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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수정 : 30일 오전 9시 36분]
 
MB의 BBC 기자회견 발언 변조해 보도자료 배포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당초 내용과 다르게 언론에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BBC 기자회견 발언을 담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이날 오전 9시30분경(이하 한국시각).
 
보도자료에는 이 대통령이 "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 같은 보도자료를 근거로 대통령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청와대 발표와는 달리 실제 인터뷰에서는 "조만간이라고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KBS가 이날 저녁 9시뉴스를 통해 이 대통령의 육성을 방송함으로써 드러났다.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가 남북정상회담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같다"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이어서 해석에 따라서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이 대통령이 "양국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로 바뀌었다. '조건없이'라는 부분이 빠진 것은 남북 양측의 물밑접촉에서 정상회담의 조건이 주요의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까지 낳는다.
 
이 때문에 남북 간의 물밑접촉으로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훗날의 '깜짝 이벤트'를 위해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서 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국내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 인색한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에 대한 생각을 외국 언론에만 피력하고, 이러한 내용조차 국내 기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보를 내게 한 점도 정부와 언론의 신뢰관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정운찬 국무총리의 TV토론 발언 재녹화 소동과도 비견된다.
 
정 총리가 청주 MBC 토론회에서 "특별히 충북을 위한 새로운 발전 계획은 없다"고 말했는데, 총리실 관계자가 "총리의 답변이 충북지역의 반발을 살 수 있으니, 그 부분만 다시 녹화하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총리의 발언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통과 뒤 구체적으로 추진되면 충북 발전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사후 변조'된 사건을 말한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번 일에 대해 "이 대통령이 많은 일정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BBC와 인터뷰를 해서 발언이 매끄럽지 못했다"며 "파장이 클 수 있는 발언이어서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대통령에게 진의를 물었고, 이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변인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는데, 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1신 : 29일 오후 4시 2분]
 
MB "북한 붕괴 임박했다고 보지 않아"
 

스위스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겨냥한 북한군의 포 사격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 개최지인 다보스 알렉산더호텔에서 이뤄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단지 우리가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안 포 사격에 대해 "위협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면서도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한 것도 남북 대화를 위한 메시지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다소 회복이 되고, 북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그것은 과거 오랫동안 지속된 현상이었습니다"라며 "북한이 극한 상황에 처했다거나 혹은 붕괴 직전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해야겠지만 북한의 붕괴가 당장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한편으로 이 대통령은 북한의 강경대응에 대해 "6자회담 참가 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전략적인 것일 수도, 남북 대화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지만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서는 "특정 사항을 거론한 것이 아니고, 저쪽이 공격할 자세를 취하면 이쪽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군사상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이 수석은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등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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