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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이 총사업비 17억9097만원을 투입해 용추계곡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을 하면서 이 주변은 굴삭기와 크레인이 동원돼 공사장을 방불케 할 만큼 흉물로 변해버렸다. 사진 위쪽은 하천 공사를 하기전의 모습이고, 아래쪽은 공사 후 폭탄을 맞은 것 마냥 하천이 파괴된 모습이다.
 경남 함양군이 총사업비 17억9097만원을 투입해 용추계곡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을 하면서 이 주변은 굴삭기와 크레인이 동원돼 공사장을 방불케 할 만큼 흉물로 변해버렸다. 사진 위쪽은 하천 공사를 하기전의 모습이고, 아래쪽은 공사 후 폭탄을 맞은 것 마냥 하천이 파괴된 모습이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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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으로 변한 용추계곡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 빼어난 절경으로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 이라 불리는 안의 용추계곡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돈을 들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파괴하는 곳은 함양군 밖에 없습니다."

용추계곡에 대해
용추계곡의 원래 지명은 '심진동 계곡' 이지만 용추사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지금은 인근 일대가 모두 용추계곡으로 불린다. 용추사는 원래 덕유산 장수사의 4대 부속 암자중 하나였다.

장수사는 신라 소지왕 9년(487)에 각연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해인사 창건 신라 제40대 애장왕 3년(802)보다 315년 앞서는 고찰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전쟁 당시 공비토벌이라는 명목 하에 아군에 의해 소실되어 일주문을 제외하고는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용추사의 전신인 장수사는 설파 상언대사가 전국의 승려들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강의했던 유명한 곳이다. 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발자취를 감추고 세상에 숨어서 암자에 살았던 곳이 바로 은신암이며, 무학대사가 은신했던 이 암자는 지금도 현존하고 있다.

게다가 1792년 연암이 안의에 물레방아를 설치하면서부터 "함양산천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의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도네"라는 민요도 생겨난 유래깊은 곳이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용추폭포야 네 잘 있거라, 명년 춘삼월 또 다시 만나자"라는 길 군악도 알고 보면 '용추 질굿내기'라는 함양 민요의 일부분이다.

지난 7일간 함양군 안의면 하원리 내동마을 주민들과 함양예술마을 관계자들은 '용추계곡'이 처한 상황을 하나 같이 이렇게 묘사했다.

자연 그대로 1000년 이상 보존된 생태계가 용추계곡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이란 명목 하에 공사장을 방불하게끔 삭막하게 바뀐데 대한 원망 섞인 탄식이었다.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이 이뤄지는 안의 용추계곡은 지난 1914년 안의군이 폐지되기 전 '안의 삼동' 가운데 하나로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최고 문장가이자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열하일기'를 통해 물레방아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뒤, 12년 뒤 정조의 부름을 받고 안의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연중 수량이 풍부한 용추 계곡 입구인 안심마을에 우리나라 최초의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실용화가 된 곳이다.

지금 이곳엔 '함양예술마을'이 들어서 유리공예, 목공예, 천연염색, 동양화, 판화 등 다양한 예술체험이 상시 가능하게끔 체험시설이 갖춰져 함양의 관광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약초재배농가와 약초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함양약초생활관'이 완공된 상태로 개관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공사가 이뤄지는 지우천은 용추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마을 안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곳으로 연암 선생이 최초로 세운 물레방아와 거리가 가깝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안의현 동헌이 있던 지금의 안의초등학교와 안심마을 지우천 거리는 4㎞로 가깝다. 연암이 새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곳에 물레방아를 만들면서 이를 상용화시키는 등 실학을 실천하는데 앞장선 이유다.

지금 이곳 지우천은 수많은 굴삭기와 크레인이 동원돼 공사장처럼 변했다.

함양군청 "재해방지" VS. 주민들 "직접 피해 입은 적 없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용추계곡 지우천의 하천공사를 하기 전의 함양예술마을 뒷편 모습. 청정계곡 1급수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은 '안의 3동' 이라 불리며 함양군에서 가장 뛰어나 경관을 자랑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용추계곡 지우천의 하천공사를 하기 전의 함양예술마을 뒷편 모습. 청정계곡 1급수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곳은 '안의 3동' 이라 불리며 함양군에서 가장 뛰어나 경관을 자랑했다.
ⓒ 내동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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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은 계곡을 넓혀 홍수를 막자는 측면과 이 곳에서 난 자연석을 이용해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 소하천 정비사업에 쓰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함양군에 따르면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은 지난해 6월15일부터 올 6월15일까지 1년간 총사업비 17억9097만원을 들여 하천 길이 1837㎞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용추계곡 지우천 공사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2011년까지 이어지는 공사다. 이 기간 동안 국비만 총 30억이 들어가고, 국토해양부의 지방비 보존비율 40%를 적용하면 12억의 군비를 더 보태야 한다. 총 공사비 42억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함양군은 1837㎞의 지우천을 정비하면서 0.3㎥(직경 67㎝)급 내외 전체 1만9500㎥의 자연석을 운반할 계획을 세웠다. 1만9500㎥ 자연석은 5만700t 분량으로, 이를 15t 트럭으로 운반하면 모두 3380대 분에 해당된다. 

휴천면 목현리에는 7490㎥의 자연석이 운반된다. 이는 9474t 분량으로 15t 트럭 1298대분이다.

함양군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은 전체 사업비 가운데 60%를 매칭펀드 형식으로 국토해양부에서 지원받아 하는 사업으로 홍수가 날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재해예방사업으로 실시하게 됐다"며 "용추 계곡 지우천의 기존 하천폭은 20~25m에 지나지 않아, 하도준설사업을 하게 되면 폭이 30~35m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군청이 밝힌 사업계획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우선 '재해 예방' 대목이다.

함양군은 1837㎞의 지우천을 정비하면서 0.3㎥(직경 67㎝)급 내외 전체 1만9500㎥의 자연석을 운반할 계획을 세웠다. 1만9500㎥ 자연석은 5만700t 분량으로, 이를 15t 트럭으로 운반하면 모두 3380대 분에 해당된다. 휴천면 목현리에는 15t 트럭 1298대분이 소요된다. 사진은 휴천면 목현리 소하천 정비사업 현장 모습.
 함양군은 1837㎞의 지우천을 정비하면서 0.3㎥(직경 67㎝)급 내외 전체 1만9500㎥의 자연석을 운반할 계획을 세웠다. 1만9500㎥ 자연석은 5만700t 분량으로, 이를 15t 트럭으로 운반하면 모두 3380대 분에 해당된다. 휴천면 목현리에는 15t 트럭 1298대분이 소요된다. 사진은 휴천면 목현리 소하천 정비사업 현장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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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안마을 주민은 "이곳(지우천)은 아무리 큰 비가 내려도 홍수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상류인 용추계곡이 피해를 입으면 하류 쪽인 안의면은 거의 물에 잠기게 된다"며 "20여년 전, 태풍 셀마가 왔을 때 물이 크게 불어 난 적은 입지만 직접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휴천면 목현리 공사장도 마찬가지다.

휴천면 목현리 현장에서 만난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한 이 마을주민 A씨는 "목현리에는 1987년 태풍 셀마의 영향으로 물 피해를 본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태풍 셀마는 함양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사망․실종 345명과 이재민 10만 여명, 6000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한 예술마을 입주민은 "하천 폭이 20~25m면 계곡으로서는 엄청난 크기인데 이 폭이 모자라 수해가 난 적도 없는 지역에 하도준설사업을 한다는 것은 공사를 하기 위한 억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번 공사가 오히려 재해를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함양시민연대는 "물길을 왜곡하고, 하천을 직선으로 만들 경우 강물의 속도가 빨라져 파괴력이 커질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하류로 흘러든 계곡물이 주거지를 침범하여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군청 "지역 주민 동의"... 주민들 "이런 목적인 줄 몰랐다"

아름답고 시원하게 흘러가던 계곡이 지금은 신작로처럼 반듯반듯하게 변해버렸다. 하천공사를 하면서 계곡 속에 잠겨 있던 자연석들은 호안재료로 조경석마냥 차곡차곡 쌓여 있다.
 아름답고 시원하게 흘러가던 계곡이 지금은 신작로처럼 반듯반듯하게 변해버렸다. 하천공사를 하면서 계곡 속에 잠겨 있던 자연석들은 호안재료로 조경석마냥 차곡차곡 쌓여 있다.
ⓒ 굿모닝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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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천 자연석을 이용해 목현리 소하천 정비에 써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업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한다.

휴천면 목현리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하천 사방공사는 채석장에서 나오는 전석(0.5㎥급 내외)으로 쌓아도 되는데 굳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진 용추계곡 자연석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휴천면 목현리는 산청~함양 간 지방도로가 북부를 동서로 지나며 소하천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관광지라고는 볼 수 없는 곳이다.

휴천면 목현리 위쪽은 휴천일반산업단지가 있는 곳으로 지난해 12월27일 '함양제강'이 본격적인 철강생산에 들어간 곳으로 공장가동을 시작한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함양제강은 8만3000㎡(2만5150평)의 부지에 잉곳(Ingot) 생산체제를 갖추어 1차 70t의 전기로를 점화했으며, 내년 6월 50t의 전기로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으로 함양변전소로부터 7.9㎞에 이르는 송전철탑 24기의 선로를 거쳐 생산이 이뤄진다. 잉곳은 제련 후 압연․단조의 가공이나 재 용해에 알맞도록 거푸집에 넣어 굳힌 무쇠덩어리를 의미한다.

함양제강에서 여과시설을 거쳐 흘러나오는 정화수는 목현리 마을 앞을 지나 휴천면 엄천강으로 흘러들어 산청 임천강과 만나 진주 남강댐으로 흘러든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도 이번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의원실은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은 전체 면적으로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 구간을 쪼개서 지난 2009년 7월6일 조건부 '승인'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성순 의원실 "사실로 확인되면 2월 국회에서 집중 추궁할 것"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 빼어난 절경으로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 이라 불리는 안의 용추계곡이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여지없이 사라지고 있다. 굴삭기와 크레인이 동원돼 사정없이 하천을 파헤치는 모습.
 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 빼어난 절경으로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 이라 불리는 안의 용추계곡이 '지우천 하도준설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여지없이 사라지고 있다. 굴삭기와 크레인이 동원돼 사정없이 하천을 파헤치는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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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관계자는 "홍수나 재해가 났다고 해서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많은 폭우가 내릴 수가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친환경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어디까지나 예방사업임을 강조했다.

군청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군에서도 이곳에 채석장에서 나오는 전석을 이용해 하천을 조성하려고 하였는데 면소재지 구간이라 지역주민들이 자연형 하천을 건의해 바꾸게 되었다"며 "전체 공사 구간(1.5㎞) 중 600m내외만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성순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총괄 계획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발주를 당해 연도로 하다 보니 사업구역을 쪼개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주민들이 동의했다는 군청측 의견과 달리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안심마을 주민 B씨는 "처음에는 용추계곡에 홍수를 예방하는 목적이어서 일부 주민들이 동의는 했지만, 공사하는 것을 지켜보니 청정자연 계곡으로 하천 공사를 하지 않아야 할 곳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의문투성이로 지금은 모두가 반대한다"며 "주민들은 자연석이 반출되고, 계곡을 이렇게 파헤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용추계곡 '안심,내동,동촌,마음,상비,하비,유동,사평마을 8개 이장단'과 '용추사 자연보호협의회' 회원 10여명은 지난 26일 함양군 재난관리과를 항의 방문했다. 이장단은 이 자리에서 "군 측은 '자연석 유출에 대해서는 규격을 엄격히 지킬 것이고, 내주에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공청회를 한 차례 가지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성순 의원실은 "이번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굿모닝지리산(www.goodji.com)에도 실립니다.



태그:#굿모닝지리산, #용추계곡, #함양군, #함양예술마을, #하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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