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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여든 살인 김익수(봉명동) 어르신. 초등학교 방학철은 한가하지만 학기중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근처 일봉초등학교 정문 주변에 서 계신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교통지도를 하는 것이 어르신의 소임. 오전 8시40분쯤 아이들 등교가 끝나면 일봉예식장 앞 사거리로 장소를 옮겨 오전 10시까지 보행자 교통지도를 지원한다.

 

어르신이 하시는 일의 정식 명칭은 '노인교통안전봉사단.'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일자리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김익수 어르신은 4년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1일 3시간, 주 4일을 근무해 어르신께서 받는 월급은 20만원. 올해는 팀장을 맡고 있어 수당 2만원이 합산된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저소득 차상위계층으로 15평 다세대주택에서 할머니(76)와 거주하시는 어르신께는 생계비의 큰 원천이다.

 

"아내가 많이 아파.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야하고 약으로 살지 뭐. 일자리사업으로 받은 돈으로 약값과 공공요금 내고 생활비로 쓰지. 나라에서 양곡은 지원해줘. 한여름은 교통지도 하기가 덥기도 하지만 내 힘으로 일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10년 전 중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전달구(74·원성1동) 어르신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삶의 활력을 느끼고 있다.

 

요즘 전 어르신은 목천의 충남평생교육원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자6급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일자리사업 가운데 하나인 '노-노 강사 파견사업단'에 참여해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

 

전달구 어르신은 '노-노 강사 파견사업단' 뿐만 아니라 인력파견형 노인 일자리로 주례사 파견사업에도 함께하고 있다.

 

"교직에 있을 때도 제자들 주례를 여러번 섰지. 어렵지 않아. 올해 봄에는 14쌍의 주례를 맡았지. 9월과 10월에도 4건이 예약돼 있어. 한 번 주례를 할 때마다 7만 원씩을 받아. 돈 보다는 이 나이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지."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매년 늘어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의 능력과 정석에 맞는 일자리 창출과 제공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 2004년 첫 시작 이후 천안은 매년 참여자 수와 예산이 늘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2007년은 1천4백60명이 참여, 19억5435만원이 쓰였다. 지난해는 1천3백60명으로 참여 인원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예산은 20억7751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8월 현재 총 예산 26억3224만원이 투입돼 1천8백13명이 일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5개 직종으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직종별 참여 인원은 공익형 1천59명, 교육형 2백50명, 복지형 3백55명, 시장형 85명, 인력파견형 50명 등이다. 인력파견형을 제외하고는 1인당 7개월동안 매달 20만원이 급여로 지급된다.

 

천안시 노인 일자리 사업은 5개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된다.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759명), 아우내은빛복지관(365명), 쌍용종합사회복지관(204명), 대한노인회천안시지회(283명) 외에 8월부터 백석대 부설 백석실버타운(202명)이 운영기관에 추가됐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어르신들의 생각은 어떨까?

 

호서대 행정대학원 실버산업학 전공의 서대곤씨는 지난 5월 11일과 15일 양일간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이용 어르신 260명을 대상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 6월 서씨의 대학원 석사 논문 '노인 일자리 정책의 변화와 활성화 방안'에 담겼다.

 

기업.단체, 노인 채용 여전히 기피

 

논문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 어르신들이 취업을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 35.4%, '건강 유지를 위해' 26.8%, '일이 좋아서' 12.1%로 나타났다.

 

취업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근무시간 36.8%, 임금 35.1%, 과거 전직과 연계성 18.9%로 조사됐다. 특성별로 보면 초등학교 졸업인 경우는 근무시간을 중시했다. 중․고교 졸업은 임금을, 전문대 졸업이상은 근무시간과 전직과 연계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였다.

 

적절한 근로시간은 하루를 단위로 할 때 '2~4시간'이 54.6%로 가장 많았다. 적정한 임금 수준은 '월 31~60만원'이 34%로 가장 많았다.

 

노인 일자리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시책으로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마련'이 63.1%로 가장 높았다. '노인적합 직종에 대한 노인 고용 의무화'와 '과거 일자리와 연속성 유지'의 응답도 각각 14.5%, 13.4%를 차지했다.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은 '복지관이나 노인회 등' 52.6%, '지인을 통해서' 16.9%, '천안시청(동사무소)' 14.9% 순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83.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서대곤씨는 "아직도 노인인력활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업체나 기관에서 노인인력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형과 인력파견형의 경우에는 민간사업수행기관이 직접 수요처를 발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수행기관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황선용 과장은 "전화로 기업이나 단체에서 상담이 왔을 때 어르신들의 나이를 말씀드리면 100% 거절 당한다"며 "70세 어르신도 젊기 때문에 면접을 보고 상세히 설명을 드리면 그제서야 인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어르신들은 일단 채용이 되면 이직율이 낮고 책임감이 높다"며 "고령자 채용시 각종 장려금 지원제도도 있는 만큼 노인 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어르신일자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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