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STX는 필수적으로 따르는 공장 가동으로 인한 환경피해대책인 이주보상과 어업권 보상을 마산시에 떠넘겨 헐값에 땅을 얻어 부동산의 이익도 챙기고, 공장도 투자 없이 거저 운영하겠다는 저자거리의 얄팍한 상술을 드러내고 있다."

마산 '수정마을 STX유치 반대주민대책위'(위원장 박석곤)가 8일 오전 마산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마을 주민과 천주교 신부·수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큰사진보기
▲  '수정마을 STX 반대 주민대책위'는 8일 오전 마산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당초 마산시는 수정지구를 택지 조성 목적으로 매립하려다가 일반산업단지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반대했다. 마산시는 이곳에 STX 조선 기자재 공장을 유치하기로 했다.

마산시와 STX는 '26개 조항'이 담긴 '조건부 승인'을 얻었다. 수정지구는 매립공사가 진행 중이며, 마산시는 조만간 경남도에 '매립 준공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여혁종 STX중공업 대표이사가 마산시에 "이주보상과 어업권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26개 조항의 조건부 승인에는 '이주보상'이 들어 있지만, 이주보상을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 연안을 매립할 경우 반드시 어업권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주보상과 어업권 보상을 STX가 마산시에 요구한 것이다. 마산시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마산시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자 '반대주민대책위'가 입장을 내고 STX를 규탄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조건부 승인을 얻은 STX가 민원에 대한 그들의 약속이 행정절차를 통과하려는 얄팍한 거짓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반대대책위가 여러 차례에 공식문서로 요구하였으나 구두 약속의 진실성만을 주장해온 그들의 속내를 비로소 만천하에 드러내 보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주민들은 "이는 기업이 사회 안에 공동선을 위한 기본적인 기업윤리조차 저버린 채 오직 이윤만을 위해 인권과 기본생존권, 환경권을 무시한 비윤리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정 주민의 목숨을 넘겨주고, 마산시민의 혈세를 내어주는 대가로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마산시 전체 경제를 위한 정책이라고 외치고 있는 말의 의미를 스스로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큰사진보기
▲  박석곤 '수정마을 STX 반대 주민대책위' 위원장이 8일 오전 마산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또 주민들은 정규섭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장을 비난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7월 24일 마산시의회 시정질문·답변 과정에서 '반대 주민은 20명'이라 발언했고, 이후 정 본부장은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대주민대책위'는 "정규섭 본부장의 발언으로 마산시 고위 간부 공무원의 업무행정에 대한 상황인식과 공직자의 업무 태도, 성실성의 결여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황철곤 마산시장은 허위발언을 한 정 본부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안심할 수 있는 행정과 안정된 민생은 서로를 속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황철곤 마산시장은 겸허히 받아들여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되돌려야 할 것"이라며 "이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아는 대인배의 모습을 뒤늦게나마 되찾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백남해 신부는 "어제 신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면서 "변호사와 상의도 했는데, 앞으로 행정소송을 하면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산시는 조만간 경남도에 '매립준공 허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반대주민대책위'는 법원에 '매립준공허가 중지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다.

큰사진보기
▲  백남해 신부가 8일 마산시청 현관 앞에서 열린 '수정마을 STX 반대 주민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