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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1이 제작본부장이고, 3233이 보도본부장 번호판입니다. 오늘 8시 반에 임원회의가 있으니까 (못 들어가도록) 그전까지 한 시간 정도만 고생합시다."

 

황희만 MBC 보도본부장과 윤혁 MBC TV제작본부장의 출근이 회사 후배들에 의해 3일째 저지됐다. MBC 노동조합원 20여 명은 10일 오전 7시 30분께부터 MBC 현관에 나와 "MBC 사수하여 언론자유 지켜내자" 등 구호를 외치며 '낙하산' 선배들의 출근을 막았다. MBC 조합원들의 '낙하산 검문' 태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연상시킬 정도로 엄중했다.   

 

황 보도본부장과 윤 제작본부장은 지난 8일 방송문화진흥회에 의해 MBC 임원으로 임명됐으며 엄기영 MBC 사장은 이에 반발해 같은 날 "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9일) "내가 왜 낙하산이냐"며 자신을 막는 노조와 설전을 벌였던 황 보도본부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출근했지만 현관 앞에서 노조에 막혀 약 30분간 서 있어야 했다. 황 보도본부장은 대치 상황에서도 이따금 이근행 노조위원장과 대화를 나누었던 전날과는 달리, 바바리코트에 손을 찔러넣은 채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때때로 노동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칠 때를 제외하면 MBC 현관에는 적막이 흘렀다.

 

전날 후배들과 '추격전'을 펼친 윤 제작본부장은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출근했다. 말이 없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윤 제작본부장은 지난 9일엔 오전 8시께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MBC 본관을 찾았지만 출근이 저지됐다. 그 후 차를 돌려 일산 MBC 센터로 출근했으나 뒤늦게 쫓아온 MBC 노동조합원들에 의해 사무실 바깥으로 밀려나야 했다.

 

 

윤 제작본부장은 굳은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30여 분간 노동조합원들과 대치하다가 8시 30분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발길을 돌렸다. 계속 본관으로 출근할 예정이냐고 묻자 윤 제작본부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노조의 행동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로 즉답을 회피했다.

 

윤 제작본부장보다 5분쯤 먼저 현관을 떠난 황 보도본부장은 외부인 방문통로를 이용해 MBC 지하에 있는 식당 별실에서 MBC 내부인사와 식사를 나누고 오전 9시 30분쯤 MBC를 떠났다. MBC 노동조합의 파업 준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황 보도본부장은 "그분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나는 전날 얘기 다 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MBC를 떠났다.

 

한편, MBC 총파업 여부는 오는 18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근행 MBC 노동조합위원장은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부재자 투표를 하고,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총투표를 거쳐 전체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의사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MBC, #출근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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