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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 정상에서 다함께!
▲ 덕유산 무룡산 정상에서 다함께!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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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교사들로 구성된 산악 동아리 "참메"에  5차 정기산행 안내문이 붙었다. 2010년 1월 15일(금) ~ 1월 17일(일)까지 지리산 종주를 공지하고 있었다. 이미 10여 명의 교사들이 참여 댓글을 달았는데, 나도 고민 끝에 과감하게 "참여합니다" 댓글을 달았다.

산! 내게 산은 늘 동경의 대상이지 도전 대상은 아니었다. 계룡산, 치악산, 내장산, 지리산, 속리산 등 명산 등반 경험이 있긴 하나 단체 활동에 끼여 당일치기 대여섯 시간 오르내린 게 내 산행 이력의 전부였다.

그러던 중 작년 10월 경에 "참메" 일원이 되어 산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대야산 등반을 시작으로 산에 빠지기 시작했다. 명산에 가려면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가까운 구봉산, 쟁기봉을 오르내렸고, 헬스장에 다니며 하루 두어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병행했다.

평소 산행 경험이 미미한 내가 2박3일 지리산 종주에 동참을 선언(?)하자 등반 베테랑 신인섭(57, 대전서일여고 수학) 교사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모두 11명이 동행하는데 어느 한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산악대장 박종근 교사, 고맙습니다!
▲ 산악 대장 오늘의 산악대장 박종근 교사, 고맙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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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를 악물었다. 절실하면 다 된다는 신념이 고조되고 있을 때, "참메" 카페에 기막힌 공지가 떴다. "박병춘, 오완근 샘을 위한 덕유산 산행 안내"였다. 지리산 종주를 15차례 성공한 박종근(48, 서대전여고 국어) 교사가 산행 초보 두 사람을 위해 사전 점검을 하는 의식인 셈이었다.

눈꽃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송치수 교사, 그는 산행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내 뒤에서 나를 챙겨주었다. 당신의 웃음, 영원히!
▲ 덕유산 눈꽃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송치수 교사, 그는 산행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내 뒤에서 나를 챙겨주었다. 당신의 웃음, 영원히!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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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오전 6시 30분! 초보 두 사람, 그리고 베테랑 다섯 명이 동행했다. 박종근 교사가 앞장을 섰고, 송치수(44·청란여고 역사) 교사가 맨뒤에 섰다. 아이젠은 몇 차례 차보았지만 스패치라는 건 처음이었다. 저벅저벅 눈길이 빚어내는 합창이 아름다운 산행으로 이어졌다.

올해로 나이 50개를 먹으며 산을 만난다. 왜일까? 아마도 교사로서 열정이 식을 지도 모른다. 배 부른 돼지처럼 배가 나오고 정신에 때가 쌓여 시들어버린 교사가 되는 건 아닐까? 바람 빠진 풍선처럼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산! 특히 겨울산은 내게 다양한 가르침을 준다. 산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도 말이다. 나이 50개를 먹으며 산이 주는 말씀을 경청하기로 했다.

겨울 덕유산은 예술 그 자체다. 바람과 눈과 나무가 빚어낸 퍼포먼스다. 어느 화가가 어느 행위 예술가가 재현할 수 있을까?

능선을 따라 마음 다스리며
▲ 덕유산 능선을 따라 마음 다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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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만이 있을 뿐입니다.
▲ 덕유산 눈꽃 감탄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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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찬탄뿐입니다.
▲ 덕유산 눈꽃 오직 찬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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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 추억을 담고 있네요.
▲ 덕유산 눈꽃 연인들이 추억을 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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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술가가 그려낼 수 있을까요?
▲ 덕유산 눈꽃 어느 예술가가 그려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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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눈, 나무가 빚어낸 예술 작픔입니다.
▲ 덕유산 눈꽃 바람, 눈, 나무가 빚어낸 예술 작픔입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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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눈꽃은 지금도 절정입니다. 미루지 마시고 꼭 다녀 오십시오.
▲ 덕유산 덕유산 눈꽃은 지금도 절정입니다. 미루지 마시고 꼭 다녀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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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 오늘의 산악대장 박종근 교사가 나에게 모의고사 통과를 선언했다.

"오늘 보니까 지리산 충분히 갈 수 있겠어요!"

박 선생의 선언이 마치 핏속으로 빨려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이제 닷새 후면 지리산 종주에 오른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경험했을 지리산 종주! 그 벅찬 설렘을 안고 베낭을 꾸리고 있다. 

키가 167cm에 몸무게는 66kg으로 히말라야 16좌에 완등한 세계 최초의 산악인이 있다. 엄홍길씨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서 길이 없는 곳은 없다. 지금 이 곳이 길이 아니고, 길이 막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길이 없다. 길을 가다가 높은 암벽을 만나도 오르면 그것이 길이고, 끊어진 낭떠러지가 나오더라도 로프를 타고 내려가면 길이 된다. 길의 진정한 의미는 있는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걷지 않는 길에 도전하는 것이다."

열심히 걷고자 합니다. 길이 있으니까요.
▲ 덕유산 열심히 걷고자 합니다. 길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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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가득한 능선을 따라 산이 전하는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 덕유산 눈꽃 가득한 능선을 따라 산이 전하는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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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감히 도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경에 그쳤거나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산행에 도전하고 있다. 산이 전하는 말씀을 듣다 보면 언젠가 아무도 걷지 않았을 길에 내가 서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산행은 1월 9일 오전에 칠연계곡을 시작으로 동엽령-무룡산-삿갓재대피소-삿갓봉-월성재-토옥동 계곡으로 이어졌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합니다!



태그:#덕유산,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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