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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최고위원의 탈당은 이회창 총재의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당장 원내 교섭단체 구성부터가 문제다. 심 대표의 탈당으로 노선이 서로 다르면서도 연합 형태의 명맥을 유지해 온 '선진과창조모임'은 교섭단체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18석을 가진 자유선진당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국회 의사일정 협의에서 배제돼 제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뒤통수 맞은 이회창 총재, 정치 입지 '흔들'

 

가장 곤혹스럽게 된 인물은 이 총재다.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2007년 대선에서 정계복귀한 그는 어렵사리 올려놓은 정치적 위상마저 추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 총재와 자유선진당을 공동창업한 심 대표는 충청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다. 자유선진당이 지난 총선에서 18석을 얻으며 충청권 맹주로 등극할 수 있었던 힘도 상당 부분 심 대표에게서 나왔다.

       

그런 심 대표의 '결별 선언'은 이 총재에게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만약 심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거나 한나라당에 입당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의 참패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날 심 대표의 기자회견 뒤 자유선진당은 충격에 빠졌다. 이 총재는 심 대표의 기자회견 전까지 탈당을 결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지난 28일 서울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격려사까지 했던 심 대표였다. 불과 이틀 사이에 바뀐 심 대표의 변심은 이 총재의 뒤통수를 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총재는 심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소속의원을 모두 불러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이 총재가 직접 심 대표를 만나 탈당 번복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이 총재와 의원들은 기자회견 뒤 지역구인 공주로 내려가버린 심 대표를 쫓아 이날 밤 서둘러 길을 잡았다.

 

하지만 심 대표가 마음을 돌이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총재를 "설득이 통하지 않는 아집과 독선"으로 몰아붙일 만큼 마음이 떠난 그가 다시 돌아올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자유선진당에 남은 이 총재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옛 국민중심당 출신들이 심 대표를 따라 동반탈당하는 '악몽'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자유선진당 "야당파괴 정치공작"-청와대 "집안일을 왜 밖에 화풀이하냐"

 

이날 심 대표의 탈당으로 정치권에 때아닌 '공작정치' 논란도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심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그의 총리기용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여염집에서도 남의 집 장자를 양아들로 데려가려면 그 집안의 허락을 받는 법인데, 하물며 야당의 대표를 뽑아가면서 당의 승인도 받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는 자유선진당을 짓밟고 파괴하려는 술수 혹은 정치공작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참으로 나쁜 정권이고 나쁜 사람들"이라고 이명박 정권을 성토했다.

 

그러나 심 대표가 "국무총리로도 가지 않겠다"는 의외의 발표를 하면서 정치공작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청와대가 불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심 대표의 국무총리 기용설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보자) 6~7명 중 한 명으로 실무진에서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는데, 이를 두고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선영 대변인을 향해 "공당의 대변인이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성명을 함부로 내느냐"고 비난했다. "왜 집안일을 갖고 밖에서 화풀이하느냐"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박 대변인은 다시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오후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심 대표에게 연락했다고 시인하면서 (정치공작이 아니라고) 무슨 오리발을 그렇게 내미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유선진당을 파괴하고 충청인의 자존심을 짓밟은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공작설을 재차 주장했다.

 

민주당도 청와대의 '심대평 총리 기용설'이 결과적으로 정치공작이 됐다고 자유선진당을 편들고 나섰다.

 

우상호 대변인은 "심 대표의 탈당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야권 파괴 공작의 결과"라며 "통합인사를 한다고 추진한 총리직 제안이 결국은 자유선진당을 와해시키는 결과로 치닫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야당 파괴 공작이 결과적으로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권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인사를 빌미로 야당을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공작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이회창, #심대평, #자유선진당, #박선영,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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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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