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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이 '열차의 날'이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소 특별한 날이었다. 누구보다 많은 열차를 탔기에 철도와의 그 인연 또한 깊다.

 

보통 사람들은 열차를 얼마나 타고 다닐까? 개인적으로 열차로 이동하는 일이 많다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열차 이용횟수가 많다. 덕분에 역에서 갔다왔다하는 것이 나에게는 일상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의외로 서울사는 사람이 서울역조차 어딘지 몰라 헤매는 사람을 보고 조금 놀랬다. 아마도 그만큼 도시를 벗어난 경험이 없기 때문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열차요금을 이용했을까.

 

 

위 사진은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타고 남은 열차표다. 장수로 헤아려보니 100여장 가까이 된다. 분실한 티켓도 있으니 실제로는 더 많으리라. 장당 평균 3만원으로만 쳐도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나온다. 거의 이런 형태로 10여년을 넘게 살아왔으니 열차에만 2,3천만 원 이상을 쓴 셈이다.

 

처음에는 직장일 때문에 서울을 들락거리다 출장차 철도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서울 생활을 해도 3번의 주말부부로 인해 철도 이용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기쁨과 눈물이 모두 담긴 곳이었다. 가족들이 만날 때마다 기쁨과 환희와 설렘의 장소가 되었지만, 가족들이 모두 헤어질 땐 슬픔과 눈물의 장소가 되었다.

 

관련글: 주말부부 삶의 도움이 될까? 안 될까?

 

그렇게 열차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열차 덕분에 전국 방송에 내 얼굴이 나오기도 했다.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MBC 작가가 분명히 주인공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하고 방송을 촬영했다. 그런데 막상 방송분을 보니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철도'가 주인공이었다. 그래도 나는 고속철로 바뀐 삶의 주인공으로 '신철도 기행'이라는 M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수 있었다.

 

관련글: 블로그 덕분에 MBC 방송 출연

 

수도 없이 헉헉거리며 겨우 겨우 열차에 오른 적도 있고, 열차를 놓쳐 속이 상했던 적도 있었다. 부산까지 서서 간 적도 있었고, 열차에서 20년 동안 못 보았던 선후배를 만나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행도 했다. 열차 덕분에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고속철이 들어서 장거리 이동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 덕분에 전국을 내 집 들락거리듯이 드나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있다.

 

예전에는 옆 좌석에 앉으면 음식도 나눠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정겨운 장소였으나 요즘은 통 그런 여행객을 만나기 힘들다. 서로가 서로에 관해서 다소 무관심하다. 모두들 바쁘게만 이동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서 말 붙이기가 너무 민망하다. 한편으로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옛 시절의 온정이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차는 내 인생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천만 원이 넘을 정도로 열차를 타면서 내 인생도 그만큼 속도를 내게 되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기차역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희망을 찾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어느 기차역에서 분주히 다니는 사람들 틈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 다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철도로 변한 나의 철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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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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