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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에게 자유를" 서울 출입국 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문화 활동가' 미누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미누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미누에게 자유를" 서울 출입국 사무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문화 활동가' 미누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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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출신 문화활동가 미노드 목탄(이하 미누)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14일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열렸다.

미누씨는 지난 1992년부터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다국적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보컬, 다문화교육 강사 등으로 문화예술분야 활동가였다. 하지만, 지난 8일 그는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 사무실 앞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 3명에게 연행되어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 중이다.

이에 '(가칭) 미누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미누는 17년 동안 이주노동자로, 미디어활동가로, 음악인으로서 인권과 한국사회의 변화를 갈망했던 사람이다"며 "다문화 사회를 외치는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 미누를 석방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과 강제출국을 규탄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누 씨를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미누 씨가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각종 활동 사진들
▲ 미누씨 방에 있던 물건들 한국사회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미누 씨를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미누 씨가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각종 활동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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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류 이주노동자 강제출국이 다문화 사회로 가는길?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미누씨는 한국사회에서 사회, 문화, 인권운동가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데 가교 역할을 했다"며, "폭력적 강제추방만이 문제 해결의 방안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장은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만 사용할 줄 알지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며, "특별한 경우 체류를 허가할 수 있기 때문에 미누씨가 이주민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안다면 소중한 자산을 스스로 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누의 연행이 표적단속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원정 이주노조 교육선전차장은 연대발언에서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우연히 단속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부분 미등록체류 이주노동자들이 영장과 서류 없이 강제연행되는 것에 비해 미누씨는 보호명령서까지 가져와서 연행해갔다. 이는 표적단속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 미누 내놔라!"

고병권 꼬뮤넷 수유너머 연구원은 그동안 같은 건물에서 밥을 함께 먹던 식구를 연구소 앞에서 빼앗겼다는 느낌에 서글프고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미누씨가 연행됐던 지난 8일 늦은 밤 미누의 강제출국에 대비해 문이라도 막아볼 생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밤을 샜다.

고병권씨는 "미누씨 연행은 논리와 법이 멈춘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사람들은 죄의 유무를 판사가 재판을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재판조차 받지 못한다. 그들에게 한국은 치외법권 지대에 사는 것이다"며, "이미 우리 안에 살고 있고, 우리가 되어버린 미누의 존재를 부인하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적취득과 강제송환 중 택하라는 것은 한국에 존재하는 지구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며, "이제 초국적 신분에 대한 정체성을 인정해야 하고, 장기체류 이주민들에게 이 나라에 살아가는 기본적인 권리를 줘야한다"고 했다.

'고향을 떠난 연어가,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연어의 노래>를 열창하는 하림 씨.
▲ 친구 미누를 위해 노래하는 가수 하림 '고향을 떠난 연어가,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연어의 노래>를 열창하는 하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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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누씨가 함께 살던 해방촌 공동체 '빈집'에서는 미누씨의 물품을 전시했다. 김디온(미누 되찾기 빈집 식구들 모임)씨는 어제 미누씨와의 통화에서 "여기서는 10시에 자라고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만큼 미누씨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고 10시 전에 자본 적이 없는사람이다"고 했다.

이 날, 빈집 식구들은 "미누가 돌아오지 않는 방에는 그가 읽은 책과 그 손으로 만든 영상들이 빼곡하다. 그 사이로 지난 주말 바쁘게 출근하며 남겨놓은 곱게 다려진 바지와 말끔하게 닦아놓은 구두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미누가 돌아오는 날까지 그 방의 주인을 함께 기다릴 것이다. 우리의 가족 미누를 내놔라"며 가족 찾기 운동을 벌였다.

기자회견에는 미누씨 친구로 함께 공연했던 가수 하림씨도 참석했다. 그는 "미누를 통해서 한국에 돈 벌러 와서 고생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게됐고 관심이 생겼다"며, "필요한 사람을 나가라고 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하림씨는 친구를 위해 <연어의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내가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주노동자, #미누, #화성외국인보호소, #다문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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