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 고향 경북 영주시 생각하면 늘 사과를 먼저 떠올린다. 어린 시절 외가에 가면 늘 사과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었다. 외조부께서는 오랫동안 과수농사를 지으셨고, 큰 외숙이 물려받아 과수원과 축산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우리 집으로 시집온 자친(慈親)도 과수농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우리 형제도 어린 시절부터 과수원 일을 거들면서 자랐다.

지금도 영주에서 과수원을 하고 계시는 양친은 오늘도 과수원 일로 바쁘게 보내시고 계시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우리 형제는 수시로 과수원 일을 돕고 있다. 특히 영주에 계시는 형님 내외분은 쉬는 날이면 늘 과수원에 잡혀 지내는 실정이다.
          
부친이 계시는 영주시 봉현면의 과수원에서
▲ 영주사과 부친이 계시는 영주시 봉현면의 과수원에서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나는 서울살이를 하며 가끔 고향에 가는 관계로 자주 일을 거들지는 않지만, 늘 안타까운 마음이 많다. 양친께서 살고 계시는 봉현면 유전리는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을 나와 예천 방향으로 4Km를 전진하면 나오는 힛트재 마루에 있는 과수원이다.

풍기 나들목을 나와 바로 좌측에 위치한 봉현초등학교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힛트재까지 왕복 8Km를 도보로 걸으며 사과 밭을 둘러보는 것은 아주 좋은 트레킹 코스다. 길을 더해 힛트재를 넘어 하촌리까지 왕복하는 16Km도 최상의 코스다.

이곳은 '소백로'라고 불리는 도로로 봄과 가을에 특히 좋은데, 봄에는 사과 꽃이 가을에는 사과의 붉은 빛이 좋은 곳이다. 여러분도 나중에 한번 가보시라. 걷기에도 좋고 사과향기를 깊게 느낄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운이 좋으면 사과 한두 개 정도는 얻어먹을 수도 있다.

나는 특히 봄의 사과 꽃을 좋아한다. 겨우 2주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인가 보다. 그 짙은 향내 때문일까, 사과 꽃의 꽃말은 '유혹'이란다. 사과 향이 나를 유혹한다.

영주시를 중심으로 한 반경 30~40km 이내 지역(경북 북부, 충북 북부, 강원 남부지역 등)에서 전국 사과의 80%가 생산되고 있는데, 그중 13%를 차지하는 영주시가 현재 국내 최대의 사과 주산지다.
        
가을사과는 10월 말, 서리가 내리는 무렵이 최고다
▲ 영주사과 가을사과는 10월 말, 서리가 내리는 무렵이 최고다
ⓒ 김수종

관련사진보기


큰 일교차와 일조량이 사과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인데, 영주시는 소백산 아래에 있어 바람이 많아 일조량이 많고, 해발 고도 또한 300∼500m 높이로 비옥한 토양과 지형에 따른 큰 일교차로 당도와 향이 뛰어난 사과를 생산할 수 있다.

사실 전국 제1의 생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영주사과의 우수성이 공개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봉현면 소재의 '참사랑 사과작목반'이 2006년 2월 탑프루트 프로젝트 시범단지로 선정된 후 2006년엔 전국우수상을, 2007년에는 최우수상 수상한 데 이어, 2008년의 '탑프루트 프로젝트 및 과수 기술 보급사업 종합 평가회'에서 드디어 영예의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2009년에는 지리 명칭을 등록시켜 해당 농 특산물을 보호하고 명품으로 육성하는 제도인 '지리적 표시제'의 등록 인증을 획득하여 명실공이 국내 최고의 명품 사과임을 증명했다.

또한 봉현면 사과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하여 농약 걱정 없는 '무도실(無刀實)사과', 즉 '칼을 쓰지 않고 껍질째 먹는 과일'을 출하하여 각광받고 있다.

가을 출하기에 맞추어 축제를 벌이는 영주시의 풍기인삼축제나 단산포도축제와는 달리, 사과는 출하기인 가을이 아니라 꽃이 피는 봄을 축제 기간으로 삼는다.

영주시 봉현면과 부석면에서 매년 4월 말 사과꽃따기 체험행사가 이루어진다. 봉현면에서는 면 발전협의회가 주관하는 '봉현명품 사과 꽃 축제'가 봉현초등학교에서 열린다.

행사는 사과 꽃따기 체험행사를 비롯하여 사과와 관련한 사진, 꽃꽂이, 찹쌀떡메치기 등은 물론 널뛰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도 곁들여진다. 또한 행사 참여자들을 위한 먹을거리로 손 두부, 파전과 돼지고기, 인삼막걸리 등으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간도 있다.

부석사를 품고 있는 부석면에서는 '뜬바우골 사과작목반'이 개최하는 사과 꽃따기 체험행사가 '소백산 예술촌'에서 개최된다. 뜬바우골 사과 꽃따기 체험행사는 풍년 기원제를 시작으로 페이스페인팅, 디카퍼즐, 다슬기 줍기, 도자기물레체험, 꽃마차타기, 페러글라이딩, 친환경사과 전시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면 단위에서 열리는 사과 꽃 축제라는 것은 그냥 사과 꽃을 보고 즐기는 행사장이라고 보면 된다.

사과 꽃이 피는 봄에 사과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면 이제 다가오는 가을 9~10월에 사과를 먹고 즐기는 기회가 있으니 다행이다. 특히 사과가 좋게 익은 시골 길을 걸으면서 사과를 보면서 맛볼 수 있는 행운이 곧 다가온다.

여름사과는 벌써 출하를 마친 상태이고, 가을 사과는 이제 출하를 준비하는 단계이다. 물론 사과의 대명사하고 할 수 있는 후지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0월 말이나 되어야하지만 그동안 사과 밭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소백산맥을 따라 영주시를 동서로 가르는 소백로, 특히 풍기읍에서 봉현면을 오가는 길은 가을이면 사과 향기가 최고로 최상의 트레킹로이다
▲ 소백로 소백산맥을 따라 영주시를 동서로 가르는 소백로, 특히 풍기읍에서 봉현면을 오가는 길은 가을이면 사과 향기가 최고로 최상의 트레킹로이다
ⓒ 영주시청

관련사진보기


특히 영주에서 사과 밭길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봉현면의 '소백로'를 걸어보라! 짧게는 왕복 8Km 정도면 충분하고 길게는 왕복 16KM를 걸으면서 영주와 사과향기에 취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 가을 나도 사과 밭길을 걸으면서 시를 한 수 쓰고자 한다.


태그:#영주사과, #소백로 , #산책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