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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지역을 반역향(叛逆鄕)으로 지목하고, 이후 호남인들의 관직 등용을 제한하는 빌미를 제공했던 사건이 1589년의 기축옥사(己丑獄事)다. 올해는 기축년, 기축옥사가 일어난 지 420년이 되는 해다. 이 사건은 전주 사람 정여립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서 정여립모반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정여립은 '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따로 없다'는 천하공물설과 '누구라도 임금으로 섬길 수 있다'는 하사비군론 등 왕권 체제하에서 용납될 수 없는 혁신적인 사상을 품은 사상가였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선조대 인물인 정여립이 낙향 후 대동계를 조직, 역모를 꾀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전라도 전주에서 태어난 정여립은 통솔력이 있고 명석했으며 경사(經史)와 제자백가에 통달, 1570년(선조 3년) 식년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뒤 1583년 예조좌랑을 거쳐 이듬해 수찬의 자리에 올랐다.

처음에는 이이와 성혼의 문하에 있으면서 서인(西人)에 속했지만, 이이가 죽은 뒤 동인(東人)에 가담하며 이이를 비롯해 서인 영수인 박순과 성혼을 비판했다. 이로 인해 왕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물러났으나, 인망이 높아 낙향한 뒤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진안군 죽도에 서실을 세워 활쏘기 모임을 여는 등 사람들을 규합, 대동계를 조직하고 무력을 길렀다.

그러던 1589년 황해도 관찰사 한준 등이 정여립 일당이 한강이 얼 때를 틈타 한양으로 진격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고발했고, 관련자들이 차례로 잡혀가자 정여립은 죽도로 도망 후 관군에 포위되자 자살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처리를 주도한 것은 정철 등의 서인이었으며, 동인에 속했던 대부분의 인물들이 정여립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되는 등 동인의 세력이 크게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 동인들을 제거하기 위한 서인들의 의도적 계략이었다는 의구심도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전라도 지역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동인 측 인사와 호남의 지식인 1천 여 명이 희생됐고, 전라도는 반역향으로 몰렸으며, 이 지역의 인재 등용도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땅걷기의 신정일 이사장이 용마무덤 앞에서 정여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땅걷기의 신정일 이사장이 용마무덤 앞에서 정여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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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난 지금 정여립을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또는 혁명가로 재평가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지역에서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JTV전주방송이 창사 12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축년에 떠나는 정여립 역사기행'에 동참, 정여립 대동사상의 흔적을 찾아봤다. 이날 해설은 (사)우리땅걷기의 신정일 이사장이 맡았다.

#김제 금산면 청도리 동곡마을 구릿골 - 대동계를 조직한 곳
벼슬에서 물러난 정여립은 본가인 전주와 처가인 봉남면에서 가까운 제비산 자락에 집터를 잡았다. 이곳에서 직업과 신분 차별이 없는 천하공물의 사상적 배경, 대동계가 꾸려졌다.

#김제 금산면 쌍용리 - 정여립의 용마무덤과 쌍용사
쌍용사에서 200m 정도 올라간 곳에 정여립의 조상무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풍수의 지네혈로서 군왕지지 명당이다. 동래정씨의 신위를 모셨던 사당은 무너져 버리고, 그 자리에는 쌍용사 대웅전이 세워져 있다. 인근에는 정여립이 타고 다녔던 용마의 무덤이 남아있다.

#완주군 상관면 월암리 - 정여립의 생가터
정여립은 현재 전주시 색장동과 완주군 상관면의 경계지점인 파쏘봉 아래 월암마을에서 태어났다. 파쏘라는 이름은 정여립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집터를 숯불로 지지고 파헤친 후 인공연못을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집 앞 들판도 파쏘들이라 불렸다고 한다.

정여립이 자살한 곳으로 알려진 진안군 죽도
 정여립이 자살한 곳으로 알려진 진안군 죽도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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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정천면 수동리 죽도 - 정여립의 치명터
덕유산에서 발원한 안성천과 장수천이 합류하면서 형성된 내륙의 섬으로, 이곳 사람들은 대섬(竹島)이라 부른다. 천반산에 오르면 죽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정여립의 죽음을 둘러싼 역모설과 조작설의 중심에 있는 이곳은 현재 420년 전 발생한 신화와 같은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여립, #기축옥사,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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