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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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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소설이 뿜어내는 매력은 내면적으로 또는 상황적으로 고립되어 상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인물들에게, 거의 대책 없다고 표현해야 마땅할 연민과 위안의 시선을 던져주는 선량한 태도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위안의 서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공지영은 문학적 대중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소설가 공지영 문학을 이렇게 평가했다. 2007년 4월 <한겨레21>에 쓴 '위안의 서사, 문학적 대중주의'라는 글을 통해서다.

문학 작품과 문학가에 대한 평가는 독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지영 손을 거쳐 활자화된 작품 밑바닥에는 공통적으로 "상처받은 사람을 향한 대책 없을 정도의 연민과 위안의 시선"이 깔려 있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잉크로 응축돼 쓰인 문학, 그리고 그 문학을 통해 위안을 받는 사람들.

이 땅에서 이런 연민과 위안의 순환 과정에 윤활유를 치는 대표적인 인물이 소설가 공지영이다. 공지영의 말대로, 종종 "공주병 걸린 사람"이라는 식의 근거 빈약한 세상의 비아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연민의 시선으로 위안을 주는 소설가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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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소설가가 세상에 친 윤활유의 힘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난 건 '픽션'이 아닌 명백한 '팩트'다. 오늘날 대중이 열광하는 픽션 작가 공지영의 밑바탕에는 바로 그런 팩트가 층층이 쌓여 있다.

도대체 공지영은 그런 팩트를 어떻게 쌓아온 것일까. 그녀만이 알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만 걸어온 길이라도 있는 것일까?

소설가 공지영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 클럽' 특강 12번째 강연자로 그 비밀 아닌 비밀의 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특강 제목은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

오늘날 소설가 공지영의 지위는 굳건하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소설가 공지영이 쓴 작품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대신, 요리사 공지영이 만든 스파게티를 먹으며 배를 두드리고 있을 뻔했다.

사실 공지영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4년 초반까지 무려 7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 시절 공지영은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아이들을 키우며 일에 집중했다. 이탈리아 요리 학원에 다녔고, 빵집이나 스파게티 가게 운영을 꿈꾸기도 했다. '요리사 공지영'이 엉뚱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당시를 회고하며 공지영은 "물에 잠긴 바게트빵이 조금씩 풀어지듯이 글쓰기의 관심과 힘이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물론 글쓰기를 영원히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멈춘 세월이 5년쯤 흐르니, 다시는 글을 못 쓸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쓰지 말고 아이들과 재밌게 놀고, 계속 요리하며 요리책이나 내자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에게는 타고난 재능이란 게 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공지영에게 그것은 글쓰기였고,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는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 역시 스파게티 레시피가 아닌 펜이었다.

7년 동안 펜을 놓았던 공지영... "요리사를 꿈꾸기도 했다"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재밌기"도 하고, 종종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 글쓰기를 중단한 지 7년째가 되던 어느 날, 공지영에게 단편 소설 청탁이 들어왔다. 공지영은 동아줄을 잡듯, 그 청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천하의 공지영도, 그러니까 "영화를 본 것처럼 머릿속에 구상이 끝나면 하룻밤에 원고지 40~50매의 글을 금방 써내는" 공지영도 두 문장을 쓰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작품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7년의 공백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영화가 있으면 그걸 언어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첫 문장에 이어 다음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정말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어떻게 나에게 평생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13년 경력의 소설가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장이 안 이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글을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한 세월만큼, 사물을 바라보는 명징한 의식이 없어진 것이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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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말에 따르면, "풀어진 의식이 좁혀지고, 일정한 긴장감이 생기고, 에너지가 소모 되면서 내면에서 만년필 잉크처럼 뭔가가 응축됐을 때 글은 비로소 나온다." 그런데, 7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으니 응축된 뭔가가 잘 나오지 않은 건 당연했다.

공지영은 그때 비로소 "글쓰기가 내 삶을 명징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공지영은 원고지 100매짜리 단편을 식은 땀 줄줄 흘리며 6개월 만에 완성했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로 펜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요리사 공지영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소설가 공지영으로 '유턴'하던 시점이었다.

"내 삶을 명징하게 만든 건 글쓰기였다"

공지영에게도 글쓰기의 특별한 길은 없었다. 그녀는 "화가가 매일매일 스케치를 하지 않은 채 명화를 그릴 수 없듯, 매일 읽고 일상에서 메모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지영은 "글쓰기의 특징은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언어라는 추상적 매개를 통해서 (여러 사건과 사물을) 물질적으로 존재하게 한다"며 "어제 내가 쓴 글은 어제의 나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게 보여주고, 이것이 스승처럼 우리를 바로잡아 주고 부끄럽게 하고 치유하고 또 격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는 다른 재현품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이성이 작동하는 작업이다. 글쓰기는 언어라는 이성을 통했기에 감정과 이성이 온전히 들어간 객관적 사물로서 우리에게 존재하는 '이상한 산물'이다. 그리고 고도의 지적인 치유를 일으키는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교정력 같은 것도, 글쓰기에는 있다."

소설가로서, 글로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공지영은 사형수로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다 죽어간 이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도 글쓰기의 힘을 확인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쓰기 위해 사형수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였다.

공지영은 "사형수들이 남긴 5권의 책을 읽으며, 도대체 글쓰기란 게 뭔데 그들로 하여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하게 하고 진정한 참회에까지 이르게 하는지 놀라웠다"고 고백했다.

"영감은 일상의 성실함에서 나온다, 늘 읽고 늘 쓰라"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글쓰기의 힘, 공지영과의 문학 데이트'를 주제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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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은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은 봤지만, 인생을 망쳤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이성의 필터링을 거친 글로 된 모든 것은 순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글쓰기의 힘과 순기능을 믿는 공지영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일매일의 성실함이 없으면, 어느 순간의 영감도 잡아낼 수 없다"며 "글 읽기와 쓰기를 멈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역시 글쓰기에는 왕도란 게 없었다. 경력 20년이 넘는 소설가, 7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아 힘겹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공지영 역시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말을 남겼다.

아, 그리고 공지영은 20대로 돌아간다면, 386 부모들을 비판하는 소설을 쓰겠노라고 말했다. 역시 그녀에게는 요리사보다 소설가가 어울린다.


태그:#10만인 클럽,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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