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상담 사례] 회사는 사상 최고치 흑자를 기록했다며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회사의 그런 반가운 소식은 오히려 직원에게 박탈감을 지나 배신감까지 갖게 만듭니다. 경제 위기다 뭐다 떠들면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연봉 삭감까지 이뤄졌습니다.

사내 분위기는 실적 쪼임에 모두 과도한 스트레스로 성인병 환자가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밀려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신있는 항변 한 마디 못합니다. 집에 딸린 빚은 끝도 없는 것 같고 아이들 교육은 아직 한창이니 돈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당함에도 찍 소리도 못하는 거죠.

혈압약을 먹어가며 일하는 내 꼴을 보면 내 집 값만 올라서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굴뚝 같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는 세상이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봅니다.

착각에서 만들어진 이기적 경제관과 되돌아온 화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 아파트 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등 고층 아파트 전경.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외환위기 이전 우리 사회가 고도 성장을 하던 시절 화이트 칼라 중산층은 상당히 안정된 계층이었다. 대단한 부자로 사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사회와 체제에 순응하면 현실의 안정은 보장 받을 수 있으리란 믿음이 존재했다.

그런 이유로 그 계층은 비교적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띠었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면서 살았다. 중산층의 보수적인 성향은 정치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보호를 받았다. 물론 그 과정이 중산층 국민을 위하는 진정성이 전제된 것은 아니었다. 국가 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중산층의 사회진출이 지금보다 원활했고 기업 또한 평생직장의 신뢰를 제공했다.

이렇게 중산층이 안정적인 지위와 경제적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180도 달라졌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익성 및 비용절감 추구, 주주 이익을 위한 주가 유지가 기업들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기업의 그러한 변화는 중산층에게 고용불안과 해고 및 실직 위기로 되돌아왔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기반을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한 계층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정작 중산층이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체제 순응적이고 보수적 정치 성향을 유지한다. 사례의 대기업 직장인은 대선 당시 개혁을 이야기하며 경제를 정체시키는 사람보다는 부도덕하더라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낫다고 여겼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접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부러움을 가졌다. 노조가 과격한 시위를 하는 모습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못난 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경쟁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며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사회적 약자층에게 구제 제도를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이며 그런 제도에 의존해 생활비를 지원받는 사람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보수적인 가치관은 사실상 중산층이 사회의 기득권을 일부라도 보장받던 시절에는 옳고 그름을 떠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산층의 지위가 변하고 있는 현재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는 위험한 가치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세상은 중산층에게 안정된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명문대를 나와 조직에서 안정적인 줄을 갖고 있건, 아첨으로 조기 승진한 사람이건, 오로지 일만 해왔던 사람이건, 언제 해고 당할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에 껴있는 부채를 다 상환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이제 막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조기 퇴직 통보를 받게 될 것이란 공포심을 안고 사는 것이 모든 중산층의 현실이다. 대신에 자기 계발이나 승진 같은 것에 신경 쓴 사람들보다 일찌감치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스타로 떠오른다.

자기보다 성적이나 리더십 등에서 뒤처졌던 동창이 강남의 60평형대 주상복합 아파트에 산다는 소문을 듣는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노력들이 보상받기는커녕 실력없이 운만 좋은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상실감이 든다. 그렇지만 결국 운을 좇는 대열에 끼지 않으면 밀려날 것이란 공포심을 안고 있기 때문에 뒤늦게 투기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란 공포심과 자신의 십여년간의 노동가치보다 운좋은 주택 매매 차익이 더 크다는 상실감을 경험한 중산층은 노동윤리보다는 지독한 머니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길을 이기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기적인 선택이 자산 소득을 실현하기는커녕 매월 빚 갚는 아슬아슬한 생활을 만들어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을 만들었다. 주식과 펀드로 자산 소득이 아닌 자산 손실을 반복하게 만들고 있고 엄청난 빚을 내서 투자한 부동산은 손에 쥔 현찰이 아닌 장부상 차익으로만 존재할 뿐 매월 빚 갚는 생활만을 만들었다.

사회의 근원적인 변화보다는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너의 손실이 나의 수익이 되는' 이기적 머니게임의 동참이 중산층에게 다시 화살로 돌아오고 있다.

공포는 독재와 마케팅의 가장 좋은 재료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최근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 드라마의 악역 인물인 미실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이 날 무서워하는 것과 무서워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유리하겠느냐."

공포심은 오랜 역사 동안 권력을 쥐고 지배를 공고히 하는데 유효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공포는 사람들의 합리적인 사고와 선택을 방해한다. 또한 공포심은 공포와 다른 이면의 달콤한 유혹과 병행되어 왔다. 머니게임에 동참해 자산 소득을 추구하지 않으면 돈 없는 노후와 자녀 대학 등록금도 뒷바라지 못하는 비참한 미래를 맞을 것이란 공포심 이면에, 머니게임에 동참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투기 마케팅의 유혹이 있다.

상당수의 중산층은 공포심과 유혹으로 머니게임에 동참했고 '너의 손실이 나의 수익이 되는' 사회분위기는 사회적 연대를 해체시킨다.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가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연대의식보다는 파업 손실로 경제악화를 불러 일으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불편한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즉 너의 파업이 나의 손실이라는 사회적 의식까지 만들어진 셈이다.

더불어 그러한 머니게임으로 인해 사회는 투기의 대중화와 과잉금융팽창을 불러일으켰다. 투기의 대중화와 과잉 금융팽창 과정에서 승자는 이미 권력에 가까운 이들이거나 더 큰 자산의 동원력이 가능한 부자의 차지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테크로 인해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면서 상위 1%인 50만명이 개인 소유의 땅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반대로 중산층의 상당수는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짊어지게 되었다. 매월 신용카드 대금으로 월급을 타고도 17일 안에 월급통장의 바닥을 확인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집 한 채에 20여년 이상을 빚 갚으며 살아야 한다. 여전히 펀드와 부동산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독한 경쟁적 경제관념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포심, 자산 소득의 환상을 버려야 하는 현실인식이 부재한 것이다.

여전히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이제라도 이기적인 경제관념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해야 할 때다. 머니게임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경계하고 건전한 경제관념이 자리잡아 불확실성의 시대 모두에게 이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태그:#중산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