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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쉴 틈도 없이 학원으로 향한다. 초등학생이건 중고등학생이건 예외가 없다. 그렇게 학원에 다니면 성적이라도 팍팍 올라가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그렇다보니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트레스다.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은 물론 시간도 없다. 아니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부에선 국가수준 학력평가(일제고사) 점수를 각 지역교육청 평가에 반영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에선 일선 학교를 닦달할 게 분명하다. 다시 일선 학교에선 교사들을 닦달하게 될 것이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닦달하게 될 것이다. 왜? 교육청의 순위 매김은 일선 학교의 순위 매김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은 전국의 학생들의 순위 매김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아이들을 경쟁의 진흙탕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성적 올리기 몰입하다 보면 사교육 시장은 더욱 팽창하게 됨은 자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학원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러면 학원에 가면 성적이 오를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학원 수업을 통해 성적이 향상된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학원에 가고 개인교습을 받아 선행학습을 한다고 점수가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가르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공부하느냐가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학생 혼자 무조건 공부를 한다고 좋은 점수를 맞는 건 아니다. 주변 여건도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 집의 긴밀한 연관관계도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한 시골학교, 상식을 바꾸다

 

일본은 우리와 교육 현실이 비슷하다. 교육열이라면 우리 못지않게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의 일제고사와 같은 전국학력평가를 본다. 그리고 전체 학교의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와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앞서 사설이 길었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긴 일본의 한 시골학교의 이야기다. 아니 시골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이야기다.

 

현 대학교수이자 아키타 대학 교육문화학부 부속 초등학교 교장으로 있는 아베 노보루가 쓴 <기적의 아키타 공부법>은 아키타 현이라는 시골 아이들의 공부 방법에 대해 적은 글이다. 아키타 현은 우리나라의 강원도 산골이나 얼마 전 일제고사 파문을 일으켰던 전북의 임실 정도의 시골이다. 그렇기에 아키타엔 변변한 사교육을 담당할 학원도 거의 없다. 해서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의 아이들이 일본의 전국 학력평가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이 책은 결과의 원인에 대해 인터뷰와 관찰, 자료를 통해 쓴 글이다.

 

그럼 아키타의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할까. 어떻게 했기에 일본 전국 학력평가에서 1위를 했을까.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평상시의 습관이 그렇게 만들었다 한다.

 

아키타의 아이들은 수업에 항상 적극적으로 임한다. 수업태도가 바르다. 그 이유를 아키타의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미리 배우는 경쟁적인 선행학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으며 학급붕괴와 수업방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가정에 가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집에 가면 복습을  잘 한다. 그날 배웠던 내용을 복습을 하고 책읽기를 통해 공부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에 열중한다. 또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는 것도 공부를 잘 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여,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학부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사들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을 하고 온 것을 전제로 수업을 하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실수업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발표하는 수업이 거의 없다. 뭘 물어봐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것을 아이들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우리 교육이란 게 사고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지식 전달의 수업이 초등학교 때부터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대부분의 초중고도 이러한 지식 중심의 전달식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키타에선 활발한 의견 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이게 전국학력평가에서 1위를 한 이유라고 말한다.

 

서열화는 아이의 자존 의식을 끌어내린다

 

우리는 지금 서열화, 획일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 실시하는 전국학력평가도 일종의 서열화다. 그런데 이 서열화가 아이들 스스로 자존의식을 낮추는 데 일조를 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낮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의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면서도 "나는 못하는 게 많아" "나는 공부를 못해" 등 자신을 스스로 낮추거나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은 아이가 많다고 하는데 그 가장 큰 원인이 서열화에 있다고 한다.

 

"그러한 서열화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공부든 뭐든 '나는 할 수 없다'라는 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서열화를 당연한 듯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부모의 자세와 부모의 말이 아이의 자존의식을 더욱 끌어내리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서열화 속에서 아이들의 자존의식을 회복시키려면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꾸짖음보단 칭찬이 아이들의 자존의식을 높이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인물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실제로 아키타의 아이들은 칭찬이 일반화되었고 서로 좋은 점수를 맞으려는 경쟁의식도 없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하나의 답이 아닌 다양한 답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선 아키타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학원수업을 통한 선행학습이 아닌 다른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아이의 학력은 식탁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과의 대화는 사고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또 인사가 아이의 학력을 높인다고 한다. 인사는 대화능력을 기르는 시작이기에 인사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시키라고 말한다. 여기에 자기 집만의 특별한 규칙을 만들고, 학교, 선생님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아이의 학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가정학습을 습관화하고 독서를 생활화하고 각 지역행사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일도 학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학원에 가라고 하든가 선행학습을 하라는 이야긴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의 학력은 그 집안의 경제력에 있다고 한다. 아이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아이의 능력은 이내 사장되고 만다. 즉 돈에 의해 아이들이 만들어진다는 씁쓸한 이야기다.

 

그렇더라도 공부의 본질은 하나다. 공부는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우리 교육은 아직 아이 스스로 학교와 가정 학습을 통해서 이루어진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의 질적인 향상보다는 사교육비 절감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 한편으론 서열화를 통한 경쟁을 화두로 삼는 우리 교육의 모습을 아베 노보루의 <기적의 아키타 공부법>을 통해 한 번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덧붙이는 글 | <기적의 아키타 공부법> / 아베 노보루 / 홍성민 옮김 /값 1만 원


기적의 아키타 공부법 - 수업종이 울리지 않는 교실의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할까?

아베 노보루 지음, 홍성민 옮김, 김영사(2009)


태그:#기적의 아키타 공부법,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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