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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결백>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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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중에서 어떤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그것이 살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실수로 강간을 하거나 강도짓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실수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물론 실수라고 해서 처벌을 면하지는 못한다.

과실치사의 죄로 감옥에서 몇 년 썩을 것이고 출소하고 나면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을 것이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자신을 예전 같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죄값을 치르고 나왔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여전히 자신을 증오할 것이다. 전과가 있기 때문에 경찰도 자신을 주목할 것이고 제대로 된 직업도 갖기 힘들다.

어쩌면 감옥에서 다른 범죄기술을 배웠을 수도 있고, 아니면 폭력적인 감옥세계 속에서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졌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건 살인과 감옥살이의 경험은 당사자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는다. 정신과 육체 그리고 미래까지도. 한 차례의 실수로 남은 인생 모두 꼬이는 수가 있는 것이다.

한 순간에 바뀌어 버린 주인공의 인생

<결백>(비채 펴냄)의 주인공 맷 헌터도 그런 실수를 한다.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맷은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학업성적도 좋았고, 스포츠에도 다소 재능이 있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는 없지만 그건 그런대로 괜찮다.

맷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3학년 때다. 1월초에 열리는 작은 파티에 맷은 친구와 함께 참석한다. 그곳에서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소한 실수를 하게 되고 결국 싸움으로 발전한다. 그 와중에 맷은 상대방을 붙잡고 쓰러지면서 쿵하는 소리를 듣는다. 상대방의 머리가 깨지는 소리이자, 맷의 인생이 종쳤음을 알리는 소리다.

맷의 부모는 변호사를 고용해서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다. 맷은 법정에서 과실치사로 유죄판정을 받고 징역 4년을 선고 받는다. 친구들이 대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스란히 감방에서 보내게 된 셈이다.

순진한 대학생이었던 맷에게 감방생활은 고난의 연속이다. 들어가자마자 일주일만에 다른 죄수들에게 폭행당하고, 6개월 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미 황폐해져버린 맷은 이 소식을 듣고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4년을 보내고 출소한 맷은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형이 맷의 재기를 돕고,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도 성공한다. 언뜻 보기에는 모범적인 재기이자 갱생의 길을 걷는 것만 같다.

문제는 출소한 지 9년 후에 시작된다. 사무실에서 근무중이던 맷에게 아내 올리비아가 휴대폰으로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동영상을 보낸다. 그 사진과 동영상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만 같다. 이상한 일은 계속 이어진다. 맷이 외출할 때마다 낯선 남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 안정되어가던 맷의 삶에 이때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겨나는데….

사진과 동영상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두운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그 과거는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너는 절대로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또는 주변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전과자임을 상기시켜주는 경찰의 관심,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눈빛이 그런 것들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다보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언뜻 다시 찾은 것처럼 보였던 삶이 파멸의 길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한번 들어온 악운으로부터 영영 벗어나지 못한다. 맷의 인생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실수로 시작된 악운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가족과 친척에게도 퍼져나간다. 다른 집안에는 찾아가지 않는 비극이, 하필이면 맷의 집안에만 자리잡고 앉은 것이다.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이.

비극은 그런 식으로 한 집안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린다. 좋은 것은 부서지기 쉽다. 교도소에 갇혀있다보면 그것을 알게 된다. 행복과 평화를 파괴하는 것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 파괴는 휴대폰으로 전송된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결백> 할런 코벤 지음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결백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비채(2009)


태그:#결백, #할런 코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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