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깨어있는 시민이 행동하는 양심을 갖고 민주주의를 지켜달라. 서명에 동참해달라." (정연주 전 KBS 사장)

"여러분의 서명하는 손길이 민주주의를, 표현의 자유를 살립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30초만 시간을 내셔서 언론악법을 막아주십시오." (최문순 민주당 의원)

 

3일 저녁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을 오가는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췄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인 서명운동"이라고 적힌 현수막 뒤에서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유명인'들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이들, 가까이 다가가 서명을 하고 "수고하신다", "힘내시라"고 격려하는 이들, 사인을 받으려는 이들도 있었다. 서명용지는 금새 탁자 위로 수북히 쌓였다.

 

언론악법 통과에 의원직 사퇴서를 낸 최문순·천정배 의원이 지난 7월 31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명동 거리에서 매일 오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하고 있는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특히 이날 제46주년 방송의 날을 맞아 정연주 전 KBS 사장도 이날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시민"을 강조했다.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프레시안 등 진보언론을 도와줄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MBC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여기 서명운동이 그 예다. '난장판 미디어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해야 한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민주주의를 만들고, 시 '담쟁이'에도 수천 개의 담쟁이 잎이 모여 벽을 넘지 않나."

 

"공영방송 KBS 이사장은 시장주의자가, MBC 방문진은 '정치통로'로 전락해"

 

그러나 정연주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이사직을 박탈당한 신태섭 전 KBS 이사는 담쟁이가 넘어갈 벽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음을 걱정했다.

 

최근 KBS 이사장으로 방송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 선출됐다. 손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정책자문위원을 맡은 친정부 인사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오래 일한, 기업 논리의 대변자로 알려져 있다.  

 

유인물을 돌리며 시민들에게 서명 동참을 호소하던 신태섭 전 이사는 "전문성을 떠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 KBS에 그러한 인물이 이사장이 됐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연주 전 사장을 축출할 때 KBS 이사회가 돌격대 역할을 했듯 손 이사장 체제 역시 그 모델을 재현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 추진 때나 새 사장 임명 때 이사회는 그 마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도 "전형적인 시장주의자가 공영방송 이사회의 수장이 된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 전 이사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최 의원은 이어 "KBS를 돈벌이 기구로 보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면서 KBS는 10년 전 국영방송으로 되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최근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엄기영 MBC 사장 해임 압박에 대해서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설립 목적을 자기부정하는 꼴"이라며 "엄 사장이 물러나는 순간 자기들 역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방문진은 MBC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며 "그런 방문진이 방어막이 되긴 커녕 정치통로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영과 편집의 분리는 방송의 기본 원리"라며 "방송의 내용을 문제삼아 경영진인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명 참가자 수, 4만1천 명 넘어... 시민들 "누구위한 법인지 국민은 알고 있다"

 

서명은 예정된 저녁 8시까지 계속됐다. 서명에 동참한 이들은 만족한 얼굴로 미디어법 반대 의사를 말했다.

 

블로거로 활동하는 박명숙(59)씨는 "겉으로 보기엔 (언론사들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안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 때처럼 통제받는 것 같다"며 "정부의 미디어법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아무개(43)씨 역시 "미디어법이 통과되던 날, 뉴스를 보며 통탄했다"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국민들이 뻔히 알텐데 저들은 무섭지도 않나보다"고 꼬집었다.

 

연인과 함께 서명에 동참한 최준현(24)씨는 "정부는 (미디어법)에 대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 전혀 없다"며 "실제로 그렇게 통과시킨 미디어법은 확실히 안 좋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운동'에 참가한 시민의 수는 지난 2일 4만1천여 명을 넘어섰다. 이 서명용지는 방송법 등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심의할 헌법재판소에 제출될 예정이다.


태그:#언론악법, #정연주, #최문순, #미디어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