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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행촌동 서울성곽 바깥쪽인 사직터널 위의 권율 장군 옛 집터에는 딜쿠샤(Dilkusha)라고 불리는 1923년에 지어진 서양식 붉은 벽돌 가옥이 하나 있다.

금광개발업자이자 영국 런던 데일리뉴스 한국 특파원(Free)으로 서울에 머물렀던 미국인 알버트 와일드 테일러(Albert wilder Taylor)가 지어 조선에서 추방되던 해인 1942년까지 거주하던 곳이다.
                   
1923년에 지어진 서양식 집이다.
▲ 딜쿠샤(Dilkusha) 1923년에 지어진 서양식 집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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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초석에 'DILKUSHA 1923'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DILKUSHA'는 그의 인도인 부인을 위해서 작명한 이름으로 힌두어로 '행복한 마음', '이상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큰 아치형 창문과 지붕 모양 등이 한눈에 서양식 건물임을 알 수 있는데 지금도 여러 가구가 살고 있다.

딜쿠샤에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유는 테일러가 일제의 눈을 피해 3.1 독립선언문을 입수해 전세계에 알렸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1948년 사망 당시 '한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겨 무덤은 마포 양화진의 외국인 묘지에 묻혀 있다.

딜쿠샤를 본 다음 길을 돌아 지식경제부의 사직사 방향으로 길을 잡아 올라 간다. 길 좌측에 서울성곽이 보인다. 이곳에서 인왕산을 지나 자하문, 다시 북악을 넘어 혜화문을 거쳐 낙산까지는 어느 정도 성곽의 흔적이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남아 있다.

우리는 안쪽으로 길을 잡아 사직단 방향으로 이동한다. 사직단이 보이는 사직공원 귀퉁이에 단군성전이 있다. 성전 안에는 단군영정을 봉안하여 한민족의 상징으로 기리고 있으며, 현정회가 주최가 되어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국조 숭모의 참뜻을 새기기 위해 건립되었다.
              
사직공원 안에 있는 단군성전
▲ 단군성전 사직공원 안에 있는 단군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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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성전은 백악전이라고도 불린다. 성전 안에는 단군영정과 단군상을 봉안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68년 이숙봉의 희사에 힘입어, 단군성전으로서는 한국 최초의 공공건물로 건립된 후 현정회로 이관되었으며, 1973년 서울시로부터 보호문화재로 인정을 받았다.
              
사직공원 안에 있는 단군상
▲ 단군상 사직공원 안에 있는 단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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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0년 쌍용그룹의 도움으로 증축했다. 현액인 단군성전은 김응현, 홍익인간 글씨는 원중식, 이화세계 글씨는 손경식, 내외삼문의 간판은 이현종이 각각 쓴 것이다.
                
율곡
▲ 율곡의 동상 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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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사직단에 왜 단군성전이 자리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국조 단군의 성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들지만, 사직단에 있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 않아 약간은 의아하다. 이것은 사직공원 안에 있는 사임당과 율곡의 동상이나 종로도서관 역시도 마찬가지다. 꼭 문화재를 파괴하면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사임당
▲ 신사임당의 동상 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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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성전을 둘러 본 다음 맨 안쪽 위에 있는 활터인 황학정으로 이동했다. 1974년 서울시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곳이다. 사직공원 뒷산 인왕산 기슭에 있는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건평 59㎡이다.
                
4대문 안에 있는 유일한 활터
▲ 황학정 4대문 안에 있는 유일한 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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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고종 임금의 어명으로 경희궁 회상전 북쪽에 지었던 것을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조선시대 한양에는 궁술 연습을 위한 사정(射亭)이 다섯 군데 있었는데, 필운동의 등과정, 옥동의 등룡정, 삼청동의 운룡정, 사직동의 대송정, 누상동의 풍소정 등으로 이를 서촌오사정(西村五射亭)이라고 하였다.

오사정은 조선 전기부터 무인의 궁술연습지로 유명했는데, 갑신정변 이후 활쏘기 무예가 쇠퇴하자 많은 활터가 사라졌고 일제강점기에는 활쏘기를 금지했으나 황학정만 그 맥을 이어왔다. 지금 황학정이 세워져 있는 곳은 오사정의 하나인 등과정이 있던 자리이다. 대한제국 때까지 남아 있던 유일한 궁술연마장으로 지금도 이곳에서는 궁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황학정
▲ 활쏘는 궁사들 황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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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은 활을 쏘는 사람이 여러 명 나와 시위를 당기고 있어, 나도 눈으로 활쏘기를 즐길 수 있었다.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안전사고예방을 위해서 인지 활의 촉은 없는 상태에서 무게감을 위해 앞에 쇠로 봉을 만들어 단 것이 특이했다.

촉 없는 활을 과녁을 향해 쏘아 명중이 되면 과녁의 나무와 화살의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려 실력 확인이 가능한 것 같았다.
            
이용을 잘 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 황학정 뒤의 우물 이용을 잘 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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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명의 궁사들이 활을 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고 있다가, 황학정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정자 뒤에는 조그만 우물이 있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마실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 겨울이 다 되어서 그런지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나뭇잎이 너무 많고 지저분하여 직접 마시보지는 않았다.

황학정을 둘러 본 다음 아래로 내려와 사직단으로 갔다. 사직단(社稷壇)은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오곡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다. 보통 수도에 궁궐을 건설할 때 궁궐 왼쪽엔 종묘를, 오른쪽엔 사직단을 두었다.
         
사직단 옆에서
▲ 사직단 사직단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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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성역이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실 아래 훼손되기 시작했는데 부지를 분할하여 학교를 신설하고 우회도로를 개설했다.
                
입구 쪽에서 본 사직단
▲ 사직단 입구 쪽에서 본 사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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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안타까운 것은 사직단의 수난은 해방 후에도 계속되어 1897년 고종이 황제가 되면서 '태사' '태직'이라고 높여 부르게 했던 사직단의 정문이 1962년의 도로확장공사 때도 본래의 위치에서 14m 가량 뒤쪽으로 밀려났다.
       
사직단
▲ 사직단의 정문 사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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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원 내에는 종로도서관, 시립어린이도서관, 노인정, 체육시설, 운동장 등의 공공시설과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단군성전, 이이, 신사임당의 동상 등이 있다. 인왕산 길의 진입로가 가까이 있어 등산객과 산책객이 많이 찾는다.
         
사직공원 안에 있는 종로도서관
▲ 종로도서관 사직공원 안에 있는 종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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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입구의 사직단 정문과 사방이 봉쇄되어 출입이 불가능한 사직단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문화재가 있는 유적지라는 것을 알기 힘들 정도로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사직단과 사직단 정문을 본 다음 인근 누하동의 환경운동연합으로 이동했다. 개인적으로 환경운동연합의 회원은 아니지만, 넓은 마당에 큰 나무와 3층 정도 되는 건물의 1층에는 친환경 매장이 있고, 2~3층의 사무실과 지붕의 태양열 집열판이 너무 좋기 때문에 구경을 간 것이다.
                
마당이 참 좋은 곳이다
▲ 환경운동연합의 나무 마당이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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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길에 참 터가 좋다는 생각을 자주하는데, 당일은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는 건물과 텅 빈 마당을 둘러 본 다음, 큰 나무를 중심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건물의 사진도 한 장 찍어왔다. 참 건물이 마당에서 보니 2층이고 아래와 뒤에서 보니 3층이구나! 특이하다.
               
3층 건물로 앞에서 보면 2층, 뒤에서 보면 3층이다. 지붕은 집열판이 있다.
▲ 환경운동연합 3층 건물로 앞에서 보면 2층, 뒤에서 보면 3층이다. 지붕은 집열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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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역사적인 아픔이 많은 정동과 경희궁, 서울성곽, 사직단 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역사 인식과 옛것에 대한 보존과 유지, 보수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또한 우리 정부의 무심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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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딜쿠샤(DILKUSHA), #단군성전, #황학정, #사직단,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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