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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가족 중에 제일 얼굴 보기 어려운 이는 첫째딸 나리입니다.

중대 연극과 4학년,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에 재학 중인 4년 동안 제가 나리의 얼굴을 본 것은 열손가락을 한번 펼 정도인 것 같습니다.

자정이 넘어서야 전화기 너머로 간혹 목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그 목소리는 항상 쉬어있거나 피곤에 절어 갈라진 음성이었습니다. 연극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스태프와 캐스트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누구하나 자신의 역할과 의무를 해태하면 바로 전체에 흠을 내는 일이라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당연히 나리는 열외였습니다. 연습은 늘 자정을 넘기기 일쑤이고 더러는 새벽까지 이어지곤 한답니다. 아마 모든 사람이 열외 없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밤일 수밖에 없나봅니다.

누군가가 읍소를 하며 부탁을 해도 하지 않을 그 일을 나리는 거반 4년간 쉼 없이 계속한 것 같습니다. 학교안의 연극과 학교 밖의 연극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렸습니다.

작년의 일본 오끼나와 '2008국제청소년연극페스티벌'참가에 이어 올해도 북경의 국제연극제와 춘천국제연극제에 작품을 올렸습니다.

거칠고 험한 길을 혼자서 가니 나름 대견한 마음입니다.
▲ 오끼나와에서의 이나리 거칠고 험한 길을 혼자서 가니 나름 대견한 마음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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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 토, 일요일에도 서울 어디에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나 봅니다. 무심해서 공연내용과 장소와 시간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단지 이번 연극도 지난 2개월쯤 나리가 새벽까지 잠을 줄인 연습의 결과를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성격이 직선적이고 솔직해서 늘 불안했던 딸이지만 초지일관 자신이 선택한 길을 한 번도 옆을 보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이 제게 큰 안심일 뿐입니다.

이 아비도 딸만큼 할 일이 많으므로 딸의 작품 관람을 위해 서울 나들이가 불가능하지만 말 한마디의 격려로 부모의 무심함에 대해 면피하고자 합니다.

"딸아! 흔들림 없이 네 길을 가라."

'2008국제청소년연극페스티벌' 참가 작품인 

'The Map Mania Beyond the Door'
 '2008국제청소년연극페스티벌' 참가 작품인 'The Map Mania Beyond the Door'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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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이나리 ,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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