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드디어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화제의 드라마, 화제의 주인공 등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싶다. 그 두 번째로 상반기부터 하반기에 이르는 최고의 캐릭터를 만나보자.

1. 억척열혈 아줌마, 천지애와 김남주

아줌마 연기도 척척 해내는 김남주
 아줌마 연기도 척척 해내는 김남주
ⓒ imbc

관련사진보기

이름: 천지애

성격: 억척스러운 동네 아줌마
특기: 남편 내조와 짝퉁 가방 제작
천적: 고등학교 친구 양봉순
취미: 무덤파기
특이사항: 태봉이와 정신적 로맨스를 즐김

어느 누구도 <내조의 여왕>이 성공하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땜방용 드라마인데다 도시미인 김남주와 아줌마는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실제로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모두들 그녀를 우리는 도시미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억척스럽고 육두문자도 시원하게 내뱉는 동네 아줌마 천지애는 곧 김남주였다. 사실상, 그녀의 캐스팅을 미스캐스팅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조차 천지애 캐릭터에 푹 빠져 그녀의 남편 내조 과정을 꽤나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천지애를 연기한 김남주는 이제 어느덧 유부녀를 경험해 봐서일까. 진짜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냈고 코믹연기까지 능청스럽게 해낸다. 게다가 "미친년~"이라는 말은 아주 입에 착 달라붙어 천지애와 김남주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조의 여왕>은 가히 김남주의 김남주에 의한 김남주를 위한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뿐이 아니다 사자성어의 하나씩을 매번 틀리며 천지애 어록까지 대히트를 시켰다. 천지애 어록은 이렇다. "당신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다가 이런 '토사구땡'(토사구팽)같은 꼴을 당할 줄이야", "아 카드 마그네슘(마그네틱)이 손상됐나 봐요", "당신이 봉중근(안중근) 의사야?" 등 그녀는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에 이같은 무식어록을 내놓아 코믹함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었다.

사실상 이 작품은 김남주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동안 도회적인 이미지를 풍기며 오던 그녀가 아줌마를 선택한 자체부터가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존 이미지도 살리지 못하고, 새로운 이미지도 더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이미지와 상반대되는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김남주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래서 올해 대상 후보로서 유일하게 <선덕여왕>의 미실과 대적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외에도 그녀가 입은 패션은 족족히 유행되었고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줌마 패셔니스타로서 마음껏 뽐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제 다시금 휴식기에 들어간 그녀. 언제 어떤 모습을 다시 나올지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그녀의 변신 덕분이다.

2. 아줌마의 완소남으로 떠오르는 태봉이와 윤상현 

늦깍이 스타에 오른 윤상현은 극중 태봉이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늦깍이 스타에 오른 윤상현은 극중 태봉이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 imbc

관련사진보기

이름: 허태준
별명: 태봉이
성격: 유들유들(단, 아내에게만 무심함 남편)
특기: 여자 꼬시기, 노래 부르기(네버 엔딩 스토리)
취미: 천지애 일거수 일투족 파악하기
특이사항: 지애를 향한 짝사랑
절친: <환상의 커플> 찰리 박
천적: <내조의 여왕>의 달수

<내조의 여왕>에 또 다른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허태준, 즉 태봉이를 연기한 윤상현은 그야말로 아줌마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꽃미남이다. 그는 정략결혼으로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살면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살다, 우연하게 만난 천지애의 천진난만함에 끌려 그녀를 향한 해바라기를 하는 그야말로 판타지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그동안 윤상현은 눈에 띄는 스타는 아니었지만 <겨울새> 찌질남의 모습을 시청자들이 인상깊게 본 터라 그러한 멋진 역을 과연 이 남자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얼굴은 잘생기고 봐야 할 듯싶다.

더욱이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실력을 닦은 덕분에 태봉이의 능청스러움과 허태준의 차가운 면모를 동시에 잘 소화해냈다. 특히 그를 향해 이제 우리는 찌질남이라고 부르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사실상 태봉이 캐릭터는 아줌마들의 피곤한 일상에 단비와 같은 존재로 숱하게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만나왔던 남자이다. 그럼에도 태봉이라는 캐릭터가 여전히 유효하게 아줌마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것에 최대 수혜자는 윤상현이었다. <내조의 여왕>에서 천지애가 여자 주인공으로서 시청률 견인을 했다면 남자 주인공은 당연히 태봉이다.

그래서일까, 윤상현은 각종 CF와 타 드라마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밖에 그가 입고 출연한 패션 스타일도 유행하면서 어느덧 패셔니스타에 이름을 슬쩍 올려놓는 등 2009년 한해는 윤상현의 해라고 할만큼 선풍적이었다.

3. 악(惡)마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미실과 고현정

악녀 미실을 완벽히 소화하며 고현정의 건재함을 알린 <선덕여왕>
 악녀 미실을 완벽히 소화하며 고현정의 건재함을 알린 <선덕여왕>
ⓒ imbc

관련사진보기

이름: 미실
직위: 세주
성격: 철두철미함, 잔인함, 영리함
꿈: 신라의 황후→여왕(사담화를 사모한 것처럼 신라를 사모함)
취미: 눈썹 치켜올리기,
특이사항: 성골출신이 아닌 진골출신으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함
천적: 덕만
절친: <하얀거탑>의 장준혁

<선덕여왕>을 이야기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인물 미실. 그녀를 빼놓고 <선덕여왕>을 말할 수 없다. 1회부터 50회까지 <선덕여왕>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가 미실이다. 그리고 오죽했으면 그녀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10부작 <선덕여왕>이 시작된다고 네티즌들이 말했으랴.

드라마 성공의 중심엔 미실 세주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장본인 고현정이 서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사람의 약을 바짝 올리고, 웃으면서 "미실의 사람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칼부림을 하는 잔인성을 가진 미실의 악녀기질을 타당성 있게 그려내며 "사담화를 사모하듯 신라를 흠모했을 뿐"이라 강변하였다.

특히 미실은 악녀라고 규정짓기엔 그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같은 비슷한 인물이었다. 물론 그녀는 진실한 정치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확고부동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임에는 틀림없었다.

또한 정치가로서의 능력도 겸비했다. 덕만에게 정치란 무엇인지를 훈계할 정도로 자신이 정학 확고한 정치철학이 있었으며 신라 전체를 움켜쥘 정도로 큰 장악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능력까지 겸비했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이 사모한 신라가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평생 꿈을 접고 목숨을 내놓았다. 이는 가히 칭찬할 만하다. 그래서 미실은 <선덕여왕>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임에도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뿐이 아니다 그녀의 표정, 행동, 대사 등이 실시간으로 이슈가 되며 그녀가 죽는 마지막 장면은 대한민국 절반이 시청했다고 하니 그녀의 인기를 말로 다 형언하기 힘들다. 이로써 고현정은 진짜 컴백에 성공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물론 그녀가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동을 해왔지만 미실만큼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괴력은 없었다. 그래서 '과거의 명성에 걸맞지 않다'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미실로 인해 그러한 지적이 아닌 '올해의 대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을 들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행보를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4. 잔인성과 천진난만함을 겸비한 비담과 김남길

비담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한 김남길
 비담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한 김남길
ⓒ imbc

관련사진보기

이름: 비담
출생: 진지왕과 미실 사이에 태어남
출신: 반성골출신
성격: 작은 미실
꿈: 신라의 왕
좋아하는 음식: 영계백숙
특이사항: 덕만공주를 사모하면서 미실의 한을 풀어 주고자함
천적: 미실

미실의 아들 비담. 진지왕에게 황후를 요구하기 위해 희생된 비담은 문노 아래 자랐지만 미실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 언뜻 그에게서 악인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문노가 생전 비담을 마음속으로 두려워했다. 그런 비담이지만 덕만공주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영계백숙에 사족을 못 쓰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담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미실이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덕만이 편에서 서서 활약했지만 미실의 죽음으로 덕만을 배반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카리스마면에선 미실보다 못하지만, 배우 김남길이 훌륭하게 소화해내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덕만 공주 편에 있었던 비담은 미실과 덕만의 전쟁에 열쇠를 쥐고 있던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진흥제의 칙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덕만에게 주지 못했던 것은 자신의 어머니 미실의 인생 모든 것이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실은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의 운명을 비담에 물려주는 듯 "사모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뺏기지 말라" 조언을 해주고 눈을 감았다.

몇 회 남지 않은 <선덕여왕>이 비담의 역할로 어떻게 다시금 주목을 받을지 시청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5. 빵꾸똥꼬로 브라운관을 장악한 정해이와 진지희

모든 것을 가졌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정해리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 진지희
 모든 것을 가졌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정해리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 진지희
ⓒ imbc

관련사진보기

이름: 정해리
성격: 극단 이기주의
말투: 빵꾸똥꼬로 모든 것을 표현
좋아하는 음식: 갈비
지병: 만성변비
절친: 신신애(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 큼)
특이사항: 풍족하지만 외로운 아이
천적: <순풍산부인과>의 미달 언니 (식탐 면에서 갈등을 빚는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7살 꼬마 정해리.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가진 해리는 "야! 이 빵꾸똥꼬야!" 하나로 모든 식구를 평정하는 매력덩어리다.

초반에는 버릇없는 아이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서서히 정해리의 매력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특히 정해리를 연기하는 진지희의 모습은 완벽 그 자체이다. 꼬마라고 하기엔 연기파 배우임에 틀림없다.

눈물 연기부터 앙칼진 역할 민소희 역까지 패러디 하면서 그녀가 연기해 낸 다양한 캐릭터는 해리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천적인 신신애를 늘 괴롭히지만 극의 흐름에 따라 신신애를 이해하고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정해리는 단순하게 과거 미달이처럼 평면적인 인물이기 보다 성장통을 겪는 모습을 선보일 것이다.

특히 해리를 미워할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해리가 외로운 아이라는 점이다. 갈비를 매일 먹일 정도로 부유한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정해리가 서럽게 울부짖었다. 그것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신신애가 부러워 울부짖었다. 정해리는 비슷한 또래인 신신애에게 자신의 것을 조금이라도 빼앗기기 싫어 심술을 부렸던 것도 모자라 이제 하나 남은 언니마저 빼앗으려 하는 등 외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래서 우리는 해리를 보면서 안쓰러움과 미움이 동시에 유발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진지희가 연기해서일까, 영약해 보이지만 또래 아이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앞으로 변화될 해리와 진지희를 주목해 보는 것도 좋겠다.


태그:#캐릭터 , #드라마결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