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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하천의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아주 어릴 적 갈대와 억새의 차이를 몰랐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게 된 지금에도 내 눈에는 갈대와 억새풀은 자주 헷갈린다. 아무튼 갈대와 억새는 가을풀이면서 가장 가을을 느끼게 하는 서정적인 풀이다. 
 
세익스피어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표현했지만, 이 말은 여자에게만 꼭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 같다. 한시도 고정불변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과 흔들리는 갈대의 모양은 그리 다르지 않는 듯하니 말이다.
 
갈대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니 갈대는 '물속에 뿌리를 내린 풀'이라고 적혀 있다. 갈대는 추운 북극지방에서도 더운 열대지방까지 가리지 않고 자란다. 특히 호수나 습지, 개울가를 따라 자라는 물가에 자라는 풀이다.
 
이 갈대는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지붕을 잇는 데 많이 썼다. 그리고 바구니, 멍석 등 화살과 펜, 악기 등의 재료로 이용돼 왔다. 특히 한방에서 쓰는 갈대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으로 위 운동촉진, 이뇨, 지혈 등에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곳에 갈대를 심어 오염물질을 제거한다고 한다. 정말 도심의 하천에 일부로라도 갈대를 심어야겠다. 천천히 하늘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걷다 보니, 굳이 먼 타지의 갈대밭에 가지 않아도, 이만하면 도심 속의 가을 서정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갈대군락지이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 - '신경림'
 
 
그리스신화에 갈대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있다. 헤르메스와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판은 야산의 신으로 목축을 다스렸다고 한다. 반은 사람,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교제하여 탄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판은 어느날 강의 요정 시랭크스를 사모하였는데, 하루는 이를 참지 못하고 들판에서 놀고 있는 요정에게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가게 되었다. 요정 시랭크스는 그 흉한 모습에 놀라 도망하기 시작했고, 판은 얼결에 쫓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의 강가에 이르렀을 때 시랭크스는 붙잡히게 되었다.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시랭크스는 그 자리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갈대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판은 그런 시랭크스를 불쌍히 여겨 갈대를 꺾어 길이가 각기 다른 여러 대를 한데 묶어 '시랭크스'라는 피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갈대' 이야기나, 신경림 시인의 '갈대'의 비유나, 갈대는 인간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겠다. 아무리 변하지 않는다는 맹세도 갈대처럼 허망하게 흔들리는 일이 빈번한 이 시대. 새삼 갈대를 바라보며 늘 푸른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하늘 하늘 흔들리는 갈대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나 저나 갈대가 많이 피어 있는 온천천은 정말 가을이 충만하게 무르 익어가고 있다. 혼자 걷기 아까울 정도로.
 


태그:#온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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