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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 송참봉 조선마을. 가옥 20여채가 모두 초가이고 축사와 정자, 원두막 등도 100여년전의 농경생활 형태로 재현해 놨다.
▲ 송참봉 조선마을 전북 정읍 송참봉 조선마을. 가옥 20여채가 모두 초가이고 축사와 정자, 원두막 등도 100여년전의 농경생활 형태로 재현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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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미래가 있으려면 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과거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자면 옛것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함은 물론 그것들을 되살려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북 정읍 '송참봉 조선마을'을 찾았다.

송참봉 조선마을은 촌장 송기중(57)씨가 전북 정읍군 이평면 청량리 일원 9,930m의 부지에 3년간에 걸쳐 조성한 초가마을이다. 100여 년 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 선조들의 농경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마을은 일종의 숙박 가능한 체험형 민속촌이다. 흙벽으로 된 재래식 화장실에 방은 아궁이에 장작을 떼서 따뜻하게 하는 전형적인 구들방이다. 이곳에선 전기와 수도, 현대의 모든 가공식품, 집기 등은 일체 사용할 수 없다.

송참봉 조선동네는 어떤 곳?

송씨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모든 게 사라지고 기록만 남을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선조들의 살림살이를 일구기 위해 의ㆍ식ㆍ주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보고 전국을 돌며 현장답사와 자료 수집을 통해 민속마을을 준비했다.

"서울 근교에서 가구공장과 정읍 토속음식점 등을 운영해 돈을 좀 벌었는데 먹고 살만 하게 되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 결과물이 민속마을인 셈입니다."  

조선마을은 숙박체험동 8동, 민속전시관 1동, 식당 및 주방 2동, 서당(학습관)1동, 공동변소와 공동목욕탕, 농기구 보관창고, 가축사 및 정자와 원두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가의 기둥은 소나무였고 문과 문틀, 창문 등은 옛 방식으로 지어져 장마, 폭설, 폭풍 등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했다.

송씨는 "직원들이 상주하며, 옛날과 같은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이 잠시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장소가 아닌 농민들의 삶 전체를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옛 농경사회 생활방식 고집

송참봉 조선마을 촌장 송기중씨가 방문객들에게 민속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 송참봉 조선마을 촌장 송기중 씨 송참봉 조선마을 촌장 송기중씨가 방문객들에게 민속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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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는 제철에 맞는 밭작물을 손수 지으며 온갖 야생화도 재배한다. 채소류 60%이상을 자급자족한다. 소, 돼지, 개, 닭, 염소, 토끼, 오리 등의 가축을 방사하여 육류자급을 조달한다. 음식은 재래식으로 직접 담그고 조리하여 토속음식 위주로 계절에 따라 변경해가며 준비한다. 주류는 서민 토속주인 막걸리, 동동주를 사용하며 사용하는 식자재 역시 옛것인 사기, 질그릇, 놋쇠 숟가락, 젓가락과 옹기, 항아리, 질그릇 및 짚풀 등 온전한 우리 것을 사용한다.

의복 및 침구는 옛 농민복을 자체 제작하였으며 버선, 조끼, 고무신, 짚신(계절에 따라 다름), 요, 이불은 질기고 따뜻한 목화솜을 사용한 옛것을 제작하였다. 세면과 목욕은 비누를 사용하지 않으며, 씻기만 한다. 양치는 소금을 사용하되 손가락으로 닦는다. 생수가 나오는 곳에 옛날식 공동우물을 파서 물동이, 물지게로 퍼나르도록 했다. 앞으론 토기나 대나무관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고 물레방아도 설치할 계획이다.

송씨는 또 서예, 한문, 농악, 바둑, 만담 등은 각 분야의 강사를 초빙하여 직접 배우고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고 사라져 가는 민속놀이를 발굴하고, 민속마을 직원들로 농악단을 만들고, 서당을 운영하는 등 민속마을의 모든 생활자체가 전시관이 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자유다. 취침시간도 마찬가지. 밤에는 호롱불(남포불, 등잔, 대형청사초롱)을 밝힌다. 어둠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온돌방과 재래식 침구 속에서 잠을 잔다. 모든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문명세계와 단절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월송서당 내부엔 언제라도 서예를 할 수 있도록 지필묵이 갖춰져있다.
▲ 월송서당(학습관) 월송서당 내부엔 언제라도 서예를 할 수 있도록 지필묵이 갖춰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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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5일 오후 조선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침 외지에서 단체손님이 들이닥쳤다.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전장호(41)씨는 "그동안 도시에 살면서 이런 희귀한 곳을 보지 못했는데 마침 이곳을 찾으니 내가 조선 후기 시대의 사람이 된 듯한 느낌" 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찾아 자녀들과 하룻밤 묵으면서 우리 선조들의 체취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는 "옛 조상들의 농경생활을 사실대로 만들어 보여주고, 함께 잠자고 먹고, 한데 어울려 놀다가는 추억에 남는 민속마을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것을 채우고 규모도 학대하겠다."며 "모든 분야의 현대적인 것을 완전 제거하고 옛것의 생활도구 등을 최대한 구입하여 전시하고 실제 사용하여 모든 사람이 감동하도록 순수 민속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당찬 소감을 피력했다.

초가을 양광이 내려쬐는 우리에서 흙돼지 한 마리 낮잠을 즐기고 그 옆 축사에선 누렁소가 연신 울어댔다. 마당을 가로지르며 종종걸음 치는 한낮의 송참봉 조선마을은 깨끗하고 조용해 고향집처럼 포근하고 아늑했다. 

▲ 가는 길: 전주에서 정읍도착 후 정읍 영원면에서 29번 도로를 타고 부안백산 쪽으로 2㎞정도 가다 우측 청량마을 쪽으로 진입하면 된다. 전화: 063-532-0054
▲ 하루 숙박비는 어른과 중고생은 1만원, 초등생은 5,000원, 초등생이하는 무료다. 식사는 한 끼 6,000원.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나간 다음 지방지에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송참봉조선마을, #정읍민속마을, #초가집, #농경생활체험, #민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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