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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건너편에서 본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 지붕(공사 중)과 국회의사당 돔형 지붕.
 국회 건너편에서 본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 지붕(공사 중)과 국회의사당 돔형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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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하한정국입니다. 국회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에 정치방학에 들어가 갑자기 적막강산이 되었습니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 각종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은 물론 의원회관도 썰렁합니다. 하한정국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하한정국 나기도 3당3색입니다.

정확히 헤아려보지는 못했지만 의원들은 대부분, 특히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홀가분하게 휴가나 외유를 떠났습니다. '미디어악법 투쟁 100일 장정'에 들어간 민주당 의원들은 땡볕 속에서 가두집회와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의원들은 평택 쌍용차 앞에서 농성을 벌였습니다.

지하철9호선, 7월 24일 개통했지만 국회 정문쪽 출입구만 공사 중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지하철9호선이 7월 24일 개통했지만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는 아직도 2주째 공사 중이다. 국회의 '등잔 밑'으로 국민 세금이 새고 있는 셈이다.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지하철9호선이 7월 24일 개통했지만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는 아직도 2주째 공사 중이다. 국회의 '등잔 밑'으로 국민 세금이 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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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한가롭기 짝이 없지만 국회 앞은 시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5월에 개통한다고 했다가 2개월 이상이나 연기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국회 정문쪽 6번 출입구 공사 때문에 그렇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렇게만 얘기하면, 의아해 하실 분이 꽤 있을 겁니다. 말고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하철9호선은 지난 7월 24일 개통했는데 아직도 출입구 공사 중이면 어떻게 하냐는 의문이 들 겁니다.

그렇습니다. 개통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다른 출입구들로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의 다른 캐노피(지하와 지상을 잇는 출입구 덮개시설)는 지붕이 직사각형 형태로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단순하고 깔끔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1곳인 국회 정문쪽 6번 출입구 캐노피만은 아직도 한창 공사 중입니다. 그래서 정작 국회와 가장 가까운 이곳 출입구는 아직 이용할 수 없습니다.

지난 7월 24일 개통해 시민들이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다른 출입구. 지붕은 직사각형 형태로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단순하고 깔끔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지난 7월 24일 개통해 시민들이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다른 출입구. 지붕은 직사각형 형태로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단순하고 깔끔한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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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곳 출입구도 원래는 9호선 개통일(5월)에 맞춰 완공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완공을 앞두고 일부 의원과 국회 사무처(박계동 사무총장)가 이곳 캐노피가 국회의 관할지역 안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다른 출입구 캐노피와 차별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출입구 지붕을 국회의 돔형 지붕과 어울리도록 국회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폼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설계변경 요청을 받은 민간사업자는 공기 지연과 전 9호선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미니멀리즘 콘셉트를 이유로 설계변경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했답니다. 그러나 사업자 처지에서 국회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사업자는 제3의 설계를 만들어 삼복더위에 부랴부랴 출입구를 뜯고 새로운 골조물과 지붕을 만드는 작업을 2주째 벌이고 있습니다. 골조물을 얼핏 보면 무슨 물고기나 공룡뼈 같기도 하고, 고래등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막 이은 반짝이는 지붕을 보니 무슨 용비늘 같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개나 소나 대통령 되는 용꿈을 꾼다

국회 안쪽에서 본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
 국회 안쪽에서 본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역 국회정문쪽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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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답니다. 국회를 상징하는 용상(龍象)의 지붕을 만드는 중이랍니다. 한 마리 용의 형상을 띤 철골구조물과 관련,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가 한국 전통미를 살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고 자랑스레 홍보합니다. 언제부터 용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와 소통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용은 국회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겠지요.

흔히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치고 용꿈을 안 꾸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일단 국회의원이 되면 개나 소나 대통령 되는 용꿈을 꾼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국회가 국회의사당역 국회 정문쪽 출입구에 얹은 용상(龍象) 지붕은 언젠가 용상(龍床)에 앉기를 꿈꾸는 의원 299명의 욕망의 상징인 셈이죠.

그나저나 저런 모양으로 지붕을 새로 만들기 위해 돈이 얼마가 더 들어갔을까요? 사업자들은 말을 아끼는 가운데, 건축업계에 따르면 용을 형상화한 새 캐노피 설치에는 기존 캐노피의 해체 및 설계변경과 재시공 비용을 포함해 최소 20~30억은 들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9호선은 그렇지 않아도 민간자본이 투자되어 요금 문제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역장, 역무실, 매표소, 현업사무소, 숙직이 없는 5무정책을 펴는 바람에 시민들이 불편하고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시민의 안전을 희생하며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는 판이라면 이런 데서 돈을 아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게 맞지 않을까요?

8월 하한정국이 끝나고 9월이면 정기국회가 열립니다. 정기국회는 흔히 예산국회라고 합니다. 많은 의원들이 국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새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추상같은 기개로 정부를 질타합니다. 그런데 국회는 정작 코앞에서 일부 국회의원과 사무총장의 '용꿈'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이 이럴 때 쓰라고 하는 말인 모양입니다.


태그:#국회,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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