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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역 1번 출구. 30일 오후 네시 경 솜털이 뽀송한 아이들부터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구별 없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했다. 대공원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민주노동당 행사" 하고 운을 떼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 다 민노당 행사 때문에 온 거여. 그냥 사람들 따라가."

그의 말대로 '민주노동당 창당 1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돔아트홀 입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기념식이 열리는 홀 로비 앞까지 민노당 10년의 어제와 오늘이 공존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이 평생당비로 납부한 쌀을 판매하고 있었고, 장애를 가졌단 이유로 기본 교육권도 누리지 못한 이들을 위한 노들야학 후원금도 걷히고 있었다.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유인물도 뿌려졌다.  

어린이 대공원 돔아트홀을 가득 메운 민노당 당원들이 '지방선거 승리'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지방선거 승리! 어린이 대공원 돔아트홀을 가득 메운 민노당 당원들이 '지방선거 승리'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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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가는 길이었지만 민노당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 모습은 밝았다. 2천 석 규모 홀은 당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가득 채웠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사연을 품고 이 곳에 모인 것인지 궁금했다.

여대생, 주부였던 그녀들 어느새 시의원 후보로

"10년 전 민주노동당에 가입할 때는 대학생 신분이었는데 한 아이의 엄마이자 시의원 후보가 되었어요."

갓난아이와 함께 창당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신미정 민노당 중앙위원(35)은 현재 평택시에서 반딧불 공부방 교장이자 평택이층 생활복지센터 센터장이다. 신씨는 10년간 민노당 활동을 하면서 민노당 당원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다. 한 마디로 민노당에서 모든 거사를 치룬 셈이다.

신 위원은 "민노당만이 친서민 정책을 수행하고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소중한 의미"라며 "당원인 남편이 외조를 잘해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가정주부였으나 지금은 두 번째 지방선거에 도전할 정도로 정치 활동에 열성적인 민노당 당원도 있다. 신은진 민노당 포항시당 총무부장(38)이다. 사실 당에 가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씨는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민노당은 서민들을 위한, 피부에 와 닿는 정치의 맛을 가르쳐줬다.

이날 행사에서 민주노동당 모범당원으로 뽑힌 신은진씨와 그의 아들. 신은진씨는 아들과 함께 수상식장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 민주노동당 모범당원으로 뽑힌 신은진씨와 그의 아들. 신은진씨는 아들과 함께 수상식장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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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이 부당하게 정리해고 당해서 3년간 노동 운동할 때도, 임대아파트 시공사가 고의부도를 내서 집을 잃을 뻔 했을 때도, 부녀회 활동하면서 겪은 부당한 일들을 해결할 때도 다 민노당이 도와줬죠."

이제 당원으로 활동한 지 5년째인 신씨는 올해 모범당원으로 뽑혔다. 또 6월 지방선거에선 포항 시의원 후보로 나설 예정이기도 하다. 신씨는 "이 때문에 바쁜 나날이 이어지자 엄마를 민노당에 뺏긴 것 같다는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했다.

"민노당 활동하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어느 날 큰 딸이 '엄마 왜 민노당 활동하는 거야?'라고 물어요. 그래서 대답하기를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세상에 많으니까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말했죠. 오늘 이 행사에 함께 온 아들이 저보고 엄마가 자랑스럽대요."

'빨갱이' 소리 들으며 선거 운동... 창당10주년 발판삼아 진보세력 뭉쳐야

그렇다면 민노당 활동은 당원들에게 기쁨만 주었을까. 창당 때부터 지금까지 민노당 일꾼이자 주역으로 활동해온 주재택 민노당 부내총무(40). 그는 민노당과 함께 한 10년은 시련과 고난의 시기라고 회고했다.

"민노당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빨갱이 소리 듣는 건 일상이었죠. 선거 운동 나갈 때마다 귀에 박히도록 들었어요. 거기다 10년 전만 해도 국회의원 후보가 투표자들 친목회에 관광차 대주고 환심 사려 뒷돈 주면서 당선되는 일이 허다했어요. 그만큼 선거 환경이 안 좋았죠. 그 당시 많은 민노당 당원이 자비로 밥 사먹고 휴가내서 선거운동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죠."

그렇게 애착을 가지며 일궈온 당이기 때문일까. 주재택씨는 지난 2008년 진보신당과의 분당 사태에 대해 가장 아파했다. 그가 생각하는 민노당의 에너지는 '진보세력 간의 연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전에 '정치인들 헐뜯고 싸우는 건 다 똑같다'며 회의감을 표하는 시민들에게 민노당은 다르다며 설득한 적 있어요. 그래선지 최근의 분열 사태를 보며 그 당시의 약속이 생각나 자괴감이 들기도 했죠."

그래서 그는 창당 10주년을 발판삼아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는 민노당이 연대하는 모습,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지지자들을 찾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정으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를 돕고자 하는 '희생정신'과 '진정성'을 본다며 민노당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요즘 대학생들 정치에 관심없다구요? 민노당 당원은 달라요!

민노당 창당 10주년 행사에는 청소년들과 대학생이 유난히 많았다. 민노당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이날 기념 문화제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선사하며 생기를 불어넣은 이들도 상당수 대학생들이었다.

충청도에서 올라온 여대생들이 민노당 행사를 기념하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미정, 이선연, 신아롱씨다.
▲ 여대생 3인방 충청도에서 올라온 여대생들이 민노당 행사를 기념하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미정, 이선연, 신아롱씨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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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눈에 띄는 여대생 3인방. 충청도에서 2시간동안 차타고 서울까지 왔다는 신아롱(27. 호서대), 설미정(25. 고려대 세종캠퍼스), 이선연(22. 공주대)씨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선연씨는 "10주년 창당 기념식에 참석하니 정말 당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당 활동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맏언니인 신아롱씨는 민노당에 가입한지 6년차이자 충남도당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원래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내 투쟁 및 등록금 동결 운동 참여 하다가 자연스럽게 민노당 당원 활동을 하게 된 경우. 그는 "민노당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문제 외에도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설미정씨는 "용산 참사, 쌍용차 파업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촛불 집회에도 참석했다"며 "그런 과정 속에서 민주 노동당의 당원이자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실업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진보 측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MB정부가 '친서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차별화 된 민노당의 '진정성'을 전달해야 한다"고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대학생들에게 민노당 창당 10주년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활짝 웃으며 "대한민국 진보의 첫걸음"이라 답하면서 "앞으로 민노당 당원으로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엄민기자는 11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민노당 창당 10주년,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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