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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로 오르는 계단. 말을 타고 오를 수 있게끔 폭은 넓고 높이는 낮다고 한다.
 페르세폴리스로 오르는 계단. 말을 타고 오를 수 있게끔 폭은 넓고 높이는 낮다고 한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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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을 향해 치솟은 아파다나 궁전의 거대한 기둥들. 원래는 72개인데 현재는 13개만 남아있었다.
 파란 하늘을 향해 치솟은 아파다나 궁전의 거대한 기둥들. 원래는 72개인데 현재는 13개만 남아있었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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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습니다. 지금을 대표하는 모습인 검은 차도르를 걸친 무슬림으로서의 모습이 하나고, 인류 최초의 제국인 페르시아인으로서의 모습이 다른 하나입니다.

오늘 찾은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제국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란을 대표하는 유적지이기도 하지요.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 다리우스 1세가 즉위하여 건설한 수도입니다. 2500여 년 전의 유물이 한 개도 아니고 궁궐 전체가 남아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버금가는 유산입니다. 그래서 이 또한 1979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고 합니다.

페르세폴리스는 쉬라즈에서 40여 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사막 한가운데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오후에 이곳에 들렀습니다. 그 시간 태양은 하늘 한복판에 있었고, 때는 겨울이었지만 태양 빛의 밝기는 한여름의 직사광선수준이었습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지요. 현미경으로 세포 구석구석을 관찰하듯이 드넓은 페르세폴리스를 구석구석 구경했습니다.

제복을 입은 뚱뚱한 남자에게 표를 건네고 들어가서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높이는 낮고 폭은 넓게 생긴 특이한 계단입니다. 이 계단을 올라가야 고대 도시와 마주칠 수가 있는데 계단은 2층 높이 정도 됐습니다.

계단의 모양새가 일반적인 계단과 다른 이유는 계단이 말을 타고 오르기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말을 탄 채 계단을 올라 아케메네스 왕조의 궁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웬일인지 말을 탄 고대의 인물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과거와의 조우라고 할까요.

조공을 바치는 외국 사신들의 모습이 조각된 부조. 사신들은 자기 나라의 특색을 나타내는 복장에 특산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돼 있는데 페르세폴리스의 영광을 나타낸다.
 조공을 바치는 외국 사신들의 모습이 조각된 부조. 사신들은 자기 나라의 특색을 나타내는 복장에 특산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조각돼 있는데 페르세폴리스의 영광을 나타낸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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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들의 행렬 조각은  페르세폴리스의 하이라이트이다.
 사신들의 행렬 조각은 페르세폴리스의 하이라이트이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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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나의 이란 여행에는 참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란은 대한민국인인 내게는 너무나 낯선 곳입니다. 거기다 난 이슬람교도 아니고 내가 이란과 엮일 이유는 정말 없습니다. 그런데도 난 첫 여행을 이란으로 왔고, 또 이란 사람들에게서 고향 사람들 같은 친근함을 느꼈으며 이란의 곳곳도 내게서 그리 낯선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걸 종합해봤을 때 페르세폴리스의 계단에서 이상한 감동이 나를 덮친 것은 과거 난 어쩌면 페르시아 제국, 정확하게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던 이곳에서 잠시 한 생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나갔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난 이란으로 왔고 그리고 이곳 페르세폴리스까지 찾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난 고향을 찾은 심정으로 페르세폴리스를 돌아다녔습니다.

전설적인 새인 호마상.
 전설적인 새인 호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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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페르세폴리스가 신기하기만 했다.
 2500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온 페르세폴리스가 신기하기만 했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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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크세르크세스 문(만국의 문)입니다. 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문의 규모나 벽면에 새겨진 화려한 부조로 봐서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얼굴은 사람, 날개는 새, 그리고 소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라마수의 조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만국의 문을 지나자 '행복'을 의미하는 전설적인 새, 호마 상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새 두 마리가 높은 기둥 위에 꽁지를 마주하고 앉았는데 전설적인 새라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새의 모습은 둥글둥글한 인상을 풍겨서 친근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걸으니 아파다나 궁전이 이어졌습니다. 아파다나 궁전은 페르세폴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18m에 이르는 거대한 기둥들이 서 있는 곳으로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기둥의 행렬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왕들의 대접견장이었던 이 건물은 지금은 72개의 기둥 중에 13개만 남아 있습니다. 기둥과 벽면에는 부조가 조각되어 있는데  외국 사신들이 손에 진상품을 가득 들고 길게 줄을 지어 있는 모습입니다. 23개국의 사신들의 옷차림들의 옷차림과 조공물의 모양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인도는 향수병, 바빌로니아는 소, 에디오피아는 상아, 아르메니아는 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조그맣게 표현돼 있는데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규모를 알 수 있었습니다.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장 큰 공간은 사방 70미터에 이르는 백주홀입니다. 총 100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이 거대한 홀은 황제 집무실 혹은 회의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밖에 겨울궁전이 있고, 왕비의 거실인 하렘이 있고, 페르세폴리스 한가운데 위치한 회의실로 쓰였던 트리필론이 있습니다.

석양이 지기 전에 페르세폴리스를 나왔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까지 남아 있다가 천천히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지나갔습니다. 다른 일행이 노을 지는 페르세폴리스를 카메라에 담아왔는데 대낮에 본 페르세폴리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르시아제국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또 미리 페르세폴리스의 지도를 구입해서 대강 윤각이라도 잡고 갔더라면 더 많은 감동을 경험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태그:#페르세폴리스, #아케메네스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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