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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저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오빠들이 몰려오고 있다. 아니, 이미 몰려와 고생을 하며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은 바로 <남자의 자격>과 <오빠밴드>의 30,40대 중년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를 싫어한, 사실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않았던 두 명의 개그맨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두 명의 개그맨은 이경규와 신동엽이다. 왕년에 이들은 유재석과 강호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리면서 그들은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었고, 이제 그들도 리얼 버라이어티 세계에 뛰어들어 정글을 헤쳐나가기 시작한 것.

 

<무한도전>이 선구자로서, 2인자인 <1박 2일>이 몇 년째 지속되는 걸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가 쉽게 무너질 만한 콘텐츠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시청률 1위, 2위를 달리는 그들을 보면서 뭉친 <남자의 자격>과 <오빠밴드> 팀은 어떠한 마음이 들까라는 생각을 차치하고 무조건 열심히 달리는데 집중하기에도 바쁠 것이다.

 

이경규·김국진의 변화, 소재는 글쎄

 

<오빠밴드>보다는 먼저 선보여 어느 정도 진용을 일구고 기본을 잡은 <남자의 자격>팀. 그들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예능계의 왕년 스타지만 패전병에 가까운 이경규와 김국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 스타는 모두 90년대 중후반 최고의 전성기를 가졌고, 지금은 다시금 인기부활을 위해 노력하는 스타들이다.

 

물론 이경규는 김국진과는 다르다. 분명 여지껏 단 한 번도 최고의 예능인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개그감각과 진행감각은 어느 누구보다 탁월하다. 다만, 독선적인 캐릭터 형성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와 맞지 않은 탓에 조금씩 하향세를 그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김국진은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다. 골프와 개인적 이혼으로 TV에서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당연히 인기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복귀한 TV 예능계는 예전과 달리 몸과 언어로 생고생을 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였다. 입담으로 사람을 웃기던 그에게는 충전시간이 필요했고, 그리고 입성한 작품이 <남자의 자격>이다.

 

여기에 규라인을 자청하는 이윤석, 왕비호의 윤형빈, 얼굴로 웃기지 않아도 되는 남자 이정진이 구성되었고, 의외의 스타가 된 남자 김태원과 은근히 웃기는 남자 김성민까지. 이렇게 뭉친 남자들은 <남자의 자격>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같은 프로그램인 <1박 2일>과는 다른 포맷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우선, <남자의 자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비교적 <패밀리가 떳다>와 대적함에도) 이경규와 김국진 콤비의 웃음이 되살아나면서부터다. 이경규는 누구 앞에서나 독불장군의 이미지였다. 그 앞에서 독설을 퍼붓는 사람은 어쩌면 유일하게도 이경실 밖에는 없을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강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러한 이미지에 조금씩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김국진과 콤비를 하면서 그의 앞에서 순한 양의 모습까지는 아니어도 이경규를 그야말로 면박을 주며 할 말 다하는 모습을 선보였고, 이경규는 급기야 그의 면박에 아무런 응수를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무슨 조화일까, 분명 이경규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 세계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인간적인 이미지를 지니던 김국진의 캐릭터도 덩달아 독설을 퍼붓는 캐릭터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급기야 꽃미남되기 편에서는 운동도 하고, 마사지도 받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전까지는 리얼적인 고생을 마다하며 독선적으로 자신은 빠지는 시쳇말로 얍씰한 행동을 취했는데 이젠 마사지를 받고 세수를 한 후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는 등 한층 가까워진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개인적으로나 프로그램에게 득이 되었다. 여기에 김국진이 받쳐주면서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내었고, 의외의 인물 김성민과 김태원이 웃음을 만들어내 <남자의 자격>을 보는 고정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김태원은 이미 예능계 스타가 되어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의 엉뚱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흡입력 있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제 몫을 못하는 이들도 있다. 우선 이윤석은 역시나 기존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이경규와 대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또한 이정진은 이미 제작진에서도 밝혔듯 여심을 위해 존재하기에 그에게 웃음 기대하기란 힘들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윤형빈이다. 독설가로서 왕비호로 인기스타가 된 그는 <남자의 자격>에서 기대만큼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화면에서 그가 치고빠지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고, 김태원과 김성민보다도 웃음을 유발하지 못한다.

 

그래서 윤형빈의 활약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어 팀 내에 과연 윤형빈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모인 멤버들이 해병대 체험, 일일 아이 돌보기, 눈물 흘리기, 꽃미남 되기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체험들이 <무한도전>과 비슷한 포맷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포맷은 비슷한데, 도전과제가 <무한도전>보다 한참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신선하지도 않고 흔해 빠진 체험을 종종하고 있다.

 

가령 최근 들어 한 일일아르바이트 체험은 이미 일자리 나누기 편에서 <무한도전> 팀이 취업분야에 도전한 과제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좀 더 신선한 도전과제가 필요하다. 물론 초반에 이루어진 일일 아이 돌보기, 리마인딩 결혼 등은 상당히 신선했다.

 

중년 남자들이 모인 자신들의 멤버들 특성을 고려한 과제였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가 만들어졌지만 일일 아르바이트체험, 해병대 체험은 너무나 흔한 도전과제였다. 특히 남자의 자격이라는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는 해병대 체험은 더욱더 그러하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이 <무한도전>과는 다른, <패밀리가 떳다>에 대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려면 도전과제에서 좀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각각의 멤버들이 캐릭터를 잡는데 집중했다면 이젠 도전과제를 통해서 장수할 수 있는 비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할 때이다.

 

특히 일단 연령대가 이미 중년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남자의 자격>에서는 중년이 도전할 만한 것, 도전하기 어려운 것 등을 구분지어 선별한다면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실상 그들이 벌이는 도전과제에서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힘들어 투덜투덜거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낄낄거리며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그들이 앞으로 어떠한 과제를 수행하며 장수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마추어 드라마로 웃음을 유발하는 <오빠밴드>

 

그렇다면 <오빠밴드>는 어떠한가. 일단 <남자의 자격>과 비슷한 진용을 갖추고 있다. 우선 패자부활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팀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동엽과 탁재훈에게는 이 프로그램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재치 있는 말솜씨는 인기를 구가했지만 좀 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위기감을 느낀 그들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돌아와  '대망'과 '퀴즈 프린스'로 컴백을 했지만 조기종영이라는 철퇴를 맞은 패전병들이다. 그리고 다시금 진용을 갖추고 나선 것이 <오빠밴드>이다.

 

사실상 그들은 <오빠밴드>가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간다면 리얼 버라이터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오빠밴드>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리 패전병들의 모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팀 내 스승역할을 하는 유마에 유형석, 고독한 천재 김정모, 아이돌 스타에서 록커 변신을 꿈꾸는 이성민, 돌아온 만능 재주꾼 홍경민과 그리고 서인연과 김구라까지. 그들은 정확하게 패전병들이 모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록커를 하기엔 밴드는 아주 험난한 과정을 견뎌야만 한다.

 

이들은 생계형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오빠밴드>에서 험난한 과정을 견디는 모습을 최대한 구구절절학 표현하려고 애쓴다. 사실상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이가 별로 없는 이들을 제작진이 오합지졸 모아놓고 연주하라고 권유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고난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캐릭터에 의존하기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의존하며 더불어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보다 멤버들의 변화가 잦다. 이것은 어쩌면 <오빠밴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수도 있다.

 

캐릭터가 굳건히 잡혀 있지 않은 탓에 멤버들을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인데, 고정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오빠밴드>에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홍경민 영입으로 출연진의 변화는 멈추고 이제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면서 캐릭터를 형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타리스트로 변신하면서 진지남으로 변신한 신동엽과 드럼에서 보컬로 자지가 밀려난 투정쟁이 아동탁 정도 이외에는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다. 물론 음악을 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라 이들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도 모자라다.

 

그런데 문제는 실력을 키우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처참한 엇박자로 공연 스태프들을 경악시키거나, 병원의 위문 공연에서 록을 시도했다가 환자들에게 외면받거나, 연습을 해도 해도 안 돼 드럼 비트를 신디사이저로 찍어내는 등 실수의 연속들이 웃음을 유발하나, 자유롭게 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웃음을 가감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마추어가 만들어가는 드라마 한 편이 주는 힘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밴드라는 소재가 확실히 차별화되어 있다. 도전과제를 수행하고 시골을 찾아가 웃고 떠는 리얼이 아닌, 누군가에게 공연으로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일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이라는 밴드에 도전하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음악인으로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상당한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음악의 열정을 가진 아마추어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오빠밴드>의 유일무이한 매력포인트이자 다른 프로그램과 확실한 차별화점이다.

 

물론 불과 얼마 전까지 그저 오합지졸을 모아놓고 음악을 하겠다고 하는 정도로 그쳐 <즐거운 인생>처럼 치열함이 없었으나 공연을 야외로 콘서트 형식으로 확장시키면서 멤버들 스스로 음악에 대한 욕실과 열정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주에는 기자간담회까지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냉랭한 반응에 다시 한 번 사기가 꺾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생생한 느낌이 전달된다. 그래서 만일 이들이 오합지졸에서 진정한 뮤지션으로 성장해 그 모습을 시청자들이 보게 된다면 어떠한 프로그램보다 감동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작진도 <오빠밴드>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듯싶다. 그리고 조금씩 시청자들도 오빠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실수투성이지만 음악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보여줄 때가 된 <오빠밴드>이다.

 

이처럼 두 프로그램 모두 오빠 이른바 3,40대 남성들이 치열하게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비록 시청률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변신을 위한 도전만큼은 아름답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두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오빠들의 매력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라 굳건히 믿는다.

 


태그:#오빠밴드, #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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