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민기자와 <오마이뉴스>

 

어느 날 나는 시랑헌 거실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길러 세상으로 나간 딱새 얘기를 <오마이 뉴스> '사는이야기'로 써서 편집부로 송고했다. '사는이야기'면의 머리기사로 올랐다.

 

아직도 덜 떨어진 기자인지, 원고를 보내고 나면 내 기사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조급해진다. 기사가 어떤 등급이 될지, 조회자수도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자주 내가 쓴 기사면을 자주 들랑거리게 된다.

 

딱새 얘기는 메인면의 기사가 된 지 1시간이 체 못되어 조회자 수가 1만 명이 훌쩍 넘었다. 1초가 못 되는 마우스 한번 클릭할 때마다 조회자가 수백 명씩 증가한다. 2년 동안 시민 기자로 80여 편의 기사를 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쓴 기사는 지금까지 5천 명이 넘으면 많은 편이고, 1만 명이 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신문의 속성상 메인면의 기사는 지면을 하루 이상 할애 받지 못한다. 딱새 얘기는 하루 동안에 25만 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 후로도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은 27만 명이 넘었다.

 

그 후 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다는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졌다. 무슨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보람차고 자랑스러운 반면 매우 두렵고 조심스러워졌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들

 

3년 전 앓은 뇌졸중은 현실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갑자기 들이닥칠 죽음을 대비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돌아가면서 쥐고 갈 노잣돈이 절대로 필요했다.

 

퇴직 후 자연인으로 살고 싶어 4년 전에 지리산에 터를 잡았다. 처음 1년 동안은 직장 일이 바빠 방치해 뒀지만, 시랑헌 터가 노잣돈을 만들 수 있는 밑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 닫으면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내 연구실에 있는 책장 밑단에는 일년에 한 권씩 늘어난 연구원 노트가 30여 권 쌓였다. 어쩌다가 무작위로 한 권 빼서 펼쳐보는 순간 나는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몇 자 적어 논 일기나 메모가 타임머신이 되는 것이다. 지금 보면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닌데 그 땐 그렇게 심각했던 모양이다.

 

몇 년 전까지 나는 훗날의 나를 위해 글을 써왔다. 글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메모 형식이다. 다녀온 산을 추억하기 위한 산행기와 기억할 만할 일이 생기면 써놓은 메모와 일기 등이다.

 

1951년 전쟁이 휴전되면서 세상은 새 출발했다. 이즈음 태어난 새대는 모두 같은 처지라 혼자 똑똑하면 정승은 물론 판서도 가능한, 어떤 면에서 모든 가능성이 열린 사회를 살았다. 꿈이 있는 역동적인 삶이었다.

 

전 국민의 2/3가 수도권에 몰려 아비귀환을 이뤘다. 부와 권력을 먼저 움켜 쥔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권력으로부터 핍박과 절박한 배고픈 고통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극심한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인 양극화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이제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살고 싶은 사회를 물려 줘야 할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의 신생아 출산율은 부부당 1.2로 내전 중인 나라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낮다.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종족의 1순위가 된 것이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세상이 생존하기 어려우면 동물들은 번식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가 돼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을 선점한 사람들은 자기 후손들의 안녕을 장담하고 만족하고 있는 줄 모르지만, 이는 우주의 대 원칙을 매 순간 접하면서도 보고 느낄 줄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이다. 우주의 섭리는 완전 대칭이고 조화이다. 바람불고, 눈이 오고, 물이 흐르는 이 모든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깨진 우주의 대칭과 평형을 되 찾기 위한 과정이다. 

 

평형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바람은 더 세게 부는 태풍이 되고, 눈은 더 많이 내려 폭설이 된다. 또, 물은 더 빨리 흘러 협곡이나 폭포가 된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무너질 시기도 더 빨리 도래한다. 빈익빈(貧益貧)쪽으로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움켜 쥔 손을 더 꽉 쥐기 때문에 악순환은 가속화 된다.

 

철조망 밖으로 쥐고 있는 사과는 야생 원숭이를 잡는 덫이다. 사과를 놓기만 하면 자유스러운 것을 모르기는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렵다는 방하착(放下着)을 우선 내가 실천하고 글을 통해 그 효과를 알린다면 어릴 적 꿈과 낭만이 살아있는 농촌을 되찾는데 적을지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위력을 이미 알고 있기에 감히 욕심을 내본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옹골찬 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건전한 뱡향으로 나갈 수 있는 나침반 같은 기자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얗게 눈 덮인 들에

해오라기 한 마리 앉았더라

눈 하얗고 해오라기 하얗다만

그 색이 한가지로 희더냐

 

어느 큰 스님 동안거(冬安居) 해제 법문이 오늘 따라 가까이 와 닿는다.


태그:#오마이뉴스, #귀농 , #산골생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