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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라면 나방알 김아무개(38,대구)씨는 컵라면 용기 속에서 '나방'과 '나방알'을 발견한 후 이를 식약청에 신고했다. 사진은 김씨가 찍은 '나방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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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속에서 나온 나방과 나방알을 놓고 식품회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대구에 사는 김아무개(38, 서구 내당동)씨는 한 지하철역 내 매점에서 모 회사 컵라면을 하나 구입했다. 구입 직후 다니는 회사 사무실로 와서 컵라면 뚜껑을 개봉한 김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컵라면 용기 속에서 모기만한 크기의 흰색 벌레 한 마리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벌레와 함께, 점처럼 생긴 붉은 물질 10여 개가 뚜껑 안쪽에 묻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신고접수를 받고 김씨를 방문한 해당 라면회사 직원은 컵라면 용기 속 벌레와 이물질을 '나방'과 '나방알'이라고 진단했다.

나방과 나방알이 검출된 해당 제품은 5월 14일 제조됐으며, 유통기한은 10월 13일까지였다. 김씨는 "라면 뚜껑 바깥쪽 상·하단 2군데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용기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해당 라면회사의 제품 수거 및 자체 조사를 거부하고 이를 서울식약청에 신고했다.

라면회사 "유통과정의 문제일 것"

라면회사 측은 "식약청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벌레가 컵라면 용기 속에 들어간 경우가 몇몇 있었지만 이는 유통과정의 문제"라며 "(자사는) 공장 안에 사람을 두지 않는 등 철저한 위생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컵라면 속에서 나온 벌레는) '화랑곡나방'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통과정상에서 구겨지고 벌어진 용기 틈으로 벌레가 들어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지칭한 '화랑곡나방'의 유충은 길이가 5~10mm인 쌀벌레의 일종으로 초콜릿, 컵라면 등 갖가지 과자, 스낵류 등 사용되는 포장용 비닐에 손쉽게 침투할 수 있다. 최근 화랑곡나방 유충이 초콜릿, 과자, 스낵류 등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돼 소비자들을 경악케 하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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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라면 속 나방 대구에 사는 김아무개(38)씨는 10일 저녁 컵라면 용기 안에서 살아 있는 '나방'과 '나방알'을 발견했다. 사진은 김씨가 찍은 나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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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유통과정 문제, 책임소재 가리기 어려워"

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 관계자는 "해당 사안의 구체적인 처리 상황은 말해줄 수 없다"며 "(이런 사안의 경우) 우선 이물 혼입이 어느 단계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벌레들이 포장지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식품의 위생을 100%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워 처벌이 힘들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원 "제조업체도 유통과정 책임 있다"

반면, 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 피해구제본부 관계자는 "컵라면 속 벌레가 살아있다면 분명히 유통 중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벌레가 제조공정 과정의 진공 상태를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보원은 제조업체의 책임을 '생산공정 과정'으로 국한하지는 않았다. 그는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된 이후 판매자에게 인수되기 전까지 이루어진 이물질 침투는 제조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제품 보관 및 관리를 소홀히 했다면 제조업체의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소비자 보호원에서 피해자 보상 중재를 할 때는 벌레 침투 시기를 규명하기 어려워 판매자와 제조업체가 연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해결하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