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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2월 7일자 [김순덕 컬럼] '민노총은 노조가 아니다.'은 "150쪽짜리 자료를 읽고 이렇게 피가 끓긴 또 처음이다"로 시작된다. 필자도 A4 용지로 2쪽이 채 안 되는 이 기사를 읽고 이렇게 한심하고, 서글프기는 처음이다.

 

내용인즉 김순덕 논설위원이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실린 노조간부용 교재 5기 노동자학교를 보고 '피가 끓는 글'을 올렸다는 것인데 이건 시작부터 잘못됐다.

 

사실과 맞지 않는 근거자료

 

민주노총은 2009년 현재 8기 노동자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이 텍스트로 삼은 '5기 노동자학교' 자료는 아마도 2006년도 자료일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차이점이 부각되고 있는 이때, 느닷없이 옛날 자료를 가지고 '노조가 아닌 민노총'을 거론하는 것자체가 비판이든 비난이든 의심이 들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OECD자료를 근거로 '47년간 (전세계) 노동운동은 내리막길'이라고 단언한다. 말 그대로 전 세계 노동자들이 경악할 일이다. 자료의 해석을 제멋대로 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조조직률의 변화를 근거로 '내리막길'이라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지경에 이르면 국제노동기구(ILO)가 가만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 내리막길의 배경이 '제조업 비중은 줄고 세계화 정보화로 비용과 기술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 노조조직률은 사실 IMF 이후 큰 변동이 없고 이것은 노동운동 주체의 노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비정규직이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증가한 것이 객관적인 이유이다. 김순덕 논설위원이 자신있게 근거로 제시한 '제조업 비중 저하 운운'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비롯한 제조업 조직률은 크게 줄거나 늘지 않은 반면 공공서비스나 운수부문의 조직률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보면 근거가 되지 못한다.

 

민주노총이 싫다는 주장을 돌려 말하다보니

 

그가 반자유민주 반시장의 정치집단의 근거로 제시한 것 또한 억지주장에 가깝다. 그는 민(주)노총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노조가 아니라 정치집단이고 심지어는 북한의 의도에 따라 적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처럼 쓰고 있다.

 

민주노총의 '기본과제'는 2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2번 항목이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한다', 5번 항목이 '우리는 민족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이다. 이러한 주장이 문제될리도 없겠지만 김 위원은 이것을 뒤섞어 놓고 민(주)노총의 '첫번째(그리고 모든) 사업'이라고 강변한다.

 

내친 김에 한국노총의 강령을 살펴보자.

 

5번과 9번을 보면 김 위원이 말하는 '북한의 대남전략인 자주 민주 통일'을 대놓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정치투쟁' 등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한국노총 역시 김 위원이 보기에는 '정치투쟁을 일삼는' 조직일 뿐 노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릇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조직인 노동조합은 자기의 처지에서 사회역사적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적어도 표방)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한국노총 역시 민(주)노총과 꼭같이 정치문제와 통일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그것은 전혀 부당한 일이 아니다.

 

그는 또 남시욱이라는 '언론인'을 등장시켜 "노조가 좌파 변혁세력인 건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지만 민노총의 정치세력화는 특이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좌파변혁'하고는 거리가 먼 한국노총은 노조도 아니어야 하고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한 것 역시 '순수한 노사협조'와는 거리가 먼 반노조 혹은 비노조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일까.

 

칼럼의 소제목을 살펴보자.

 

- 反자유민주 反시장의 정치집단

- 전교조가 이들과 한통속인데

 

김 위원은 전교조가 민(주)노총에 '가장 많은 대의원을 파견하는 대주주'라고 말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가맹단위로 보면 최근 (통합)공무원노조의 가맹을 포함하면 전교조는 4번째 정도이다.

 

미국-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적색집단에 군자금을 대는 것인가

 

아마도 그는 세간의 입에 오르는 '조중동'도 마음에 들지 않아 '동중조'나 동조중'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민주노총이나 OECD자료며 보수인사들의 단편적인 주장을 들먹이며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노조는 죄악이다'는 말을 빙빙 둘러서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모든 노조는 싫다고. 그래서 모두 없애야 한다. 그래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에 맞지 않느냐고.

 

한가지만 덧붙이자. 노조활동을 장려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대노조정책 역시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적색혁명에 동조하고 '군자금'을 대주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입니다. 


태그:#동아일보, #김순덕, #한국노총,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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