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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130여 일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지역 권력을 8년째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인 <더피플>과 공동으로 실시한 16개 광역단체장 예상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충남과 호남지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에서 한나라당 예상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형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속된 여론 조사 결과다. 수도권에서 가장 빠르게 야권 후보단일화 논의가 진행된 인천에서는 서울보다도 한나라당 예상후보와 지지도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인천시장 예상후보들을 놓고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문병호(11.1%), 유필우(8.7%), 김교흥(8.5%), 이기문(7.3%) 전 의원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최용규 전 의원 출마설 '솔솔'

 

문 전 의원과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현 인천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지지도 차이는 무려 21.5%나 났다. 상황이 이런지라 재선 의원 출신인 최용규(55) 전 의원의 출마설이 민주당 내에서 조금씩 일고 있다.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았던 최 전 의원은 지난 8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아 정치활동 재개가 가능한 상태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최 전 의원은 항소심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우크라이나 무국적 고려인 국적 회복 사업에 전념해온 최 전 의원은 지난해 4.29 부평<을> 재선거를 앞두고 홍영표 의원의 선거운동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최 전 의원은 오래 전부터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희망해왔다. 현역 시절 '반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법' 등을 발의하는 등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충청도 출신이 많이 사는 인천에서 안상수 시장과 같은 충청도 출신이라 맞대결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최 전 의원은 부평구 초대 민선 구청장을 지내고 부평구<을>에서 연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인천 최대 자치구인 부평에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다져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송도 신도시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의식이 높은 부평지역에서 최 전 의원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최 전 의원의 측근들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공히 입을 다물었다. 이는 우선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 전 의원이) 지금 여유가 없어 그럴 생각을 하지 못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다만 "수도권 3군데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라 답답한 심정이지만, 인천 출신 최고위원으로서 인천 지방권력 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말로는 이명박 정권 심판, 행동은 느림보"

 

2008년 6.4 재·보궐 선거와 지난해 4.29 부평<을> 재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인천에서 민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민주당 내부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범야권 연대'는 인천에서 이미 수개월 전에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 논의됐던 내용이다. 민주당 인천시당 내 전략기획단 회의를 통해 '연합지방정부' 안건이 올라왔지만 인천시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 했다. 몇몇 정치그룹이 주판알만 튕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수개월 후 정세균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연합지방정부'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또한 민주당 인천시당은 '민주연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인천희망대장정'을 계획했다. 인천지역 주요 현안인 계양산 골프장, 강화조력발전, 내항 개발, 경인운하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불명확한 입장을 취해왔다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도부가 해당 현장을 직접 방문해 당의 공식 입장을 발표해 한나라당과 대립점을 부각하고,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대연합을 이루기 위한 동질성 획득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희망대장정 활동 계획을 전략기획단을 통해 채택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했음에도 불구, 그 활동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인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말로만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는 지방권력의 교체를 통해 사람 사는 인천으로 만들겠다고 떠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렇게 해서 일방 독주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중간 심판이 가능하겠냐"고 현 상황을 개탄했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아직도 집권 여당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가장 큰 문제는 인천 정치인 중에서 이 문제를 책임성 있게 제기하고 풀려고 하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관석 민주당 인천시당 대변인은 "희망대장정 활동이 늦어진 것은 폭설로 인해 한 번 연기됐고, 현역 의원들의 일정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다소 늦어졌다"면서, "임기가 2주 남은 현 시당 지도부에서 이끌어나기기도 어려운 면이 있어, 차기 지도부를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 근성이 남아 있다는 주장은 전혀 아니"라며, "후임 지도부가 구성되면 활동에 탄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2 지방선거, #최용규 전의원, #민주당 인천시당, #희망대장정, #송영길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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