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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지화자 좋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한 여성이 신명나게 장구를 친다. 다른 여성 몇 명이 우리 가락에 맞춰 흥겨운 어깨춤이다. 덩달아서 어르신들도 어깨춤은 물론 박수소리가 한창이다. 20여 분동안이나 이런 마당이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슨 경로잔치나 특별한 행사려니 하겠지만, 아니다. 안성 '보은의 집(재단법인 원불교 노인요양시설, 031-677-4438)' 저녁 식사 때면 종종 있는 일상사 중 하나다. 장구를 잘 다루는 한 여성 직원 덕분에 거실에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아무리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라도 식사시간은 모두 거실에 나와서 함께 한다. 될 수 있는 한 침대에서 식사하지 않게 한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는 것 외에도 말로만 아닌 한식구라는 걸 서로 확인하는 자리다. 그래서 여기의 식사시간은 언제나 축제가 된다.

 

이 외에도 여기 가면 몇 가지 사실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먼저 여기를 들어서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 가 본 사람은 안다. 요양시설에 들어서면 나는 전형적인 냄새를. 신기하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비결이 있다. 식사 후 반드시 양치질을 하게 하든지 도와드린다. 될 수 있는 대로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소변을 스스로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대소변 때는 바로바로 씻겨 드린다. 목욕은 수시로 시켜드린다. 뿐만 아니라 화학 방향제가 아닌 국화나무나 박하나무를 방마다 걸어 둔다. 여기 직원들이 모두 부지런을 떨어서 생긴 열매다.

 

참으로 개방적이다. 어르신들의 자녀들을 계속 여기에 들르라고 독려한다. 실제로 여기에 어르신들을 모신 자녀분들은 종종 들른다. 그러다보니 어르신들을 보살펴 나아지게 하는 것은 '보은의 집' 식구와 자녀분들의 공통의 몫이 된다. 어르신, 자녀, 시설이 삼위일체가 되어 함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사람 오는 것을 환영하고 반긴다. 어르신들을 자신들의 부모처럼 잘 모시고 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일품이자 자랑거리다. 어르신들을 요양시설 교본대로 다루는 법이 없다. 개개인 특성에 맞게 모신다. 탁자에 앉아서 식사를 못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작은 밥상 하나를 특별히 마련했다. 평소 힘없이 누워계시는 분이라도 한사코 대소변을 직접 보시도록 특수 변기를 가까이에 놓아 드린다. 중풍이 걸린 어르신을 위해 수시로 운동을 함께 한다. 여기에 오신 어르신들은 며칠만 지나도 상태가 호전되는 것은 다반사다. 비록 어르신의 상태가 좋아져서 퇴소를 하게 되더라도 기꺼이 그것을 즐긴다. 입소하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입소문을 통해 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부모처럼 모신다'는 말이 여기 가면 빈말이 아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여기서 '엄마', 저기서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잠시 시골장날이 된다. 직원들이 식사하는 어르신들을 돌아보며 "엄마, 맛있어요?" "엄마, 몸은 좀 어때요?"라며 수다를 떤다. 직원들은 자신들을 일러 어르신들의 수양딸임을 자처한다. 자신들에게 부모가 많아 좋다면서. 그래서 한 어르신이 들려준 "'보은의 집'은 보물이여 보물"이라는 말도 빈말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하는 데는 황우선 교무의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다. 그저 어르신들의 육체만 보호하는 시설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어르신들 스스로가 자신의 일상생활을 재활하고 자립하게 하려는 이유다. 나이가 들고 몸이 좋지 않을수록 의타적이 되고, 따라서 어르신들의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황우선 교무는 잘 안다. 하루를 살아도 자존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드리자는 따뜻한 계산이 깔려 있다.

 

취재를 마치고 '보은의집'을 나서려는 순간, 게시판에 붙어 있는 '보은의집' 표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르신들을 부처님으로 모시자"라는. 아하, 그러면 그렇지. 다 이유가 있었다니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와 취재는 지난 22일 안성 보은의집에서 이루어졌다. 보은의집은 현재 9명의 어르신들과 생활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보다 좋은 시설을 위해 현재 2층으로 증축 중이며, 올해 11월 말경에 완공할 예정이다. 


태그:#보은의집, #노인요양시설, #원불교, #황우선교무,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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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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