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명희 선생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제가 열린다
▲ 홍명희 문학제 포스터 홍명희 선생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제가 열린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충북을 대표하는 문학인인 벽초 홍명희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제가 사상과 이념의 벽에 가로막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 충북문학인들에게 놓여진 숙제는 벽초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모든 이가 함께 하는 '홍명희문학제' 추진이다. 우리는 사상과 이념을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 '충북작가회의' 김희식 시인

"계급 관점에서 식민지 모순보다는 자본주의 모순을 겨냥하는 특수한 역사의식의 시야를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을 쓴 탁월한 작가 벽초 홍명희(1888~1968).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제가 올해로 14회째 그가 태어난 괴산과 청주 등지에서 열린다. 하지만 여전히 사상과 이념이란 벽은 두텁기만 하다.

괴산군은 올해 처음으로 괴산문화원을 통해 '홍명희문학제'를 충북작가회의와 공동으로 열자고 제안했다. 충북작가회의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 들여 괴산군과 함께 올해 초 3000만 원을 들여 홍명희문학제를 이 지역 대표 상품으로 띄우려 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해당 단체들과도 6차례에 걸쳐 이미 협의를 끝냈다.

하지만 이 지역 보훈단체 등이 벽초의 북한 행적과 사상 등에 따른 해묵은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홍명희문학제는 올해도 반 토막 행사가 됐다. 벽초 홍명희가 광복 뒤 월북하여 북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북한 내각 부수상(1948), 북한 IOC 위원(1958), 최고인민회의 부의장(1967)을 맡았다는 '죄 아닌 죄'(?) 때문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남북한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고, 개성과 평양, 금강산, 백두산 등을 오가는 시대가 아닌가. 낡아빠진 해묵은 사상과 이념 때문에 이 땅이 낳은 탁월한 작가 홍명희 선생을 기리는 문학제가 반 토막 나는 것을 바라보면 아직도 통일의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을 쓴 탁월한 작가 벽초 홍명희
▲ 홍명희 임꺽정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을 쓴 탁월한 작가 벽초 홍명희
ⓒ 사계절

관련사진보기


단풍불 속에 벽초 홍명희 선생 그림자가...

"한 잎 단풍이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청천 하늘에는 흰 구름 표표히 떠가고 있습니다. 한라의 붉은 잎 백두에 닿는 가을, 벽초 선생을 생각하는 것은 그의 높은 기개 때문일 것입니다. 높은 기개만이 아니라 온화한 성품을 가졌던 벽초 홍명희 선생은 민족통일을 염원하면서 지금도 한라 백두에 살아 계십니다." - '초대의 글' 몇 토막

'꽃으로 북상하고 단풍으로 남하하고'란 말이 있듯이 한반도 남녘 산하 곳곳에도 단풍불이 아래로 아래로 번지고 있는 10월 끝자락. 24일(토) 오후 3시부터 벽초 홍명희 선생이 태어난 고향 충북 괴산 일원과 청주 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에서 제14회 홍명희문학제가 열린다.

이번 홍명희문학제는 이 지역 보수단체인 보훈단체 등의 반대로 괴산군과 괴산문화원이 빠진채 (사)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회장 김승환)와 (주)사계절출판사(대표 강맑실)가 주최하고 (사)한국작가회의와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충북지회가 후원한다.

이번 행사 서울 참가자는 아침 9시 서울(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오전 11시 괴산에 도착해 생가 답사와 제월리 고가 답사, 제월대 문학비를 답사한다. 이어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시 30분 괴산을 출발해 오후 2시 30분 청주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 본 행사를 펼친다.

이것은 한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민족 전체의 비극이자 고통스런 역사이며 눈물이요 아픔이다
▲ 홍명희 문학비 이것은 한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민족 전체의 비극이자 고통스런 역사이며 눈물이요 아픔이다
ⓒ 사계절

관련사진보기


벽초의 삶은 우리 민족의 눈물이자 아픔

"그는 1948년 김구 등과 함께 남북조선 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차 북한으로 넘어 간 후 남한에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1950년 북한 정권의 부수상으로 재임할 당시 6·25라는 민족상잔이 있었으며 1968년 북한에서 타계할 때까지 그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비극인 동시에 민족 전체의 비극이자 고통스런 역사이며 눈물이요 아픔이다." - '벽초 문학비' 몇 토막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본 행사는 이날 오후 3시 김승환(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오후 3시 30분부터 학술강연이 시작된다. 이번 학술강연 주제는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의 세계'와 '문자세계' 사이의 거리 재기", 고미숙(고전평롬가)의 "임꺽정-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학술강연이 끝나면 오후 4시 40분부터 드라마 임꺽정 PD 김한영과 작가 이경자의 소설낭독에 이어 오후 5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40분 동안 홍명희문학제를 마무리하는 축하공연(서영민 외)이 펼쳐진다. 부대행사로는 벽초 홍명희 사진전, 문학제 사진전 등이 청주 예술의 전당 곳곳을 수놓는다.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장 김승환은 "올해부터 좌우에 따른 사상이나 이념 대립을 떠나 홍명희문학제를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문학제로 위상을 끌어올리려 했다"라며 "비록 보훈단체 등의 반대로 올해도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지만 우리 충북작가회의 소속 문학인들은 마음을 더 크게 열고 보수단체를 아우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반쪽짜리로 치러지는 홍명희문학제. 이 자리를 빌어 충북지역 보수단체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상과 이념이 다르다는 것은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 다른 것과 같다. 내 얼굴과 닮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적이나 원수로 삼는다면 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벽초 홍명희는 누구인가?

그는 1948년 김구 등과 함께 남북조선 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차 북한으로 넘어 간 후 남한에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 홍명희 생가 그는 1948년 김구 등과 함께 남북조선 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차 북한으로 넘어 간 후 남한에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 괴산군

관련사진보기


필명으로 가인(假人·可人)·백옥석(白玉石)·벽초(碧初)란 이름을 쓴 작가 홍명희는 1888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일본 다이세이(大成)중학에서 공부했으며, 귀국 뒤에는 휘문고보 교사, 오산고보 교장, 연희전문 교수를 맡았다. 그 뒤 <시대일보> 사장을 거쳐 1927년 신간회가 결성되자 부회장으로 참여했다.

1930년에는 신간회 주최 제1차 민중대회사건으로 일본경찰에 검거되기도 한 그는 단 1편의 장편 역사소설 <임꺽정>(林巨正)(1928∼1939)을 <조선일보>에 10여 년에 걸쳐 연재했다.  조선 명종 때 도적 임꺽정 이야기를 허구화한 이 소설은 천민계층의 반봉건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양식을 다루었다.

이 소설은 "봉건 귀족을 우월성의 존재로 파악하지 않고 오히려 천민계층을 이상화함으로써 계급의식과 집단의식을 현저하게 드러냈다. 역사소설을 통해 계급의 관점에서 식민지적 모순보다는 자본주의적 모순을 겨냥하는 특수한 역사의식의 시야를 노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8.15 광복 뒤에는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월북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홍명희문학제, #충북작가회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