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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긴긴 일요일이었다
선잠 깬 새벽처럼
아찔한 봄은 이렇게
꽃샘 추위로 왔고
긴 겨울잠에 미루어진
삶으로의 번거로운 숙제가
벌처럼 무겁다

테라모타 작가 이서기의 작품. 그동안 인물을 위주로 작업을 했다.
▲ 테라코타 테라모타 작가 이서기의 작품. 그동안 인물을 위주로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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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기의 작품 부분.
▲ 인물 이서기의 작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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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회 개인전을 마친 이서기의 시이다. 1951년 지리산에서 태어난 작가 이서기. 1993년 백송화랑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이 제13회 개인전이다. 테라코타, 흙이 너무 좋아 흙을 빚기 시작했다는 이서기는, 이번 전시를 동물과의 교감을 형상화 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여주군 북내면 신접2리, 집안에는 여기저기 테라코타 작품들이 손님을 주인보다 먼저 맞이한다.

2009년 11월 2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구기동 166-3에 소재한 <스페이스 구기 56> 화랑에서 열세 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 이서기를 만나기 위해, 아침 시간을 이용해 여주 신접리를 방문했다. 작업을 하다가 그저 수수한 시골의 아낙네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는 작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들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듯하다. 아직도 소녀티를 벗어나지 못한 웃음으로 맞는 모습에서 작가의 마음을 읽어낸다.

집안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작품들이 정겹게 손을 맞이한다
▲ 정원에 전시된 작품 집안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작품들이 정겹게 손을 맞이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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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도 많은 동물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 작업실 작업실에도 많은 동물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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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는 흙 자체의 정직함과 풍성함이 있다. 조금은 거친 듯 보이지만, 작가의 손에 의해 섬세함으로 거듭난다. 작가 이서기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모습의 테라코트는 흙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생명체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동안 꾸준히 인물상으로 전시를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동물에게 생명을 불어 넣었다. 스페이스 구기56의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와 교감해 온 동물들을 만날 수가 있다고 한다.  

작가와의 대화

- 테라코타에 심취하게 된 동기는?
"전공은 그림으로 시작을 했어요. 1972년도인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초의 테라코타 작가라고 하시는 권진규 선생님께서 유작전을 갔는데, 그 때부터 테라코타에 반해 흙을 만지기 시작했죠. 그 때가 아마 21살 때였나 봐요. 저는 순전히 독학으로 시작을 했어요. 물레질을 배우고 흙을 쌓고 힘도 들었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죠."

1951년 지리산에서 태어난 작가 이서기. 1993년 백송화랑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이 제13회 개인전이다
▲ 작가 이서기 1951년 지리산에서 태어난 작가 이서기. 1993년 백송화랑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이 제13회 개인전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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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작품을 하면서. 작업실에 걸린 사진
▲ 지난 화첩에서 지난 시절 작품을 하면서. 작업실에 걸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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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전시는 몇 번이나 하셨는지?
"1993년 백송화랑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후 의정부 경기도 제2청사 개관기념전, 자아상을 통해 본 예술에의 열정 전, 1994년 종로 갤러리에서 연 삶과 일상, 예술에의 열정 전, 1996년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옛터에서 만난 사람들, 남한강 사람들 창립 전, 한국일보 백상갤러리에서 열린 사랑 나눔 100인 전, 한국현대미술초대전 등 많은 전시회를 가졌죠. 이번 전시는 제13회 개인전예요."

- 이번 전시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인물 위주로 작업을 하다가 보니,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그래서 이번 전시는 동물들과의 대화를 형상화하고 싶어서 동물을 주제로 전시를 해요. 코끼리를 비롯해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들, 그리고 새,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들과 만날 수 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게되는 동물. 형상화한 동물의 모습이다.
▲ 동물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게되는 동물. 형상화한 동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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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을 하시다가 힘들었던 점도 있었을 텐데
"그럼요. 테라코타라는 작품이 쉽게 물질로 연결시킬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보니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보아야죠. 누구나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작품이란 것이 돈으로 따질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저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있으니 힘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하나요."

- 가장 보람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작업을 하다가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렇게 혼자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죠. 아마 이런 작업을 하면서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요."

집안에는 하동으로 옮겨 전시를 할 작품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 미발표작 집안에는 하동으로 옮겨 전시를 할 작품들이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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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실을 옮기신다고 들었는데
"예, 이번 전시를 마치고 나면 제가 태어난 곳과 가까운 하동으로 거처를 옮기려고요. 하동군 금남면 송문리에 친구들이 거처를 마련했어요. 그곳에서 또 다른 테라코타를 만나 보아야죠. 그 또한 조금은 다른 행복일 것 같아요."

- 감사합니다.


태그:#이서기, #테라코타, #동물, #개인전, #스페이스 구기56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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