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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변희재다. 변희재가 나타나면 논쟁이 시끄럽다. 그 논란에는 항상 진중권이 연관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김민선, 정진영, 박중훈, 방시혁까지 정치, 연예, 예술이 총망라되어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물론 '판'이 커지면 제3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더'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재밌기도 한다.

 

베틀싸움이 한층 치열해지면, 싸움닭들의 필살기 역시 다양하게 나타난다. 논객들의 필살기는 사실 좀 간단하다. 가드 바짝 올려놓고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것, 그것뿐이다. (이는 모든 싸움의 기본법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말싸움에서 스스로 가드를 내리는 경우는? 그건 아마도 '스스로의 논리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경우' 일 것이다. "당신이 그런 말 하니까 되게 웃기다." 이 한마디에 선뜻 반론을 펼치지 못하면  이미 게임은 끝이다. 카운터펀치다. 네티즌들은 이를 '떡실신'이라고 한다. 조중동, 혹은 몇몇 보수인물들이 공적소통의 장에 들어오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노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차포 다 떼고 싸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희재는 386과 구별되는 지점이 있을까?

 

변희재는 평소 줄기차게 386세대를 증오했다. 이 분이 워낙 '사실'이라는 것에 집착을 하고 게다가 '소송'도 좋아하시기 때문에, 뭐든 이분 앞에서는 조심스럽지만, 그가 386을 싫어하는 것은 증빙자료 없어도 명확한 사실임에 분명하다. 관련자료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설마 '비판'과 '증오'를 구별하지 못했다면서 소송?

 

물론 변희재가 386세대를 비판하는 것은 분명한 '논객의 자유'다. 특정한 이슈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것은 논객의 특권이다. 또한 386세대가 반드시 칭찬받을 이유 역시 단연코 없다.

 

또한 그의 비판의 맥락이 학계의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지점도 있다. 특정세대에 대한 과잉해석이 야기한 부작용에 대한 성찰은 이미 세대사회학에서는 중요한 이슈이다. 예를 들어, 변희재가 '386세대=패거리 정치'라고 표현한 경우처럼, 이를 유연하게 해석을 하면 '집단이 중요하니 개인은 말살되는', 혹은 '1:1로 안되니 때로 덤벼서~' 정도가 되는데 이러한 가설은 이미 상당부분 검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변희재는 상대의 어떠한 반격에 대비해야 하는가? 설마 변희재는 스스로 자신은 386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반격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대중의 반격은 간단명료하다. 그 대중이 지적수준이 있든 없든 말이다. "변희재 당신은 386과 구별되는 지점이 있어?"

 

스스로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386과 변희재

 

변희재는 과연 본인이 지적하는 386세대의 무식한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내가 보기에, 그는 386세대의 단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역시나 그의 단골메뉴, '전문가론'이 문제다. 변희재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무슨 영역'의 전문가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부'한다는 것에 있다. 변희재의 어떤 글을 보아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떠나, 핵심은 "나는 전문가다!" 이다.

 

보통의 논객들은 '내가 관심이 많은 분야인데~' 정도로 우회하는 성향이 있지만, 변희재의 버전은 한결 명료하다. 스스로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모습, 어쩐지 이것은 우리 주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버전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는 '주변'이 중요하다. 전문가라는 칭호는 주변에서 만들어야 하며, 실제 전문가는 약간 멋쩍어하면서 전문가의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우리의 예절을 집단으로 거부한 경우가 있다. 바로 386세대다. 386세대가 이전세대와 구별되는 독특성은 바로 이 '전문가 인식'에 있다. 학생시위는 언제나 있었지만 80년대 대학생들이 더 '주목' 받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젊은 혈기'로만 화염병을 던진 것이 아니라, 그 화염병에 온갖 사상과 이론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단순한 제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체제의 변화'를 요구했다. 화염병의 의미가 매우 복잡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화염병 제조' 정도의 운동권 전문가가 있었다면 80년대 학생 운동권은 조직원 관리부터 대외홍보, 자체 역량 강화는 기본이고 '반미'(反美)에 대한 체계적 교육에 '대한민국 미래상'에 대한 구체적 대안까지를 모색했다.

 

작금의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있는데 대충 화염병 몇 개 던진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386 세대는 스스로가 여타 대중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회적 주체라고 여기게 된다. 이른바 '전문가'임을 자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자부심은 다른 세대의 특징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예를 들어, 68혁명 이후 등장하는 미국의 '히피세대'의 경우는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버전이다. 여기에는 이런 전제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이 (이 영역에)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당신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별 상관없음."

 

하지만 386의 전문가 인식은 다르다. "내가 전문가이니 당신들은 따라야 한다~". 솔직히 말해,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유지'되기 위한 부연설명이 문제다. 바로 "전문가인 나를 따르지 않으면 다 바보 된다" 는 후렴구 말이다.

 

여기서 바로 변희재와 386세대의 일치성이 확인된다. 이들은 비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세상이 마치 혼란이라도 올 것처럼 겁부터 준다. 소수 엘리트들이 독점한 80년대 학생 운동권에 대한 지금의 성찰은 바로 이 지점이다.

 

비전문가인 다수는 침묵해야 했다. 그러니 운동권 안에서도 가부장제가 존재했고, 개성에 대한 억압이 존재했다. 진보라는 이름 안에도 학교서열문제가 있었고 부모의 직업을 문제 삼는 연좌제도 있었다.

 

386세대의 주류들은 대중들을 언제나 '포박된 대중'(captive audience)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니까 그 포박을 풀기위해서 더욱 큰 '활약'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물론 그 슈퍼맨은 단연코 자신들이었다. "나를 따르게 될 때에만 그 포박을 풀게 되리라~"

 

이에 대한 설득은 간소했다. 대학생이고, 그 중에서도 명문대이고, 그 중에서도 지하서클에서부터 차근차근 이론을 공부하면서 현장에 대한 경험만 충분하면 전문가 인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정리하면 < 명문대 + 화염병 + 이념서클 >이 전문가의 자격요건이 되었던 것이다.

 

변희재는 김민선, 정진영 같은 지적수준이 낮은 자가 이렇게 공적발언을 하게 되면 사회의 소통체계가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전형적으로 대중들의 수준을 깔보고 있다는 증거다. 대중들을 깔보니까 그의 눈에는 김민선의 발언이 정말로 심각하게 보일 뿐이다.

 

본인은 김민선의 영향력을 설문조사에 근거한 '사실'이라고 주장하겠지만 통계는 사실이 아니라 일련의 전형적 패턴을 유추할 수 있는 가설에 불과하다. 이는 통계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빅뉴스>는 그 통계 수치를 전체 인구수에 단순 비례하여 김민선의 발언이 무려 750만명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이 정도면 대중들을 포박의 정도가 아니라 전기고문을 받은 바보의 수준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김민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과연 750만명이나 될까? (비유법이다! 오해말라!)

 

그리고 이렇게 열 받는 대중들에게 변희재의 피드백은 간단하다. 그는 우리에게 열 받지 않길 강요한다. 자신이 전문가니까 자신의 말에 대중이 흥분해서는 안 됨을 강요한다. 이 주장의 합리화는 간단하다. 독서를 많이 하고 관련정책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자신이 오래 전부터 했기 때문에 전문가라는 것이다. 무서워라~ 이 정도의 설명으로 대중들이 설득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이념논쟁인가?

 

그렇다면 변희재가 과연 진정으로 386세대에 메인타켓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는 386 메커니즘을 너무도 잘 활용하는 386동생뻘에 불과하다는 나의 해석으로 볼 때, 결국 그는 그냥 진중권이 싫은 것이고 그냥 촛불이 싫은 것이고 그래서 무조건 '좌파'가 싫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좌파와 관련되어 있다는 '쇠고기'가 싫고 또 그런 쇠고기와 연결된 '김민선'이 싫은 것은 아닐까?

 

그는 결국 '이념'을 가지고 시비를 걸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의 행보는 언제나 시끄러운 것이 아닐까? 지금이 쌍팔년도 아니고 어떻게 아직 이념이란 말인가? 이를 가지고 '사실'이 뭐니, '증명'이 어쩌고 할지 모르겠으나, 논객이 언제 '사실'로 글을 썼던가? '해석'으로 먹고 사는 것 아니었나? 그 해석을 어떤 사실로 이해하는지는 포박 전혀 안된 대중들에 맡겨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참고로 다 "물음표" 달았으니 이건 사실표시가 아니라 사실여부 확인의 문장이다. 난 아무도 명예훼손 안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blog.daum/net/och7896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변희재, #전문가, #38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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