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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우듬지엔 착륙이 불가능했을까?
▲ 까치 은행나무 우듬지엔 착륙이 불가능했을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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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도 가을을 타고 있을까?
▲ 까치 까치도 가을을 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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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을이다. 18일(일) 오전, 카메라를 맸다. 대전에서 안동까지 서둘지 않고 세 시간을 달렸다. 안동을 대표하는 하회마을에 진입했다. 우선 나를 반긴 건 까치다. 은행나무 우듬지에 앉을 듯 말 듯 곡예를 하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까치. 왜 나는 시선을 상공에 두고 만 걸까? 

하회마을 여행이 처음인 내게 그 신비감은 절정이었다. 그러나 들어가는 공간부터 주막과 식당으로 즐비했다. 하회라는 이름 그대로 '강물을 휘돌아 있는 뭔가 서정적인 마을'을 예상하고 전통 마을을 탐하고자 했던 기대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탐스럽게 매달린 홍시
▲ 홍시 탐스럽게 매달린 홍시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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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젊은 연인을 카메라에 포착하는 행인의 촬영 자세가 정겹다.
▲ 김치~~~ 찰칵! 젊은 연인을 카메라에 포착하는 행인의 촬영 자세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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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 마을 옆 낙동강에서 본 나룻배
▲ 나룻배 하회 마을 옆 낙동강에서 본 나룻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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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옥 구조와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들, 그리고 초가 마당 한 편에 빛나게 서 있는 벤츠 승용차. 그 심각한 부조화에 당황하면서 낙동강 변을 따라 걸었다. 그나마 살아있는 강. 나룻배 사공이 젊은이들을 내려주고 뭔가 대화를 주고받는다. 4대강을 살린다는 공사를 하게 되면 저 사공은 어디로 갈까?

풍요로운 들녘
▲ 가을 들녘 풍요로운 들녘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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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 낙동강 변의 가을 정취들, 안동간고등어, 안동소주, 안동댐과 민속 박물관이 아니었다면 하회마을 여행은 빛이 바랬을 것이다. 특히 안동과 예천 사이, 풍요로운 농촌 들녘은 가을 여행의 백미였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주는 벼
▲ 탈곡된 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주는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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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게 생을 마감했구나.
▲ 벼 벤 자리 장엄하게 생을 마감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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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만큼 아낌없이 주는 존재가 있을까? 탈곡된 볏단을 보며 이기와 이타를 생각한다. 모내기와 함께 몇 포기로 출발한 생은 수십 포기로 늘어나 쌀을 만들고 트랙터 칼날에 여지없이 목을 내밀었다. 나는 얼마나 나 아닌 타인에게 아낌없이 주면서 살았을까?

벼와 함께 살다가 벼와 함께 죽은 우렁
▲ 우렁 벼와 함께 살다가 벼와 함께 죽은 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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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을 느리게느리게 종횡무진하며 벼와 더불어 공생했을 우렁. 우렁의 죽음은 장엄하다. 먹이사슬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일까? 제 몸을 껍질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듯 빨판은 안으로안으로 굳게 닫혀 있다.

장안사 종각 사이로 본 풍경
▲ 가을맞이 장안사 종각 사이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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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바람은 한결같다.
▲ 소원성취 우리네 바람은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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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회룡포 마을은 최근 강호동의 <1박2일>에 나왔다 하여 더욱 이름이 났다. 많은 분들이 전망대를 찾았다. 오르는 길목에 고찰 장안사가 반긴다. 갑자기 불어난 관광객을 맞이하는 절집 아줌마도 분주하다. 한 관광객이 기도 도량 기와 위에 가정화목, 소원성취를 갈구한다.

경북 예천에 위치한 회룡포 마을. 용이 휘돌고 있는 형상이다.
▲ 회룡포 마을 경북 예천에 위치한 회룡포 마을. 용이 휘돌고 있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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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위에서 회룡포 마을을 조망한다. 낙동강 지류가 마치 용이 휘돌아간 듯 마을을 감싸흐르고 있다. 일부 조망객이 한마디 한다. '사람 손 타지 않고 잘 버텨야 할텐데.....' 공감하면서 뿅뿅다리를 건넜다. 더 없이 맑은 물이 깨끗한 모래자갈과 어우러져 한몸이 되었다. 

회룡포 마을에 진입하는 뿅뿅다리. 저 다리가 더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뿅뿅다리 회룡포 마을에 진입하는 뿅뿅다리. 저 다리가 더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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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를 건너는 아버지와 아들
▲ 아버지와 아들 뿅뿅다리를 건너는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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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찰칵! 소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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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빠, 남편과 아내,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좁다란 다리를 건넌다. 그 누구도 어디에도 삶의 고통은 없다. 정겨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을여행! 그게 무엇이든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세상은 일단 아름답다.   

카메라가 빚어낸 회룡포 물결
▲ 물결 카메라가 빚어낸 회룡포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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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도 결이 있어 물결이라 했던가. 뿅뿅다리 위에서 물결을 찍는다. 기계문명이 빚어낸 물결은 묘하게도 쏘가리 문양과 닮았다. 어떤 화가가 저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중년의 남자가 섹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 가을 연가 중년의 남자가 섹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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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곁에 있어 주세요~~
▲ 가을 연가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곁에 있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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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다리를 건너 회룡포 마을 초입에서 섹소폰 소리가 들린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선율의 끝자락이 울리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낸다. 벤치에 앉아 있는 여인은 누구일까? 속물적인 의문을 품지만 거두기로 한다.

연주자는 연거푸 10여 곡을 이어갔다. 주로 사랑을 전하는 대중가요다. 바람에 실린 선율이 마을을 휘감은 회룡에게도 전해질 듯하다. 연주가 끝나면 암수 한몸이 되어 흐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두 분 사랑 이야기가 영원하길 바란다.

가을 길은 아름답다.
▲ 길 가을 길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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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 아침, 오가는 길 풍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바람이 난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태그:#회룡포 마을, #하회 마을, #뿅뿅다리, #예천,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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