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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평전>
▲ 표지 <장준하 평전>
ⓒ 시대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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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장교였던 내가, 조국광복을 위해 중국 땅 수천 리를 맨발로 헤맨 내가 오늘날 광복이 되었다고 하는 조국에서, 그것도 광복절 날 이런 데로 끌려 다녀야 하겠소?"

1974년 <씨알의 소리> 편집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신촌의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의 집으로 가다가 자신을 연행하는 정보부 요원들에게 장준하가 외친 말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지사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친일을 일삼던 이들이 오히려 활갯짓 하며 살아왔던 현대사의 슬픈 풍경이 이 일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비운의 주인공 장준하를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수업 중에 장준하 얘기를 꺼내면 아이들은 무한도전의 정준하를 먼저 떠올린다.

일본군으로 입대해서 탈출한 뒤 6000리를 걸어 임시정부를 찾아간 청년, 중국 서안에서 국내 진공을 위한 OSS 특수 훈련을 받았던 광복군 장교, 해방 후 김구 선생의 비서로, 사상계의 발행인으로, 이승만-박정희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운 의로운 인물 장준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낯선 인물이다. 이승만이 친일파 처벌을 방해했고, 박정희가 일본 관동군 장교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낯선 것처럼.

흙탕물 같은 한국 근현대사에 핀 한 떨기 연꽃

시인 고은은 장준하 선생의 이름 앞에 '민족'이란 새 이름을 붙였다. 옛 문신, 귀족들의 개수작 같은 호가 아닌 평생 동안 온몸을 불살라 지키려 했던 참가치가 바로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평전을 집필한 김삼웅은 장준하 선생을 흙탕물 같은 한국근현대사의 연못에 핀 한 떨기 연꽃과 같은 존재로 평가했다. 한국근현대사는 일제와의 투쟁, 일제가 뿌린 유산과의 투쟁 과정이었다. 그 투쟁의 과정이 장준하의 삶이었다. 일제와 싸운 광복군 활동이 그랬고, 해방 뒤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여기저기에 똬리를 튼 친일세력과의 싸움이 그랬다.

일본군을 탈출하여 중원 6000리 길을 사투를 벌이며 돌베게 배고 맨발로 임시정부를 찾아간 이후 그의 삶은 생사를 넘나드는 가시밭길이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독립운동에 나섰고, 민주전선에서 싸웠고, <사상계>를 발행하면서 불의와 대결했다.

4·19 혁명을 전후해서 일간지보다 더 많이 팔린 <사상계>는 4월 혁명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고, 자유와 민권의 가치를 확산시켰으며, 민주주의와 지성의 광장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에 장준하가 있었다. 이승만 독재에 대항해서 <사상계>를 창간해서 맞서고, 박정희 독재에 대항해서는 펜 대신 거리로 나서 민주회복, 민족통일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군 약사봉 계곡에서 등산 중 '실족사'를 했다고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12미터의 높이에서 굴러 떨어진 시신에 별다른 외상이 없었다는 점, 경사 75도 높이 12미터의 암벽은 전문 등반가라도 마음대로 오르내리지 못하는 등산 코스인데 장비도 없이 그곳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었다는 점, 함께 가지고 갔던 보온병은 깨지지도 않고 멀쩡했다는 점, 입고 있던 옷도 찢겨진 곳이 없었다는 점 등등. 그래서 장준하의 죽음이 '실족사'가 아닌 '의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다시 그리운 '장준하 정신"

평생을 일제와 맞서 싸운 장준하의 삶의 원동력은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흙탕물과도 같았던 조국의 현실에 굴복해 사는 '못난 조상'이 아닌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 지사이고 투사였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으려 온몸으로 저항했던 장준하의 높은 뜻을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받들어 <장준하 평전>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그리고 시대의창에서 <백범 김구 평전>, <단재 신채호 평전>,<심산 김창숙 평전>,<만해 한용운 평전>,<녹두 전봉준 평전>,<약산 김원봉 평전>,<안중근 평전>에 이어 여덟 번째로 출간했다.

흙탕물 같은 근현대사의 유산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장준하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장준하 선생이 대결하고 청산하고자 했던 것들이 다시 현재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군의 군사대국화,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로의 회귀, 갈수록 대결 양상을 띠는 남북관계, 어용지식인, 어용 언론인들의 반시대적 칼춤, 새삼 '장준하 정신'이 그립습니다.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김삼웅/시대의창/2009.6/16,900원



장준하 평전 - 개정판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2012)


태그:#장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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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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