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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생태길눈이 마지막 시간이다. 많이 배웠다. 평소 모르던 나무이름에 이야기까지 배웠고, 우리 마을을 구석구석 살피고, 자연과 관련된 노래도 많이 배웠으니 말이다. 사실 서른이란 나이에 마음을 담아 자연을 노래하고, 돈 안 되는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결 뿌듯해진다.

 

훼손된 자연환경, 삭막한 도시생활, 외로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조율'이란 노래를 배웠다. 유명한 곡이지만, 우리세대에는 낯설다. 한영애씨가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홍순관씨가 얼마 전 리메이크한 곡으로 배웠다. 우리의 삶과 문명을 조용히 돌아보아보는 시간이었다.

 

(노래배우기) 조율 - 한돌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 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정다웠던 시냇물이

검게 검게 바다로 가고

드높았던 파란 하늘

뿌옇게 뿌옇게 보이질 않으니

마지막 가꾸었던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이 나는 건 아닌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림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반복)

(아~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 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마을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마련했다. 마을 어린이들은 공동육아와 대안학교에서 길게는 7년 정도 '생태교육'을 받아온 아이들이다(우리들 보다 아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는 이야기다. 지난 글을 못 읽은 사람을 위해서 부연설명하자면 개나리도 잡 넝쿨로 봤던 게 우리 수준이다). 잘 아는 아이들이 있더라도 재확인 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고, 실재로 우리가 착실히 준비한 내용은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데 충분했다.

 

노래로 만남의 문을 열었다. 백창우씨 나무노래를 우리 마을 나무들로만 구성해 <인수동 나무노래>를 만든 것이다. 율동은 미처 생각 못했는데, 즉석에서 아이들이 만들어 냈다. 기특하다. 생태길눈이들 모두 놀라는 눈치다. '몸'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이들이 우리보다 한수 위다. 전인으로 자라는 아이들은 '머리', '몸', '마음' 중에 '머리'키우기 만 강요받아 온 우리의 모습과 대비된다.

 

신나는 노래 시간을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마을지도를 펼치고, 우리 마을 곳곳을 탐방했다. 가장 많이 있는 나무, 가장 큰 나무, 모여 있는 나무, 하나 밖에 없는 나무, 과실이 열리는 나무 등의 위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솔이'가 해주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쏙 빠져 버렸다(인수동 나무이야기는 지난 기사에 첨부파일로 정리해 올렸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탐사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높아 졌다.

 

 

하지만 당초 계획을 바꿔야 했다. 오늘(8월 23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영결식이 있는 날이다. '마을생태길눈이'들은 비록 영결식에는 참석 못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민주화의 거목이 사라지며, 우리 모두에게 초대하고 있었다. 사회와 우주에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자고.

 

민주화에 기여한 두 전직 대통령을 잘 기억하는 것. 생명을 사랑하고, 뭇 생명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 왜곡된 질서를 공정하고, 진실 되게 회복해 가는 것. 깨어있는 시민으로 커가며, 함께 연대하고 풀어가는 것. '생명과 평화'의 미래 세대를 키워가는 것. 우리의 몫이다.

 

마을생태길눈이 후기

영준

이제 시작입니다. 나무, 꽃, 풀, 곤충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근대교육은 '생태맹'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극단에는 '4대강 죽이기'가 있지요. 생태길눈이 활동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을 속 작은 운동입니다. 나부터 혁명하는 것. 늦었지만 가볍게 발걸음을 땔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재혁

마을 골목을 다니면서 평소에 보던 나무와 꽃이었는데 막상 자세히 관찰하고 들여다보니 모르는게 너무 많았습니다. 이름도 모르는게 많았고, 가까이 가서 냄새도 맡아본적이 없고 색도 눈여겨 본적이 없는 꽃들이 많았습니다. 관심있게 살펴보고 알려는 노력을 쏟다 보니 그저 어느집 마당 나무였던 것이 주목, 감나무, 일본목련등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름을 알게 되니까 특징, 열매, 수명등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습니다.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비슷하겠지요? 호기심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애정이 되고 애정은 사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골목을 지나다가 아는 나무를 만나면 반갑습니다.

 

재원

그동안 나무나 꽃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름도 거의 모르고 어디에 뭐가 있는 줄도 잘 몰랐죠. 생태길눈이 활동을 하면서 살펴보니 우리 주변에 참 다양한 나무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예전엔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들도 좀 더 살펴보게 되었고요. 특히 특성과 이야기를 조사했던 나무들은 더 챙겨보게 됩니다. 자연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올해부터 학교 텃밭에서 감자, 상추 등을 가꾸고 있어요. 돈 주고 사먹기만 하다가 직접 씨를 뿌리고 수확해보니 이들을 대하는 느낌이 달라졌지요. '생태길눈이활동'을 함께 하면서 환경과 생명에 대해 좀 더 넓게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텃밭만 가꿨으면 잡초라고 여기며 막 뽑아냈을 것을, 이제는 그 풀에도 이름이 있고 의미가 있고 서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무궁한 자연의 신비 앞에 이익보다는 관계를 더 생각하게 되네요. 제가 삶에서 추구하는 것도 서로 함께 하며 서로를 살리는 것이 되길 바랍니다.

 

영기

생태길눈이 활동을 통해서 내가 사는 마을의 곳곳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중심은 인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무들, 풀들, 바람 등과 같은 자연들과 더불어 인간이 살고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들 속에 사람이 얹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길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 한그루를 알고 나니, 다니던 길이 전보다 즐거워졌습니다.

 

윤환

우선 비가 막 쏟아지던 날 모두 우산을 쓰고 방미숙 선생님의 나무이야기 흥미롭게 듣던 모습과 무더운 여름날 "어머 저 나무는 뭘까?" 고민하며 조사하던 시간들이 우선 떠오르네요. 완성된 마을지도와 나무노래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도 좋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직접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며 나무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 것이 참 아쉽네요.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함께 땀 흘리고 수고한 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마을을 관찰하면서는 다시금 이곳이 참 축복받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정

마을에 함께 모여 살며 생활하는 이들이 모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각자 생태적으로 산다는 물음이 크게 작게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시작인 골목골목 있는 나무와 풀을 조사하고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매일 스치던 그 나무가 살구나무였고, 개나리였고, 주목이라는 나무는 높이 높이 하늘로 올라가는 나무인데 관상용 나무로 심기면서 계속 다듬어지며 위로 자라고자 하는 것을 계속 잘라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과 기여가 재미있었다. 숲, 나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모셔오기도 하고, 조경을 전공으로 한 분은 나무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해주고, 시골출신은 몸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또 이런 이야기를 글로 잘 정리해서 기사화하기도 하고, 마을생태길눈이 활동을 계기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나무조사를 계획하고, 주말학교에서 마을아이들을 만나갈 것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시작한 것이 씨앗이 되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수지

일단 생태 길눈이 활동을 잘 이끌어 준 도우미들의 손길에 감사하게 되네요. 더운 여름 날씨에 나무 조사한답시고 허리, 목 꺾어 가며 10미터가 넘는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금세 지쳐버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정에 무리 없이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도록 해 주셨던 거 같아서요.^^나무 열매 하나에 대해서도 풍성하게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방미숙 선생님의 수준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매일 어린이집 아이들과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연의 변화들을 더 섬세히 느껴 갈 수 있고 그 안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생겨 좋습니다. 얼마 전에도 재관오빠와 밤 산책을 하다 고생고생 알아냈던 나무의 이름을 이야기해주며 뿌듯함을 느꼈지요.^^ 정말 누군가가 길을 물어왔을 때, 길모퉁이 나무를 가리키며 길 안내를 할 수 있을 지, 그런 다른 시간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어느새 그렇게 되어있기를...^^

 

솔이

'생태길눈이' 활동이 생각했던 것만큼 복잡하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하고 최소한의 활동을 했거든요. 늘 지나가던 골목길에서 봐오던 나무의 이름을 찾아보고 지도에 표시하기, 찾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보기가 전부였지요. 단순한 것 같은 활동이었지만 전과 달라진 건 이제 같은 골목길을 지날 때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예요. 어린이집 아이들과 산책을 할 때도 전 보다 할 이야기가 더 많아졌지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능한 일인데 참 무심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을생태길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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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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