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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은 1930년대에 일본인 우찌다니 만빼이(內谷萬平) 만든 일본식 정원이다.
▲ 이훈동정원 이 정원은 1930년대에 일본인 우찌다니 만빼이(內谷萬平) 만든 일본식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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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다시 목포를 찾았다. 남도는 이미 하얀 눈세상이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 목포에 도착하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목포역을 돌아 얼마간 가니 유달산 아래 어느 골목길에 한눈에 보아도 예사스럽지 않은 건물이 나타났다.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어 유달산이 병풍이 되는 멋진 앉음새였다. 사뭇 높은 담장은 뭇사람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위압적이었다.

님천정원은 안뜰정원과 연이어 있으며 예쁜 연못과 상록수림으로 가득차 있다.
▲ 임천정원 님천정원은 안뜰정원과 연이어 있으며 예쁜 연못과 상록수림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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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층계를 따라 대문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반응이 없다. 외출 중이신가. 다시 한 번 눌렀다. 한참을 있으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했으나 문만 열어줄 뿐이었다.

눈이 쌓인 상록수와 부도
▲ 부도 눈이 쌓인 상록수와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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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신을 가다듬어 앞을 보다 여행자의 눈을 의심하였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한 일본식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각종 빽빽한 나무들, 석탑과 석등, 작은 연못 등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임천정원에서 돌다리를 건너 돌층계를 오르면 후원이 있다.
▲ 후원 가는 길 임천정원에서 돌다리를 건너 돌층계를 오르면 후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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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는 암수 한 쌍의 향나무가 눈을 머리에 인 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향나무는 사람이 심은 것이 아니라 자생목이라고 한다. 일본의 화산 폭발 때 그 씨가 목포까지 날아와서 싹이 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신비한 나무이다.

건물 뒤 층계를 오르면 후원이 있다.
▲ 후원 건물 뒤 층계를 오르면 후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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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옆을 빠져 나가니 본격적으로 정원이 펼쳐진다. 물을 정원으로 끌어 들여 곳곳에 연못을 만들고 그 사이에 다리를 놓아 정원을 건너다니게 하였다. 그 엄청난 규모에 압도되었다. 개인정원으로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정원은 약 3000평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크게 입구정원, 안뜰정원, 임천정원, 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원은 약 3,000평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크게 입구정원, 안뜰정원, 임천정원, 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훈동정원 전경 정원은 약 3,000평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크게 입구정원, 안뜰정원, 임천정원, 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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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종류만 해도 113종에 이르고 한국 야생종 37종, 일본 원산종 39종, 중국 원산종 25종, 기타 12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상록수가 많아 한겨울임에도 정원은 푸른 색채를 띠고 있다. 상록수는 69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후원에서 본 입구정원의 전경
▲ 입구정원 후원에서 본 입구정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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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은 1930년대에 일본인 우찌다니 만빼이(內谷萬平)가 만든 일본식 정원이다. 해방 후에는 해남 출신의 박기배씨가 소유하였던 것을 1950년대에 전남일보사를 설립한 이훈동씨가 사서 소유하고 있다. 60여년이 지나는 동안 원형이 일부 바뀌기는 했지만 일본식 정원의 특성을 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연못을 흐르는 계류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면 임천정원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깊은 수림에 갇힌 듯 사방이 고요하다.
▲ 임천정원 연못을 흐르는 계류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면 임천정원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깊은 수림에 갇힌 듯 사방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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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앞의 안마당을 널찍이 비운 안뜰정원은 임천정원과 연달아 있다. 연못을 흐르는 계류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면 임천정원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깊은 수림에 갇힌 듯 사방이 고요하다. 울창한 숲 사이로 층계를 오르면 후원이다.

후원에는 이 집의 소유자인 이훈동회장의 흉상이 있다. 후원의 뜰에 서면 넓은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위를 압도하는 건물과 울창한 수림으로 가득 찬 정원이 목포시의 원경과 함께 들어온다. 유달산 자락을 그대로 끌어안은 조경이 얼마나 빼어난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날 목포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 폭설 이날 목포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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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춤했던 눈이 이번에는 아예 폭설이 되어 퍼부었다. 눈을 피할 수 있는 우산조차 없어 서둘러 정원을 빠져 나와야 했다. 머리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일 정도였다. 못내 아쉬워 카메라로 막 샷을 해보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건물 앞으로 널찍한 앞마당이 있다. 폭설로 나무 아래의 사람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 안뜰정원 건물 앞으로 널찍한 앞마당이 있다. 폭설로 나무 아래의 사람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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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동정원은 현재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65호로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동에 있다. 호남 땅 17개 농장을 거느렸던 일본인 우치다니 만빼이가 짓고 살았던 호화스러운 집이다. 먼저 열지 못하고 억지로 열린 우리 개항역사의 뼈저린 근대유산이기도 하다. 잊고 싶은 역사의 흔적이지만 잊지 않기 위해서는 더 잘 보존해야할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태그:#이훈동정원, #목포, #근대유산, #일본식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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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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