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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을 마치고 귀환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현정은 회장 방북을 마치고 귀환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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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7박8일 간의 북한 방문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환했다. 이미 보도된 대로 현 회장은 북한 방문 체류기간을 원래 예정보다 며칠 째 연장해가며 뚝심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귀환하면서 그동안 숨 막힐 듯 답답하게 꽉 막혀있던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어젖힐 수 있는 방북 선물보따리를 내놓았다.

현 회장은 지난 16일 묘향산에서 4시간 동안 가진 김정일 위원장과의 오찬 겸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말하라' 하여 '할 수 있는 얘기를 다했다'고 했다. 즉 이 얘기는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국면을 새롭게 전환시킬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대화를 속 시원하게 나누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현 회장은 귀환 후 기자회견에서 현대그룹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아태위)간 5개항의 합의를 도출하여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공개했다. 공동선언문에 담긴 5개 항의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합의가 향후 남북 간의 관계개선에 있어서 커다란 계기를 마련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5개 항의 합의안
- 빠른 시일 내 금강산 관광재개 및 관광에 따른 안전문제에 필요한 철저한 조치 보장.
- 남쪽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쪽지역 체류제한을 원상회복.
-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업지구사업 활성화
- 현대의 백두산관광 준비 시작
- 올 추석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실행

그런데 현 회장은 이번 방북과정에 정부 당국과 사전 교감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순수 민간 사업자로서의 대북사업과 관련한 방북이었으며, 시중에 나도는 말처럼 대북특사로서의 자격이나 역할이 아니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참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는 엄연히 남북관계와 통일의 문제를 다루는 핵심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있다. 국민들이 뼈가 빠지게 일해서 갖다 바친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지체 높으신 장관을 비롯한 공복들이 있다. 그들은 남북한 간의 모든 종합적 현안과 문제들을 평화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서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틀 속에서 궁극적 통일을 지향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할 일꾼들이다. 국민들로부터 그러한 역할과 권한을 위임받은 심부름꾼들이다.

그럼에도 현 통일부의 현인택 장관을 비롯한 그들은 직무를 태만한 채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며 팔짱을 끼고서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라고 하며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변화만을 손꼽아, 애타게 기다려 온 듯 하다.

반면에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은 어떠한가? 적대적 불신감으로 심한 답보상태였던 근래의 남북관계를 기업인의 자격으로 방북해서 그것도 김 위원장과의 직접면담을 위해 작심한 듯 체류기간을 며칠째 연장해가며 5개 항의 합의안을 들고 온 현 회장의 끈기와 뚝심은 고무적이고도 놀랍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왼쪽)
 현인택 통일부 장관(왼쪽)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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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은 프로 기업가다. 속된 말로 뭐 하면 이득이 되고 안 되고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대기업의 그룹총수이다. 다시 말해서 장삿속으로만 쳐도 손해 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엉켜져 있던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를 이번처럼 다부지게 마련하는 것을 보니 한편 다행스럽다.

농담이지만, 현대그룹의 사옥 회장실에 통일부 장관실을 따로 마련해 두어야하는 건 아닐까? 정부당국과의 사전교감도 없이 홀로 방북하여 과감하고 명쾌하게 남북의 현안(물론 현대그룹의 사업과도 관련되는 일이지만)에 대해 물꼬를 트게 하는 협상력을 발휘한 현 회장이 아닌가?

헌데 이른바 비핵개방 3000이라는 MB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 강경정책의 토대를 기획한 현인택 현 통일부 장관은 요즘 휴가를 가셨는지 도통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 행방과 근황이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도대체 헛갈린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은 누구인가? 현정은인가, 현인택인가?

"현대그룹이 북쪽과 합의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17일자 통일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접하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현인택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는 지금이라도 장관을 포함한 전 직원들의 한 달 치 월급을 몽땅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게 갖다 바쳐서라도 당신들의 무능과 직무태만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라.

더운 여름날 아직 열리지도 않은 감이 떨어질 날을 기다리는 것 외에 마땅히 하는 일 없어 보이는 당신들의 어리석은 자세와 태도를 바로잡아라. 통일부 장관과 직원들의 당연한 직무를 일당백의 홀몸으로 대신한 현 회장에게 고개 숙여 한 수 배우기를 바란다.


태그:#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현정은 방북결과, #무능한 통일부, #통일부 장관, #현인택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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