우리를 이루고, 그 안에 동서쪽으로 다소 트여 있는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전체적으로 산체는 얕은 분화구가 세 군데로 움푹 패여 있는 형태'이다. '오름'이란 자그마한 산을 뜻하는 제주특별자치도 방언으로 개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 형태를 갖추고 있는 한라산 산록의 기생화산구를 의미한다. 순전히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용눈이오름은 제주의 숨은 보물 중의 보물이다.

...분화구...고운 선...
▲ 용눈이오름 ...분화구...고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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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오름을 올라 본 뒤 더욱 좋아하게된 용눈이 오름, 고 김영갑씨가 왜 20년 동안 용눈이오름만 찍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듯하다. 오늘은 지난번에 올랐던 들머리 반대편 '용눈이오름로'라는 바위 표지판까지 있는 오름로를 따라 간다. 호젓하고 친절하게 배려한 탐방로가 나 있는 길이다. 11시 정각이다.

관광버스와 몇 대의 자동차가 길 가에 서 있고 길게 줄을 지어서 탐방로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키 큰 나무 하나 없는 초본식물와 잔디로만 이루어진 용눈이오름 오르는 길엔 7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분화구 앞에 도착하니 11시 10분이다. 분화구 앞에서 분화구를 중심으로 오른쪽 능선을 따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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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눈이 오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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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바라본 다랑쉬 오름...
▲ 용눈이 오름... 에서 바라본 다랑쉬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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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혹은 멀리서 제법 여러 사람들이 오름길 둘레를 걷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오름 능선길... 하지만 용눈이오름은 언제나 그대로 인 듯 부드럽고 섬세하고 넉넉하고 고운 선과 면을 보여주며 느긋하게 햇살도 바람도 받아들이고 있다. 잔디밭엔 보랏빛 엉겅퀴꽃, 개민들레꽃이 낮게 피어 지천이다.

보랏빛 엉겅퀴 꽃의 도발과 작고 아련한 미소가 흩뿌려져 있는 샛노란 개민들레꽃... 이들은 가만히 눈길을 아래로 떨어뜨려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허리를 숙이고 발아래를 지긋이 바라보아야 잘 보이는 꽃이다. 높이 고개 들어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바람도 역시 그렇다. 귀를 세우고 가만히 들어야 바람의 소리, 바람이 풀잎에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용눈이오름은 몇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을까.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며, 아침과 낮과 저녁... 시간에 따라 그 표정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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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눈이 오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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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하고 넉넉한가 하면, 섬세하고 부드럽고 신비롭다. 하지만 그 어떤 표정 속에서도 부드럽고 고운 선과 면, 넉넉한 모성은 내비친다. 어디서 보아도 부드러운 곡선, 그 여유와 신비에 싸인 모습은 여전하다. 용눈이오름은 언제 보아도 마음을 끈다.

고운 능선길을 한바퀴 빙 돌아 오름 정상으로 향한다. 하늘 위엔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하늘 길이 열려 있다. 세상에, 아침엔 언제 흐렸었냐는 듯 하늘은 시침 뚝하고 있다. 11시 25분 용눈이오름 정상에 도착,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용눈이오름 정상에 올라보니 넓디넓게 펼쳐진 벌판이 사방으로 조망된다. 우도와 성산일출봉, 아끈다랑쉬와 다랑쉬오름, 돋오름, 손자오름, 거미오름, 높은오름... 모두 한눈에 조망된다. 바로 앞에는 용눈이오름길 옆에 말 방목지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과연 용눈이오름이다.

부드럽고 풍만하고 우아하고 너그러운 능선을 간직한 용눈이오름을 뒤로하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뒤돌아 올려다보면 여인의 젖가슴을 비스듬한 각도에서 보는 것처럼 봉긋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게 솟아 있는 것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느긋하게 걸어가는 길, 어느새 한꺼번에 몰려들었던 사람들 썰물 빠지듯 다 빠져나가고 텅 빈 오름 하산 길엔 남편과 나 두 사람만 남았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 풀벌레 소리, 살랑거리는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이 고요한 벌판 한가운데를 평정하고 있다. 용눈이오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낮 11시 55분이다.

문득 이 텅 빈 길이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따가운 여름햇살 쏟아지는 한가운데서의 고즈넉함이라... 용눈이 오름도 사람 발길 끊기고 나면 조용히 어둠 속에 침잠하겠지. 가만가만히 고독 속에 잠길 것이다. 한 낮이 지나고 저녁이 돋아나고 별이 눈을 뜨는 시간에도 깊은 고독 속에 가만히 엎드려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용눈이오름, #돋오름,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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