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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림이 진짜 귀엽다 ~"

 

다문화 가정 아동 예림이를 처음 본 순간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다. 하늘색 원피스와 분홍색 장화를 귀엽게 차려입은 예림이(성남시, 초등학교 3학년)는 학교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노란 지붕 옆 2층이 저희 집이에요." 예림이의 안내를 받아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7평 남짓한 방 안에서 태국 출신 귀화여성 람야이(36)씨와 린(25)씨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단을 반겼다.

 

 "한국에 온 지 이제 10년 6개월 됐어요"라며 능숙하게 한국말을 하는 람야이 씨는 일하는 곳에서 만난 친구라며 다른 태국 출신 귀화여성 린 씨를 소개했다. 린 씨는 한국에 온 지 이제 갓 3년이 되었다며 빙긋 웃었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은 2008년 현재 28,163 명이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가족 구성원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 비해 이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그 중에서도 이들에게 필요한 보건소 홈페이지 다국어 서비스는 미비한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실시한 '이주여성의 의료기관 이용도 실태와 만족도 조사'에서 이들 여성이 의료기관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언어장벽'이었다.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경제적인 이유'와 '오프라인 통역서비스'는 현재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에 '온라인 언어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

 

보건소 홈페이지는 바쁜 이주여성들이 직접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손쉽게 건강정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질병을 예방하고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서울YWCA 대학생 소비자기자단 완소건소팀은 지난 기사 '잣~코! 높아져만 가는 언어장벽'에서 온라인 보건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당한 이주여성들의 고충에 대해 짚어보고 보건소 다국어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 기사 '그녀들의 마음이 다치다'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이주여성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람야이 씨와의 일문일답>

 

"말이 안 통해 보건소와 큰 병원 가기 불편해요"

 

-병원에 자주 가세요? 

"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요. 예림이가 더 어렸을 때 자주 갔었죠."

 

-보건소도 이용하시나요?

"아니요. 보건소는 한 번도 안 갔어요. 사실 병원도 동네에 있는 작은 소아과랑 이비인후과 두 군데만 주로 가요. 조금 큰 병원에 가면 불편해서요.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접수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해요."

 

 (이 때 린 씨가 한 마디 거들었다) "사실 보건소나 병원에 가도 폐 끼치는 기분이 들어요.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의사선생님도 답답해하시는 것 같고, 일처리가 느려지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병원에 안 가요."

 

-요즘에는 이주여성들을 위해서 보건소 내에 통역서비스와 다국어 소책자가 있는데요. 알고 계신가요?

"아, 몰랐어요. 그런 것이 있는지는... 알면 가봤을 텐데 처음 듣는 얘기예요."

 

-집에 혹시 컴퓨터 있나요?

"네. 저는 주로 이메일을 써요. 태국에 가족들과 친구들이랑 연락할 때에요. 그래도 한국에 온 지 오래돼서 말은 통하는데, 아직 글은 어려워요. 요즘에는 한국어교실이 많다고 하던데 옛날에는 그런 거 없었거든요. 컴퓨터도 남편한테 배웠어요."

 

<다음은 린 씨와의 일문일답>

 

"한국어 배워도 보건소 홈페이지 건강정보 이해, 아직 어려워요!" 

 

-린씨도 컴퓨터 이용하세요?

"저는 센터에 가서 한국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같이 배워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으로도 한글을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요새는 이주여성 모임에도 가요."

 

-그렇다면 보건소 홈페이지도 자주 이용하시나요?

"네. 몇 번 가봤는데 한국어로 어려운 말이 많아서 힘들어요. 홈페이지 보면 이것저것 많이 있는데. 뭐가 뭔지 잘 몰라서요."

 

-린 씨는 보건소 가보셨나요?

"네. 아기 낳고 예방접종하러 갔어요. 그런데 뭔지도 모르고 그냥 했어요. 궁금했지만 '뭐 아이를 위한 것이겠지...'하고 말이에요."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 몰랐어요!"

 

-보건소에서는 임산부 대상으로 무료로 철분제도 제공하고, 무료로 아이들 예방접종도 해줘요. 만약에 이런 정보를 태국어로 알린다면 이용하시겠어요?

 

"물론이죠. 그렇게 좋은 서비스가 있었다니요! 태국 보건소는 약값이 공짜나 다름이 없어서 자주 이용 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많이 아쉬웠죠. 지금까진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한국 보건소에서도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군요.  예전에 알았으면 좋았겠네요. 아이를 더 낳을까요?"(웃음)

 

린씨의 유쾌한 농담으로 람야이씨와 기자단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나 웃음 속에는 한국 의료서비스 (보건소 홈페이지의 다국어서비스)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기자들의 마음 한 편은 무겁기만 했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그녀들에게 보건소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어떠했을까?

 

[완소건소 만평 : 이주여성 A 씨의 의료문화 답사기]

 

 

©2009 서울YWCA 대학생 소비자기자단 Y-CONPORTER 완소건소팀

 장경희 kahurangi@naver.com

    허정윤 hifive2323@naver.com

 홍승연 hsyeon87@naver.com

 

*서울YWCA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문제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는

대학생 소비자기자단(Y-Conporte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주여성, #보건소, #홈페이지, #서울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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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창립해 올해로 99주년을 맞은 서울YWCA는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 을 슬로건으로 성평등, 탈핵생명, 평화통일 운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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