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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간 저의 둘째딸 주리로 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주리는 프랑스 리옹의 한 대학에서 한 학기동안 수학하기로 하고 지난달에 출국했습니다.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학기에 한 달 앞서 떠났습니다.

 

대학의 강의실로 바로가기보다 적응기간을 갖기 위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2주를 워크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주쯤을 여행하기로 한 스스로의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평생, 유목민을 자처하는 아버지를 닮은 탓인지 스스로 그 여행을 계획하고 조직화하는 깜냥이 있어보여 다행입니다.

 

프랑스에 도착하기 전에 파리의 또래 대학 여학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했고, 또다시 툴루즈에서 2주간 워크캠프에 참여하는 중에 친구가 된 스페인 친구를 따라 스페인으로 가겠다는 군요.

 

저는 한국을 떠나면 한국을 잊으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비상상황이 아니면 한국으로 전화는 물론, 메일도 못하게 하지요.

 

주리의 이번 메일은 한국을 떠나고 프랑스에 잘 도착했다는 짧은 메일 뒤에 2번째 온 메일입니다.

 

Hi dad! its me julie.

 

I can read Korean but I cant write. So I'll write in english.

 

I'm having great fun in this work camp , in Toulouse. We are making environmental friendly building here and doing activities together such as making bread, making natural ink or feeding animals here and people are here great. There are 3japanese, 1turkish, 1spanish and 2french. There are all friendly and nice.

 

I'll finish this workcamp in 21th of september. and I have to go to Lyon until 2nd of October. So I have some time to travel.

 

So I've decided to go to spain for 4days and comeback to France and travel more

because if I go to spain I'll stay at my spanish friends house who I met in this workcamp for free. And she's now on her holiday now, so we can hang out together. I think its really good chance.

 

I might use credit card a lot because I haven't make a bank account here

so I'd better save my cash. I think I'll spend quite lots of money in transportation.

SORRY!!!

 

Can you check if my baggage is arrived or not there?

 

Say hello to everyone and I'm great here.

 

Julie

 

*참고적으로 저의 번역문을 첨부 드립니다.

 

아빠, 안녕하시지요? 주리입니다.

 

이곳의 컴퓨터에서 한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쓸 수는 없군요. 그래서 영어로 쓸 수밖에 없답니다.

 

저는 이번 툴루즈에서의 워크캠프가 참 즐겁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친환경 건물을 짓기도 하고 빵을 만들거나 자연염료를 만들고 동물들에게 먹이 주는 일 들을 함께하고 있답니다.

3명의 일본인과 1명의 터키사람, 1명의 스페인사람과 2명의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친절하고 멋진 친구들이예요.

 

9월 21일 이 워크캠프 일정이 끝나고 10월 2일까지 리옹의 대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며칠간 여행할 짬이 됩니다.

 

그래서 전 4일간 스페인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이번 워크캠프에서 만나 친구 집에서 무료로 지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녀는 지금 휴가 중이고, 그래서 우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정말 좋은 기회가 제게 주어진 셈이지요.

 

제가 신용카드를 좀 쓸지 모르겠어요. 아직 이곳에서 제 은행구좌를 개설하지 않았고, 그래서 현금은 좀 아껴두는게 좋겠어요. 아마 교통비로 비교적 많은 돈을 지출해야할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제 수화물이 대학으로 배달되었는지를 체크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아는 모든 분들께 안부전해주시구요. 아무튼 저는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주리드림

워크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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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사랑하는 주리에게

 

주리야 스페인을 다녀오는 결정을 잘했다.

 

여행은 어차피 미지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탐사이며, 그곳에서 '역시 세상은 살맛한 곳이야',하는 긍정을 찾아내는 것이지.

 

그러므로 여행일정을 너무 빈틈없이 계획해서서, 다시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들을 만났음에도 꽉 짜인 일정에 따라 당장 떠나야한다면 불행이지.

 

그곳 사람들의 내면의 기쁨이나 고민,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 즉 삶의 진정성에 다가갈 수 있는 여행을 하거라.

 

그러려면 관광지나 유적의 방문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도회지보다 시골이 더 좋을 테다. 그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활을 삼지않기때문에 여행자에게 과장되게 대할 이유가 없다. 삶의 현실을 허풍 떨거나 숨길이유도 없지. 낯선 나라의 오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난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도시라면 멋진 그래픽의 간판으로 가려진 대로변이 아니라 한 발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도시의 이면이 보인다. 번화가의 숍에서 관광 상품을 사고,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만으로 일관되는 여행이라면 너를 그곳까지 실어가느라 소비한 비행기의 항공유가 아까울 것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스페인 관광 상품을 사기위해, 미국의 레시피로 만든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는 구태여 한국을 벗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툴루즈에서 함께 생활한 3명의 일본인과 1명의 터키인, 1명의 스페인인, 2명의 프랑스인이, 2주 동안 그동안 네가 보지 못했으며, 존재조차 몰랐을, 그러나 당연히 눈길을 주어야할 것들에 관심 갖게 했을 것이라 믿는다.

 

엄마가 배편으로 부친 너의 소포는 수하물 태그의 번호로 리옹의 대학에 도착했는지를 체크해보겠다마는 너도 대학의 담당 부서로 전화를 해보길 바란다.

 

내년 3월까지 나의 사랑하는 딸을 내 옆에 두고 볼 수 없음이 서운하지만 내가 너를 꿰어 차고 있는 것보다, 또한 내가 네게 훈계하는 것보다, 세상이 너를 더 잘 가르칠 것을 믿기 때문에 너를 보고픈 마음을 기꺼운 마음으로 인내하겠다.

 

너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아빠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이주리, #워크캠프, #프랑스,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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