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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곱고 예쁜꽃 보셨나요? '홍화랑'
 이렇게 곱고 예쁜꽃 보셨나요? '홍화랑'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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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예쁘기도 해라, 무궁화 꽃이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네."
일요일 아침, 서울 성동구 마장동 교회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는 길가에 무궁화 꽃이 함초롬히 피어나 있었다. 수많은 꽃들 중에 어여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래도 무궁화 꽃은 정말 예쁜 모습이었다.

"무궁화가 어느 나라의 나라꽃인 줄 아세요?"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 두 사람이 무궁화 꽃을 바라보며 예쁘다고 잠깐 멈추어 섰다. 아주머니들에게 무궁화가 어느 나라 국화인 줄 아느냐고 물으니 "우리나라 꽃이잖아요?" 하며 샐쭉 눈을 흘긴다.

무궁화꽃에 반한 아주머니들
 무궁화꽃에 반한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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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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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우리나라 국민 중에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인 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무궁화가 어느 나라의 나라꽃인 줄 아느냐고 물었으니 기뿐이 나빴을 것이다. 그럼 무궁화가 언제부터 우리나라 국화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

오랜 옛날부터 우리민족이 사랑하고 좋아했던 꽃

역사학자 이홍직(1909∼1970)에 의하면 "무궁화는 구한말부터 우리나라 국화가 되었는데 국가나 어느 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옛날부터 '근역' 또는 '무궁화 삼천리'라 한 것으로 보아 선인들도 무궁화를 몹시 사랑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록물인 1928년에 발행된 '별건곤 3권 2호'에는 '조선산 화초와 동물'편에 "조선민족을 대표하는 무궁화는 개화기가 무궁하다고 아니할 수 없을 만큼 참으로 장구하며, 꽃 모양이 엄연하고, 미려하고, 정조 있고, 결백함은 실로 민족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각 민족을 대표하는 꽃이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궁화 꽃같이 모양으로나 질적으로 적합한 꽃은 볼 수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기록들에 비추어 볼 때 무궁화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많이 심고 가꾸었을 뿐 아니라, 우리 민족성을 잘 나타내는 꽃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사를 알아볼 수 있는 '단기고사'에도 무궁화를 '근수'라고 기록해 놓고 있으며, '환단고기'에는 '환화'와 '천지화'로 기록되어 있다.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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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고 있는 '눈보라'
 피어나고 있는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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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의 고대지리서인 '산해경'과 '고금주' 에도 우리 한반도가 무궁화가 많은 지역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고대와 중 근대사를 살펴보아도 무궁화가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많이 자생하고 있었으며 조상들로부터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민족과 함께 일제의 수난을 견뎌낸 무궁화

그러나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가 항상 백성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조 말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었을 때부터 36년간의 일제식민통치기간 동안 우리 무궁화는 서러움을 당한 백성들처럼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일제는 우리나라 백성들이 오랜 동안 민족의 꽃으로 사랑해온 무궁화가 독립의식을 고취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될까봐, 삼천리 방방곡곡에 꽃피운 무궁화를 베어내 버리는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1945년 광복을 맞았을 때는 전국 방방곡곡에 흔하게 피어있던 무궁화 꽃이 보기 드문 꽃이 되고 말았다. 해방 후 정부와 뜻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 심기와 보급에 앞장서 많은 무궁화 꽃나무들이 심어졌다.

폭염 속에 흐드러진 무궁화
 폭염 속에 흐드러진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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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빛깔인 '백단심.
 순결한 빛깔인 '백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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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품종 개량에도 힘을 써 해충에도 강하고 모양과 빛깔도 곱고 예쁜 무궁화를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개량된 품종에 따라 그 이름도 다양해졌다.

무궁화 꽃 종류는 그 색깔에 의한 분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달계는 하얀색 무궁화를 말하는데 백의민족, 또는 배달민족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백단심계는 하얀색의 꽃잎에 붉은 색 단심(중심부)이 있는 꽃으로 지조와 정절을 상징한다.

적단심계는 연붉은 색 꽃잎에 진분홍색 단심(중심부)가 있는 꽃을 말한다. 그리고 자단심계는 자주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꽃, 청단심계는 푸른 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꽃이며, 아사달계는 하얀색의 꽃잎에 붉은 색 줄무늬가 꽃잎 가장자리에 같은 방향으로 있는 꽃을 말한다.

배달계는 눈보라(겹꽃). 배달(홑꽃), 사임당(반겹꽃), 새한(겹꽃), 소월(소형, 홑꽃),옥선(홑꽃), 옥토끼(대형, 홑꽃), 한서(대형, 홑꽃), 눈뫼(반겹꽃) 등 9종류다. 백단심계는 새빛(반겹꽃, 백색), 백단심(홑꽃), 설악(겹꽃, 순백색), 일편단심(소형, 단심), 한마음(홑꽃, 백색), 화랑(대형, 홑꽃, 담홍색), 한얼(반겹꽃, 백색) 등 7종류가 있다.

홍단심계는 15종류나 되는데 계월향(홑꽃,분홍색), 고요로(홑꽃,분홍색), 꽃보라(겹꽃,홍색), 내사랑(겹꽃,홍색), 산처녀(반겹꽃,진홍색), 새아침(홑꽃,선홍색), 수줍어(홑꽃,다홍색), 아사녀(반겹꽃,진홍색), 에밀레(홑꽃,분홍색), 영광(대형,홍색), 원술랑(대형,홍색), 홍단심(홑꽃, 연한 자주색), 첫사랑(겹꽃, 선홍색), 홍순(반겹꽃, 주홍색), 홍화랑(대형, 홑꽃, 홍색) 등이다.

새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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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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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단심계는 자선(소형, 겹꽃, 다홍색), 진이(홑꽃, 분홍색), 파랑새(대형, 홑꽃, 담청색) 등이 있으며, 아사달계는 아사달(소형, 홑꽃, 얼룩무늬), 평화(겹꽃, 엷은 분홍색), 그리고 통일, 한빛, 춘향, 불꽃 등 20여 종류의 개량신품종들이 있으며 특히 '심산'은 우정과 한사랑을 교배하여 개발한 돌연변이종으로 재래종과는 달리 밤에도 꽃이 피고 개화시간도 3배나 길다.

모양과 빛깔 이름도 예쁘고 다양한 무궁화 종류

국내산 무궁화 종류만 해도 57종류가 넘는다. 그런데 무궁화 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꽃이 아니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종류가 분포되어 있는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래종 무궁화만 해도 다이아나, 메이로빈슨 등 100여 종류가 넘는다. 실제로 국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무궁화 종류만 해도 무려 150여 종류가 넘는 셈이니 무궁화는 모양이나 빛깔이 다른 어느 꽃보다 다양한 꽃이다.

마침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는 초등학교 3~4학년 생 쯤으로 보이는 어린이 세 명에게 무궁화 꽃이 피었는데 아는 동요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어린이들은 무궁화 꽃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알아요" 한다.

밤에도  꽃을 피우는 '심산'
 밤에도 꽃을 피우는 '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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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불러보라고 하자 키가 제일 작은 아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더듬더듬 노래를 부른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꽃" 이 노래는 오래된 동요다. 그런데 이 어린이는 옛 동요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나섰다.

"무궁, 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너도나도 모두 무궁화가 되어, 지키자 내 땅, 빛내자 조국, 아름다운 이 강산 무궁화 겨레, 서로 손잡고서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은 무궁화다"

이 어린이는 노래를 매우 잘 불렀다. 훨씬 뒤에 보급된 동요여서인지 리듬도 경쾌한 행진곡이었다. 무더위와 폭우 속에서 예쁘게 꽃피운 우리나라꽃 무궁화가 어린이들의 노래와 어우러져 더욱 곱고 예쁜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궁화, #우리나라꽃, #민족, #이승철, #배달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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