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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는 27일 '세계 과거사 청산의 흐름과 한국의 과거사 정리 후속조치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 진실화해위 국제 심포지움 진실화해위는 27일 '세계 과거사 청산의 흐름과 한국의 과거사 정리 후속조치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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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는 27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강당에서 '세계 과거사 청산의 흐름과 한국의 과거사 정리 후속조치 방안 모색'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진실화해위 안병욱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사 정리가 진실을 규명하는 선을 넘어서 피해자 명예회복, 화해, 기념사업 등의 과정을 거쳐야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된다"며 "과거사 문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사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가 국가를 상대로 개별 소송을 벌이기 어렵고 국가가 시효가 소멸됐다는 이유로 배상을 회피하고 있다"며 "국가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포괄적으로 배상ㆍ보상하는 특별법도 꼭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다음달 30일로 위원장 임기가 끝나며 진실화해위도 내년 4월로 조사활동 기간이 만료된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독일과 르완다, 페루 등 해외의 과거사 정리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페루 '진실위원회'의 살로몬 레르너 전 위원장은 "보다 민주적이고 정의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서 폭력적인 과거에 관한 기억을 조사하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페루 진실위원회가 1980년부터 20년 동안 자행된 폭력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소개하면서 "정치적 폭력의 희생자들이 대부분 인종적, 경제적으로 사회 소외 집단에 속해있었으며, 2003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아직까지도 과거사 청산 문제는 페루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리적 기억'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눈길을 끈 레르너 전 위원장은 "기억은 과거에 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며 "기억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하고 다가올 미래에는 과거의 폭력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한 리 페인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정의의 균형: 과거사 바로세우기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개선할 때'라는 제목으로 남미의 우루과이와 함께 한국의 과거사 정리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재판, 사면, 진실위 운영 등 여러 과거사 청산 수단을 균형 있게 두루 써야 현실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총체적 접근법을 강조한 페인 교수는 진실위 활동 하나만으로는 과거사를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재판과 사면 등 다른 수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침례교 선교사를 부모로 한국에서 태어나 4살까지 살았던 페인 교수는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면서, 한국의 과거사 정리 작업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도 많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성공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끝나가는 한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과거사 관련 위원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아직 위원회에 접수되지도 않은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는데,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페인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안병욱 위원장이 제시한 과거사 재단 설립 문제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페인 교수는 "아직 규명되지 못한 사건들의 처리, 이미 규명된 사건들에 있어서 위원회 권고사항의 이행을 지켜보는 후속조치, 조사과정중 수집된 자료의 보관, 유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 사과와 위령시설 지원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별도 기구의 설립이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독일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의 마르틴 잘름 이사장이 2차대전 당시 자행된 나치의 강제노동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위해 설립된 재단의 활동을 소개했다. 잘름 이사장은 과거사 정리에 대한 독일 사회의 합의가 재단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서 과거사 정리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으로 피해자 단체의 활동과 독일 내 시민사회의 적극적 움직임, 국제사회의 압력 등 세 가지를 지적했다.

지난 1994년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량 인종 학살과 그에 따른 처벌 과정에 대해 발표한 '르완다 국제 형사 재판소'의 박선기 재판관은 "제노사이드(집단살해)에 대한 면책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견고한 국내ㆍ국제 사법체계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재판관은 "르완다 국제 형사 재판소는 제노사이드 범죄로 유죄를 선고한 최초의 국제 법정이었다"고 소개하며 "국내 법정이 반인도적 범죄를 다룰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모든 경우에 새로운 국제형사재판소가 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진실화해위, #과거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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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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